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한데 입을 모아 자연의 위대함을 찬양한다 . 흔히 좋은 관광명소를 지칭하는 ‘ 지상 최대의 낙원 ’ 이라는 수식어는 하루가 멀다 하게 바뀌고 ,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도무지 어디가 좋은지 모를 지경이다 . 하지만 그중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관광지가 있다 . 바로 중국의 주자이거우 ( 九寨溝 , 구채구 ) 다 . 중국 서남부 티베트 고원 ( 칭짱고원 ) 에서 쓰촨분지 ( 사천분지 ) 에 이르는 이 지역을 가리켜 사람들은 ‘ 인간 세계의 선경 ( 仙境 )’ 또는 ‘ 동화 속 세계 ’ 라고 극찬한다 . 세계의 수많은 낙원들 중에서도 주자이거우가 특히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하늘이 내린 신비의 세계 주자이거우로 동화 속 여행을 떠나보자 .
오색빛깔 찬란한 신비의 호수 , 우차이츠
주자이거우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중 하나인 황룽 ( 黄龙 , 황룡 ) 산에 가기 위해 주자이황룽 공항 ( 주황 공항 ) 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을 달린다 . 봄인데도 불구하고 창밖으로는 거센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 해발 3,100m 가 넘는 고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 황량한 고원을 한가롭게 거니는 방목된 야크 무리의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
버스에서 내리면 약 15 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야 하는데 제법 경사가 높다 . 높은 고도에서 설경을 즐긴 후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 울창한 나무들로 빼곡히 둘러싸인 산책로가 나온다 . 부슬부슬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약 1 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의 설명 . 높은 고도로 인해 고산증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 황룽산의 절경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운을 낸다 . 한 손에는 산소통을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
유네스코는 황룽산을 세계자연유산 (1992) 과 세계생물권 보호구 (2000) 로 지정했다 . 이에 걸맞게 주변의 원시산림은 자연 본연의 모습 그대로지만 , 산책로는 여행자들을 배려해 걷기 쉬운 길을 만들어 놓았다 . 어느 순간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 급한 마음에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발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 어떤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섯 가지 빛깔로 이루어진 호수라는 뜻의 우차이츠 ( 五彩池 , 오채지 ) 다 . 흡사 신이 그려놓은 풍경 그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오묘한 빛깔을 내는 호수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 만년설이 녹아내린 황룽산의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환상의 광경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
작은 연못 693 개로 이뤄진 우차이츠는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을 가졌다 . 연못에 고인 맑은 물이 마음을 정화해주며 연못 주변의 바위 , 울창한 삼림 , 흰 눈과 함께 최상의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동화 속 세계에 온 듯한 환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 사진에서 이곳을 보았을 때는 보기 좋게 수정을 했으리라생각했지만 , 이곳에는 그 모습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황룽과 우차이츠에는 말을 잇지 못할 놀라운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
원시적 자연이 보존한 원초적 아름다움
꿈같은 시간을 뒤로 한 채 다시 버스를 타고 주자이거우로 이동한다 . 주자이거우라는 이름은 9 개의 장 ( 藏 ) 족 마을이 있다는 데서 유래했으며 , 실제로 당나라 때부터 장족이 거주했다고 한다 . 총면적이 720k ㎡ 로 거대한 규모지만 실제 관광지로는 Y 자 모양의 약 50km 에 달하는 계곡 주변이 각광받는다 . 이곳은 다시 3 개의 골짜기 수이정거우 ( 수정구 ), 르저거우 ( 일즉구 , 임측구 ), 저차와거우 ( 측사와구 , 측자와구 )) 로 나뉘는데 , 특히 수이정거우에는 수려한 명소들이 한데 모여 있다 .
험준한 산악지대와 산림 생태계 등 원시적 자연이 잘 보전된 주자이거우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 티베트어로 웅장하다는 뜻의 눠르랑 ( 落日郞 , 낙일랑 ) 폭포는 넓이가 320m 로 중국에서 폭이 가장 넓은 폭포이며 , 우화하이호 ( 五花海 , 오화해 ) 는 햇빛에 비친 호수 빛깔이 다채로워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힌다 .
또한 주자이거우에서 가장 긴 호수로 길이 4.5km 에 달하는 창하이 ( 長海 , 장해 ), 다섯 가지 영롱한 빛깔로 탄성을 자아내는 우차이츠 ( 五彩池 , 오채지 ), 떨어지는 물보라가 진주방울을 연상시키는 진주탄 ( 珍珠灘 ) 폭포까지 . 이곳 주자이거우에는 말로는 표현 못 할 환상적인 명소가 너무나 많다 . 신은 이곳에 아름다운 동화 속 세계를 펼쳐 놓은 것이다 .
새 시대를 향해 역동하는 장족의 문화
주자이거우의 명소를 둘러본 후 내려오는 중 형형색색의 깃발이 내걸린 마을이 보인다 . 9 개의 장족 마을 중 가장 크다는 수정자이 ( 樹正寨 , 수정채 ) 다 . 마을 입구를 비롯해 곳곳에 높게 걸린 다섯 가지 깃발은 각각의 의미 ( 홍색 – 태양 , 황색 – 토지 , 녹색 – 강 , 청색 – 하늘 , 백색 – 구름 ) 를 지닌다고 한다 .
계속 이어지는 추운 날씨와는 달리 이곳 사람들의 미소는 따뜻하다 . 비록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보일지 몰라도 ,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면 역시 그들도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 이 미소는 대자연 속에서의 삶과 굳건한 종교적 신념이 결합해 형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입구에 있는 대형 마니차를 돌리면서 그들의 안녕을 마음속 깊이 기도하며 마을을 나왔다 .
대형 극장에서는 장족의 전통문화 공연을 상영 중이다 . 한 소녀가 오체투지를 하며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공연은 전통 악기 연주와 노래 , 춤이 어우러진 무대였다 . 빛을 이용한 높은 영상미와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공연은 낮에 보았던 그들의 수줍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그들의 전통은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내고 있었다 .
지리적 · 문화적으로 동떨어져 있어 이질적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장족 , 그리고 그들의 삶의 터전 중 하나인 주자이거우 . 이곳의 사람들은 어느새 현대적인 감각을 전통적인 문화와 융합시켜 새로운 생활의 방식을 영유해 나가고 있었다 . 전통의 수호 , 자연의 보전 , 종교적 · 이념적 갈등 등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은 많다 .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다 .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자이거우에서 새삼 돌이켜 보게 된다 .
가는 길
현재 주자이거우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 청두 ( 成都 ) 를 경유해야 한다 . 아시아나 항공 , 중국국제 항공에서 인천 ~ 청두 직항편을 운항한다 . 비행 소요시간은 약 4 시간 . 청두에서 주자이황룽 공항까지 비행기를 이용하면 약 45 분이 소요되며 , 버스를 이용하면 약 10 시간이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