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편집국장 ㅣ 미디어원
서울시장 선거의 공기가 달라졌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승부는 이미 기운 듯 보였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압도하는 결과가 이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원오 대세론’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변화와 세대교체, 새로운 서울에 대한 기대가 상승세를 밀어 올렸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판은 흔들리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초박빙 양상이 이어진다. 서울 민심은 단순한 정치 구호보다 훨씬 현실적인 계산에 들어간 분위기다. 변화에 대한 기대와 도시 운영의 안정감 사이에서 다시 저울추를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일반적인 지방선거와 다르다
서울은 인구 약 940만 명이 살아가는 거대 도시다. 서울시 예산은 올해 51조 원을 넘는다. 웬만한 광역정부나 중견 국가와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교통, 주택, 도시 안전, 재난 대응, 복지, 청년 정책, 관광, 문화, 국제행사, 외국인 투자까지 서울시 행정이 시민 생활과 연결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렵다.
서울 지하철 한 번 멈추면 수백만 명의 일상이 흔들린다. 도시 안전 사고 하나는 시민 불안으로 이어진다. 주택 정책 변화는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행사 하나의 성패는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
서울시장 자리는 정치적 상징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결과가 매일 반복되는 자리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는 정치적 이미지 경쟁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누가 더 말을 잘하는가보다 누가 도시를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해진다.
정치와 행정은 비슷해 보여도 다른 영역이다
정치는 방향을 말한다. 시민의 지지를 얻고 시대정신을 설명하며 갈등을 조정한다. 그러나 행정은 실행이다. 조직을 움직이고, 예산을 배분하고, 사람을 쓰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정치인이 반드시 좋은 행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정치적으로 화려하지 않아도 행정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적지 않다.
정원오의 상승세는 인정할 부분이 있다. 성동구는 최근 몇 년 사이 도시 브랜드 개선과 생활 밀착형 행정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젊고 현장 중심 이미지도 강했다. 정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상승세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상승세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자리다. 성동구와 서울은 규모 자체가 다르다. 구청 행정과 수도 행정은 무게와 복잡성이 전혀 다르다. 수십 조 원의 예산, 산하기관, 도시 안전, 교통 체계, 부동산, 글로벌 경쟁력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성동구에서의 경험이 서울시 전체 운영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오세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세훈은 이미 서울시정을 운영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장기간 시정을 맡으며 축적된 행정 경험과 조직 운영 능력은 분명 강점이다. 대형 도시 정책을 실제로 추진해 본 경험 역시 쉽게 얻어지는 자산이 아니다. 물론 장기 재임에 따른 피로감, 일부 정책 논란, 시민 체감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검증받아야 할 영역이다.
다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고려할 때, 실제 운영 경험의 가치를 가볍게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서울은 정치 실험장이 아니다
서울은 누군가의 정치적 도약대가 아니다. 시민의 출근길과 집값, 안전과 복지, 도시 경쟁력이 매일 움직이는 생활 현장이다. 변화의 매력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수도 행정은 이상보다 실행, 구호보다 결과를 요구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결국 누가 더 선한 사람인가의 경쟁이 아니다. 정원오의 상승세도 검증 대상이고, 오세훈의 경험도 검증 대상이다. 다만 940만 시민의 삶과 51조 원이 넘는 예산이 움직이는 도시에서 시민은 결국 냉정한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은 인기보다 운영 능력이 먼저 검증돼야 한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경험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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