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기사에 넘치는 ‘썰레발’ FT 원문과 달라진 보도… 전쟁 기사에서 가장 위험한 것

(미디어원)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이어지면서 국내 언론에서도 각종 군사 분석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쟁 보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장과 단정이다. 특히 해외 매체 보도를 인용하면서 원문의 맥락을 벗어난 표현이 등장하면 독자에게 전혀 다른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최근 한 경제지는 미국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으며 “수년치 무기가 소진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놓았다. 제목 역시 “전쟁 2주 만에 경고등”이라는 식으로 긴박함을 강조했다.

기사의 근거로 인용된 것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였다.
FT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the US has burned through ‘years’ of munitions”
그 문장을 그대로 직역하면 수년치 무기를 소진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이것을 미국 전체 무기고가 바닥났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큰 비약이다.
FT 기사 전체 맥락을 보면 이 표현은 미국이 토마호크나 패트리엇 같은 특정 고가 정밀무기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즉 전력 고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보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숫자의 맥락 역시 중요하다.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미군은 최근 5년간 약 370발의 토마호크를 구매했다.”
이 문장만 보면 독자는 미국이 토마호크를 370발 정도밖에 보유하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토마호크는 1980년대부터 생산된 미사일이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이 무기를 운용해 왔고 지금까지 생산된 수량은 8천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최근 조달 규모인 370발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제시하면 전체 재고 규모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번 전쟁에서 개전 초기 약 168발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은 의미 있는 숫자다. 최근 조달 규모와 비교하면 개전 초기 상당량이 빠르게 사용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곧바로 “수년치 무기 소진”이라는 표현으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더구나 토마호크는 전쟁 초기 단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무기다. 적의 방공망과 지휘시설, 군사 기지를 타격해 초기 제해권과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개전용 무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공권이 확보된 이후에는 토마호크의 사용 빈도가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전쟁 보도에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가능성과 현실을 구분하는 문제다.
기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설명하면서 “봉쇄됐다”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국제 보도들을 보면 실제 상황은 봉쇄가 아니라 봉쇄 위협과 긴장 고조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전쟁 기사에서 이런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전쟁 보도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틀린 정보가 아니라 맥락을 잃은 정보다.
특히 해외 언론을 인용할 때는 원문이 말하는 범위와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쟁은 이미 충분히 위험한 현실이다.
언론까지 여기에 과장된 언어를 보태면 상황은 더 왜곡된다.
전쟁 기사에서 필요한 것은 긴장감이 아니라 정확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썰레발’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