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러져간 젊은 영령들,
그리고 중동의 전쟁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수많은 꽃다운 청춘들. 그들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떠올린다.
백학 — Журавли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전쟁터에서 쓰러진 병사들이
피 묻은 들판에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하얀 학이 되어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오래전부터
저 하늘을 날며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저 멀리 저 하늘을
쓸쓸하게 날아가는 학 떼 속에
나는 작은 틈 하나를 본다
아마도 그 자리는
언젠가 내가 들어갈 자리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학 떼가 나를 불러
저 회색 안개 속으로 데려가면
나는 학이 되어
하늘을 날며
이 땅에 남아 있는
당신들의 이름을 부르리라
이 노래는 다게스탄 시인 라술 감자토프의 시에서 시작되었다.
시인 나움 그레브뇨프가 이 시를 러시아어로 번역했고
작곡가 얀 프렌켈이 곡을 붙였다.
1969년 이 노래를 처음 부른 사람은소련의 국민가수 마르크 베르네스였다.
베르네스는 폐암 투병 중 이 노래를 녹음했고 녹음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이런 말이 전해진다.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울릴 노래를 직접 부르고 떠났다.”
이 노래가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1960년대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라술 감자토프는
원폭 피해로 세상을 떠난 소녀 사다코 사사키의 이야기를 듣는다.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속에서 병원 침대에서 종이학을 접던 소녀.
그러나 그 소녀는 천 마리의 학을 접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전쟁에서 쓰러진 병사들은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학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바로 이 시가 되었고
훗날 노래 〈백학〉이 되었다.
이 노래는 이후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러시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해석으로
다시 널리 알려졌다.
그는 2000년 이 노래를 녹음했고
은빛 머리의 바리톤이 부르는 이 곡은 마치 거대한 전쟁 레퀴엠처럼 들린다.
흥미롭게도 이 노래는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1995년 방영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이다.
1995년 1월 9일부터 2월 16일까지 방영된 **24부작 드라마 「모래시계」는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등이 출연했으며 최고 시청률 64%를 기록하며 전 국민이 시청했다고 할 정도로
당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었다.
방송 시간이 되면 거리의 식당과 술집이 텅 비어버렸다고 해서 ‘귀가시계’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 시절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 노래를 슬프고 아름다운 러시아 노래로 기억한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다.
덧붙임)
러시아에서 학(crane)은 전쟁에서 죽은 영혼을 상징하는 새로 여겨진다.
그래서 노래 〈Журавли〉(백학)은 러시아에서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로 널리 불린다.
다음 편 예고
한 곡의 역사② 대니 보이 (Danny Boy)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가운데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