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이 시작되자 한국 정치권 일부는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강하게 비난하며 이를 “침략”이자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전쟁을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쟁은 언제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논쟁 속에서 빠져 있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공습을 둘러싼 분노와 논쟁이 커지는 동안, 이란 내부에서 벌어졌던 훨씬 더 거대한 폭력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갔다는 점이다.
2025년 말부터 이어진 이란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시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실상 국가 권력이 자국민에게 행사한 대규모 폭력이었다. 이란 정부 스스로도 시위 진압 과정에서 약 3,100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많은 외신과 인권단체들은 실제 희생 규모가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일부 내부 자료와 의료계 보고에서는 수만 명 규모의 사망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이미 이란 정부가 인정한 숫자만으로도 이 사건은 현대 중동 정치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위 탄압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희생자들은 외국 군대가 아니라 이란 국민이었다. 대부분은 비무장 시위대였다. 다시 말해 전쟁터가 아니라 거리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란 사법 당국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에 대해 대규모 사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제 사회에서는 수백 명에 이르는 시위 참가자들이 처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보도에서는 900명에 가까운 규모의 사형 집행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란의 재판 절차가 매우 불공정하며 고문을 통한 자백이 사용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
이때 강한 정치적 경고를 보낸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였다. 그는 공개적으로 이란이 시위대를 처형한다면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후 일부 사형 집행이 중단되거나 연기됐다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이 과정의 모든 사실이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국제 정치 무대에서 이란의 대규모 처형 계획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강하게 압박한 메시지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벌어진 군사 충돌로 인한 사망자 수는 수백 명에서 많아야 천 명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란 내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 규모는 이미 그보다 훨씬 크다. 이란 정부가 인정한 숫자만 보더라도 그렇다. 다시 말해 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국 정부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이미 벌어졌다는 의미다.
이 사실은 이번 중동 사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전쟁이 단지 핵 문제 때문만인가 하는 질문이다.
공식적으로는 핵 프로그램과 군사적 긴장이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되고 있지만, 국제 정치에서 갈등이 단 하나의 원인으로만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란 내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와 그에 대한 잔혹한 진압, 그리고 대량 사형 논란 역시 중동 정세를 더욱 긴장시키는 요소가 되었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미국의 공습을 강하게 비판했던 일부 정치권은 과연 이란 정권이 자국민에게 가한 폭력에도 같은 강도로 분노했는가 하는 질문이다.
전쟁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전쟁만 비판하고 독재 정권의 폭력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완전한 인권의 언어라고 말하기 어렵다. 주권을 말하려면 그 주권의 첫 번째 피해자인 국민의 생명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미국의 폭격을 규탄했다면, 이란 정권의 총질도 같은 강도로 규탄했어야 했다.
전쟁을 반대했다면, 자국민을 향한 학살 역시 함께 반대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것은 인권의 언어가 아니다.
그저 상황에 따라 선택되는 정치적 정의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