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포르투갈
포르투의 오전 어느 때 , 거리엔 비가 흩날리고 있다 .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잿빛 하늘이 조금은 공허한 느낌이다 . 하지만 상벤투역에서 보게 된 파란색 타일 (Azulejo) 이 흐리던 포르투의 첫인상에 선명한 색깔을 어느 정도 되찾아 준다 . 한적한 역 안의 사람들 , 벽면을 가득 장식한 우아한 고전 그림들 모두가 시간과 날씨 감각을 조금씩 무뎌지게 한다 .
비가 그치고 되찾은 포르투의 색깔
역 밖의 날씨는 조금 쌀쌀하지만 , 아기자기한 색채가 가득한 고풍스러운 거리는 오히려 아늑함을 선사한다 . 역 맞은편으로 나와 구시가 지역을 거닐다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을 따라간다 . 언덕 위에 올라 거칠어진 숨을 잠시 고르고 나면 , 포르투 대성당을 만난다 . 이곳의 정식명칭은 클라라성당 (Igreja de Santa Clara) 이지만 , 포르투에서 가장 큰 성당이기 때문에 대성당 (Se do Porto) 이라고 부른다 .
12 세기에 건축된 대성당의 정면은 마치 요새처럼 튼튼해 보인다 . 입구 앞 엔히크 왕자의 청동 기마상은 곧게 올린 창만큼이나 기세 좋게 이곳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 우뚝 솟은 두 개의 탑은 언덕 위에서 도시 전체를 수호하는 듯하며 , 곳곳에 있는 성인 ( 聖人 ) 상들과 오랜 전통의 문양들은 그러한 대성당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것 같다 . 엄숙함이 깃든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 비단 종교인이 아닐지라도 사뭇 진지함이 감돌게 된다 .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 오래된 촛대들 , 기도를 드리는 곳곳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서둘러 성당을 나온다 .
대성당 밖으로 나오니 , 어느새 비는 그쳐 있다 . 언덕 아래로 길게 펼쳐져 있는 도루강 (Rio Duoro) 과 도시를 이루고 있는 주황색과 파스텔 톤이 어우러진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 이제야 항구도시 포르투가 온전한 색깔을 되찾은 듯하다 . 포르투갈 제 2 의 도시로 알려진 포르투는 낯설지만 따뜻한 색깔이 어울리는 작지만 , 아름다운 도시이다 . 은은한 색감과 더불어 차츰 파랗게 되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 다시 구 시가지를 따라 내려간다 .
투박하지만 서민적인 소소함이 매력
포르투라는 도시를 규정하는 말에 ‘ 화려함 ’ 이라는 말이 있을까 .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 행정수도라면 , 포르투는 경제수도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 하지만 현재의 포르투는 화려함 보다는 소소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조금은 투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 그래서일까 .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거리와 건물들이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온다 . 조그마한 골목길을 걷고 ,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들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
포르투는 여느 도시를 여행할 때와는 달리 , 여행지를 봐야한다는 강박관념 (?) 에서 조금은 비껴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 주황색 지붕들과 흰 벽의 조화가 만들어낸 거리들은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서 있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거리의 풍경은 포르투갈이 가지는 서민적이고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 대도시에서만 살아왔다면 , 그립기까지 할 소박한 도시의 소소한 풍경들 … .
다른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크지 않은 포르투를 다 돌아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엔히크 왕자의 마을 (Vila do infante), 성 ( 聖 ) 프란시스쿠 성당 (Igreja de Sao Francisco), 볼사 궁전 등 포르투 내에도 봐야할 명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 조급한 마음을 억누르고 , 언덕길을 내려가 강변에 있는 의자에 앉아 포르투의 가장 큰 명소 도루강을 바라본다 .
카이스 다 리베이라 (Cais da Ribeira) 라고 부르는 이 지역에는 하늘을 기세 좋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들과 조용한 카페와 레스토랑 , 그리고 다정해 보이는 연인들 몇몇만이 보일 뿐 비교적 한적하다 . 항구에 메어있는 작은 유람선들과 유유히 강가를 흐르고 있는 멋스러운 곤돌라를 보면 , 항구도시의 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
루이스 다리를 건너 향긋함을 머금다
노천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고 나서 , 이동한 곳은 바로 루이스 다리 (Ponte Luiz I). 포르투에는 총 5 개의 다리가 있는데 , 철골로 이루어진 아치형의 이 다리는 포르투를 상징하는 심벌이기도 하다 . 2 개의 복층으로 이뤄진 다리 중 아래에는 자동차가 다니고 , 위쪽에는 트램이 다니고 있다 . 트램을 타고 다리를 건널까 생각해보지만 ,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다리 위를 건넌다 . 온전히 철골로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 트램이 옆으로 지나갈 때면 다리가 흔들거리는 것이 느껴져 오싹한 (?) 느낌이 더해진다 .
구시가지 지역을 뒤로 하고 , 루이스 다리를 걸어 도루강을 건너면 포트와인 생산의 중심지역인 빌라 노바 데 가이아 (Vila Nova de Gaia) 지역을 만나게 된다 .Port 혹은 Porto 라 불리는 포르투 지역의 와인은 프랑스의 샴페인처럼 상표가 보호되고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 도루강변에서 보았던 작은 돛을 매단 배들은 와인 통을 운반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
이곳에는 저가 와이너리 투어와 와인 시음 프로그램이 가득해 와인 애호가들의 환심을 살만 하다 . 포르투에서 유래한 포트와인의 오랜 역사와 와인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 와인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곳의 와인을 한 번 맛보면 , 쉽게 그 향과 달콤함을 잊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
경제위기를 겪고도 , 묵묵하게 살아가고 있는 포르투갈 , 그리고 포르투 사람들의 소박하고도 서민적인 삶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 모두가 최신식 물건과 첨단시설에만 열광하고 있는 요즘 , 과거로 회귀한 듯한 포르투의 투박함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
전세계의 수많은 여행명소들도 물론 소중하지만 , 이곳에서 느끼는 과거의 향수는 애틋함을 넘어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주는 것 같다 .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언덕에 올라 포르투의 전경을 마음 속 한가운데에 깊숙이 담아두어야 할지 모른다 . 어쩌면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과거의 추억이 될지도 모를 테니까 … .
가는 길
현재 포르투를 포함해 우리나라 – 포르투갈 직항편은 없기 때문에 보통 프랑스나 독일 , 스페인 등 주변 유럽 국가를 경유해서 간다 . 포르투 공항에서 메트로를 타면 상벤투역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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