신들이 선택한 지중해의 휴양지 터키 안탈리아
신성함은 때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형성한다 .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성지를 방문하는 건 특별함을 몸소 체감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나라 , 터키 ( 터키공화국 ) 는 그 어감만으로도 독특한 신비스러움이 드러난다 . 특히 안탈리아와 지중해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양한 역사 유적지가 있어 터키의 관광 수도로 꼽힌다 .
천혜의 자연환경과 굴곡 많은 역사
안탈리아는 터키의 남부 지중해 연안 중심도시로 상주 인구가 100 만 명이 조금 넘는다 . 하지만 여름철 이 지역 인구는 급증한다 . 연중 300 일 이상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부드러운 백사장과 돌출된 암반지대 , 따뜻한 해안과 높이 솟은 토로스 산맥 등 극명히 대조되는 경치와 많은 유적 관광지들은 외국인뿐 아니라 터키인들도 자주 찾게 되는 휴양지다 .
이 도시는 기원전 159 년 페르가몬의 아타로스 2 세에 의해 건설됐으며 , 옛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딴 ‘ 앗탈레이야 ’ 였다 . 하지만 기원전 133 년 로마인의 손에 넘어간 것을 시작 , 7 세기에는 아랍인의 침략을 받았고 , 1206 년 셀주크인이 오기 전까진 비잔틴에게 장악 당했으며 , 성지로 향하는 십자군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 또한 1390 년에는 오스만의 지배 , 1919 년에는 이탈리아가 점령했다가 3 년 후 돌려주는 등 역사의 굴곡을 여러 번 겪었다 .
꾸불꾸불한 해안선을 따라 길게 둘러싸고 있는 고대 성곽에서 안탈리아 여행을 시작한다 . 그림 같은 옛 시가지 칼레이치 ( 성 안 ) 를 돌아보는 데는 약 1 시간 가량 걸린다 . 야자나무 가로수가 그늘을 만드는 넓은 도로와 오밀조밀한 목조 가옥과 골목길 등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가 많다 .
또한 시내 중심부에 있는 이블리 미나레 모스크 첨탑은 안탈리아의 상징이 되어 우아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 다시 돌아와 칼레이치 선착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 , 관광 상품점 등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 관광객들을 피해 ,
아침에는 항구에서 수상스키 , 래프팅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긴 뒤 선착장에서 밝은 햇살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가진다 .
오후에 트램을 타고 뮈제역에서 내려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한다 . 이곳은 안탈리아가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던 시기 , 터키의 한 교육자가 탄압과 안탈리아 지역 유물의 무단 발굴에 대항한 것이 시초가 돼 설립됐다고 한다 . 그 후로도 많은 유물들이 발굴됐으며 , 현재는 5 천 가지가 넘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 구석기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 시대까지의 예술품들이 체계적으로 보관 ․ 전시된 것을 보면 , 역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박물관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웅장한 토로스 산맥을 따라가는 지중해 여정
안탈리아의 북쪽 , 웅장한 토로스 산맥 고지대에 있는 으스파르타는 호반의 도시다 .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호숫가에서는 만발한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 이 도시는 화장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장미 정원이 곳곳에 있어 향기로운 장미향이 가득 퍼져 있다 . 장미향에 취해 길을 거닐다 도착한 곳은 술탄 베야지트 1 세가 니코폴리스 전투의 승리를 기념해 만들었다는 울루 모스크다 . 이곳은 신성한 곳으로 관광객들도 이곳에선 신발을 벗어야 들어갈 수 있으며 , 여자는 스카프를 착용해야 한다 .
버스를 이용해 터키에서 4 번째로 크다는 에이르디르 호수에 도착한다 . 천 미터가 훌쩍 넘는 바위 산들 사이에 위치한 호수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 호수는 웅장한 산들 사이에 있지만 , 그 곁에는 아기자기한 크기의 집들과 카페가 들어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
호수의 남쪽 끝에 있는 에이르디르에는 리디아의 왕 크로에수스가 만든 성이 있다 . 로마와 비잔틴 , 셀주크 제국을 거치며 보수 , 개축된 성의 흔적은 이 지역의 역사적 아픔을 품고 있는 듯하다 . 그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숫가에는 흰 농어 등 이 지역의 특별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
안탈리아의 북부지역부터 이어진 토로스 산맥의 줄기는 해안선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 특히 안탈리아에서 42km 떨어진 케메르까지 가는 도로에는 장엄하다 못해 자연스런 경탄이 흘러나오는 산악 지대가 펼쳐진다 . 이곳은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건설돼 휴양지로 각광받는 도시다 .
케메르 선착장을 둘러본 후 , 남쪽 포구에 있는 해변에서 수영을 즐긴다 . 수영에 자신이 없다면 해변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선착장 북쪽의 산책로에서 느긋한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 특히 케메르의 해안가는 유럽연맹이 특별히 맑은 해변으로 일컫는 블루 플래그 비치다 .
현대적이고 고풍스러운 항구도시 벨렉
안탈리아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벨렉은 수영이나 일광욕뿐 아니라 골프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특히 국립골프장은 18 홀의 정규 코스와 9 홀의 훈련용 코스를 지니고 있다 . 천혜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골프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
터키의 전통음식을 맛보고 , 아스펜도스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 쾨프뤼 강을 이어주는 셀주크 시대의 다리를 건너 , 그 길을 죽 따라가면 1 만 5,000 명을 수용하는 고대 아스펜도스 극장에 닿는다 . 이 대형극장은 보전이 매우 잘 되어 있어 지금도 사용된다고 하니 , 당시의 건축술의 뛰어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
이제 터키에서 가장 고풍스러운 고대 항구도시 시데 (‘ 석류 ’ 라는 뜻 ) 를 만나볼 차례다 . 멋진 현대적 도시인 이 도시는 아폴로 사원 등 고대 유적지와 부드럽고 아늑한 모래사장 , 다양한 상점가와 숙박시설이 있어 이미 관광객들이 북적북적하다 .
터키 지중해 동부 연안에 있는 이첼 지방의 주도 메르신을 마지막으로 안탈리아 지역 여행을 마무리하려 한다 . 이 도시는 대로에 줄지어 선 야자수와 도시 공원 , 현대적 호텔 등 현대화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 하지만 이런 면모에도 불구하고 메르신 ( 고대 제피리움 ) 에는 고대도시 지역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 안탈리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
칼레이치에서 시작한 안탈리아와 지중해 지역 여행은 터키의 오랜 역사를 바라봄과 더불어 현대적 휴양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 지역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 이번 여행에서 본 다양한 유산들이 잘 보전돼 신들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으면 한다 . 신성 ( 神聖 ) 은 그야말로 고결하고 거룩한 것이기 때문이다 .
가는 길
한국에서 가려면 이스탄불을 경유한 다음 터키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안탈리아로 갈 수 있다 . 한국에서 이스탄불까지 약 12 시간 소요 , 이스탄불서 안탈리아까지 약 1 시간 15 분 정도가 걸린다 . 터키항공 ( 매일 ), 대한한공 ( 매주 월 / 수 / 금 / 일 ), 아시아나항공 ( 화 / 목 / 토 ) 이 이스탄불 직항 편을 운항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