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어머니가 낮 동안 머무는 곳, 그곳엔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효드림요양센터에서 만난 돌봄의 철학
아침마다 어머니는 “노치원 가야지”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올해 아흔넷. 기억은 자주 흐려지고, 밤에는 불안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많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꼭 챙겨야 할 외출이 있다. 바로 효드림 요양 센터에 가시는 일이다.
이곳, 효드림요양센터에서 보내는 하루는 어머니에게 단지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 아니라, 존엄과 생기가 살아 있는 하루의 안식처다.
요양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혼자 지내시는 분들이다. 기억이 흐려지고, 몸이 아파지고, 밤이면 막막한 고요 속에서 위태롭게 시간을 버틴다. 그들에게 센터는 단순한 쉼터가 아닌 일상을 회복하는 ‘두 번째 집’이다.
강상수 원장은 이곳을 처음 시작할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엔 솔직히 돈을 벌어보자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아,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는 과거 친구가 운영하던 요양센터에서 일하며, 현장의 무게와 사람의 무게를 동시에 느꼈다. 그 후 직접 센터를 열었고, 지금은 그 선택이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직접 생명을 구한 기억도 있다. 한 어르신이 아파트 입구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강 원장은 훈련 받은 대로 하임리히법으로 즉각 응급처치를 해 목숨을 구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오랜 와상 상태로 모든 걸 포기한 채 센터에 왔지만, 재활 치료를 거쳐 지금은 동네 산책까지 가능할 만큼 회복되었다.
“그분이 활짝 웃으며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눈물이 날 뻔했죠.”
효드림요양센터의 하루는 분주하다. 아침 8시부터 차량이 돌고, 도착한 어르신들은 식사, 운동, 미술 치료, 회상 요법, 음악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활기를 되찾는다. 하지만 돌봄의 핵심은 프로그램의 개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의 밀도’에 있다는 것이 이곳의 신념이다.
강 원장이 말하는 ‘진짜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어르신들이 하루에 한 번이라도 더 웃으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게 저희 센터의 철학입니다.
노년엔 그런 순간이 더 귀하고 소중하니까요.”
돌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어르신의 손을 잡을 때, 이름을 불러드릴 때, 그 작은 순간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센터는 달라지고, 어르신의 하루도 달라진다.
센터는 단지 어르신을 돌보는 공간이 아니다. 가족을 지키는 보호막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어르신이 온전히 가정에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구성원의 일상과 삶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르신이 낮 동안이라도 센터에 계신다면,
가족도 숨을 고를 수 있고, 가정도 평화로워집니다.”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특히 독거 노인의 안전 문제, 많이 부족한 정부 지원, 그리고 보호자들의 끝없는 걱정은 언제나 남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어떤 하루에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고맙습니다’라는 것에 힘을 얻는다.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고마워요’라는 말을 매일 듣는 직업은 흔치 않죠.”
강 원장은 마지막으로 보호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자녀가 등교할 땐 보일 때까지 지켜보지만,
부모님이 외출하실 땐 ‘잘 다녀오세요’ 한마디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께도 조금 더 따뜻한 관심과 눈길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돌봄은 제도보다 사람이고,
치료보다 마음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작은 주간보호센터, 효드림이 존재하는 이유다.
미디어원 l 이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