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항전 외치는 이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②

사헤드 드론과 그 공급망
(이정찬 | 미디어원 발행인)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기는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드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무기가 바로 사헤드(Shahed) 계열 자폭 드론이다.
사헤드-131과 사헤드-136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고,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낮은 가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기로 평가된다.
사헤드 드론의 핵심은 가격 대비 전투 효율성이다. 서방 군사 분석기관들은 이 드론의 가격을 대체로 수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한다.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순항미사일과 비교하면 극단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이란은 상대적으로 값비싼 방공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드론을 운용해 왔다. 값싼 공격 수단으로 고가의 방어 자산을 소모시키는 전형적인 비대칭 전쟁 전략이다.

이 드론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중심 기관은 이란 국영 항공기업인 HESA(Iran Aircraft Manufacturing Industrial Company)와 혁명수비대 산하 연구기관들이다.
이란은 기체 설계와 조립 기술에서는 상당한 독자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드론 기체 구조물과 일부 추진 장치는 이란 내부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문제는 핵심 전자 부품이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와 여러 군사 연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사헤드 계열 드론에서 확인된 부품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산 전자 부품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GPS 모듈, 관성항법 센서, 전력 관리 칩과 같은 핵심 부품들은 대부분 민수용 전자제품에도 사용되는 이중용도(Dual-use) 기술이다.
이 부품들은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이란이 공식적으로 수입하기 어렵다. 그 결과 이란은 제재 회피형 조달망을 구축해 왔다. 민수용 전자 부품을 제3국을 통해 확보한 뒤 드론 생산에 전용하는 방식이다.

탄소섬유와 같은 항공용 소재 역시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이란이 만든 것은 단순한 드론이 아니라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과 기술 수준에 맞춘 공급망 구조다.
이 공급망이 작동하는 지정학적 공간 중 하나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의 핵심 항구인 반다르 아바스(Bandar Abbas)는 오랫동안 이란 해상 교역의 중심지였다. 반다르 아바스는 군사 항구이면서 동시에 상업 물류가 집중되는 전략 거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남쪽에는 오만의 무산담(Musandam) 반도가 있다. 이 지역은 오만의 월경지로, 아랍에미리트 본토와 단절된 독특한 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무산담 반도의 항구인 하사브(Khasab)는 오래전부터 비공식 교역과 밀수 거래가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사브와 반다르 아바스 사이의 거리는 약 60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소형 쾌속정을 이용하면 한 시간 이내에 해협을 건널 수 있는 거리다. 이 때문에 이 구간은 오랫동안 다양한 비공식 교역이 이루어지는 일종의 해상 교역 회랑 역할을 해 왔다.

이 경로를 통해 소비재, 전자제품, 의약품과 같은 다양한 물자가 이란으로 들어온다. 반대로 이란에서 나온 석유가 암시장으로 거래되는 경로 역시 이 지역을 통해 형성되어 왔다. 국제 제재가 강화될수록 이러한 비공식 교역 네트워크는 더욱 확대되었고, 이란 경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통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전략은 매우 분명하다.
드론 자체가 아니라 드론의 공급망을 공격하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드론 생산 시설을 주요 타격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탄소섬유 기체를 제작하는 산업 설비와 드론 생산 공장이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 설비는 한 번 파괴되면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완성된 드론을 보관하는 창고와 격납고 역시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금융 제재와 해상 감시를 통해 드론 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조달망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란의 UAV 프로그램에 부품을 공급한 제3국 기업과 중개 네트워크를 반복적으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결국 이번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공습 경쟁이 아니다.
드론을 둘러싼 공급망 전쟁이다.
많은 분석이 샤헤드 드론의 성능과 숫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개별 무기의 성능이 아니다.
전쟁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전쟁 지속 능력(War Sustainability)이 얼마나 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란은 비교적 저렴한 드론을 대량 생산해 미국과 비대칭 전쟁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그 드론을 하나씩 격추하기보다 드론이 만들어지는 조달망 자체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누가 먼저 전쟁의 한계에 도달하느냐, 다시 말해 War Sustainability의 경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드론은 전쟁의 한 요소일 뿐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 중요한 것은 국가가 버틸 수 있는 기반이다. 식량, 물, 에너지, 산업과 같은 요소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어떤 나라라도 장기전을 유지하기 어렵다.
다음 편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살펴볼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 바로 식량 공급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