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이만재 기자] 방대한 인력과 예산을 동원한 특검은 지난 반년 동안 한국 사회를 정쟁과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다.
수사는 애초부터 결과가 예견된 사안들이었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처음부터 범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안들이었다. 그럼에도 특검은 의혹을 키웠고, 사회 전체를 수사 국면으로 끌어들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코바나콘텐츠 협찬, 공천 개입 의혹까지. 특검이 다룬 사안들은 대부분 이미 수사와 판단의 경계를 지나온 것들이었다. 결론은 특검 스스로 확인했다.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았고, 직권남용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았다. 대통령 배우자는 현행법상 공직자로 규정되지 않는다. 대가성, 직무 관련성, 공모의 직접 증거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이는 수사의 미흡함이 아니라 범죄 구성요건 자체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특검은 대형 체제를 유지했다. 180일 동안 전담 인력이 투입됐고, 별도 사무공간과 수사·행정·공소유지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가동됐다. 공식 결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규모와 기간만으로도 국민이 부담한 혈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비용에 상응하는 법적 성과는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문제는 결론이 아니라 집행의 방식이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도주 우려도, 증거 인멸의 현실적 가능성도 없는 사안에서 구속은 예외여야 한다. 그럼에도 수사는 과도하게 확대됐고, 여론을 향한 발표가 앞섰다. 법정에서 다툴 사안이 공개 브리핑의 언어로 소비됐다. 사법 절차가 증명의 길을 택했는지, 정치적 연출의 길을 택했는지는 결과가 말해준다.
이번 사태는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과 대통령 배우자가 동시에 구속 수사의 대상이 되는 장면은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사법의 엄정함을 과시한 장면이 아니라, 사법이 정치의 무게를 떠안은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법치는 상징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절차의 절제와 요건의 엄격함으로만 유지된다.
특검은 “법의 한계”를 말한다. 그러나 법의 한계를 문제 삼기 전에,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 사안을 대형 수사로 확장하고, 사회 전체를 정쟁으로 몰아넣은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추상적 반성이 아니라, 명확한 정치적·제도적 평가로 귀결돼야 한다.
이번 180일은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 의혹은 수사로, 수사는 증명으로, 증명은 판결로 이어질 때만 정당하다. 그 순서를 거꾸로 세우는 순간, 사법은 정치의 도구가 되고 사회는 갈라진다. 다시는 같은 방식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비용은 언제나 국민에게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