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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작권·드론사·사관학교, 국방을 정권 임기에 맞추지 마라

전작권 전환, 드론작전사령부 개편, 국군사관학교 통합까지 국방의 뼈대를 바꾸는 세 정책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전작권은 대통령 임기 내 전환 목표가 제시됐고, 사관학교 통합에는 전직 3군 참모총장 46명이 반발했다. 왜 국방의 시간표가 정권의 임기에 맞춰져야 하는가.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국방의 뼈대를 이루는 세 축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임기 내 완료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드론작전사령부는 작전 기능을 각 군으로 넘기고 ‘국방드론본부’로 개편되는 중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구체화됐다. 전쟁지휘체계, 미래전 작전체계, 장교 양성체계.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이 세 축을 한 정부가 임기 초중반에 몰아서 손대고 있다. 국방드론본부 개편안의 시행 예정일은 11월 1일이며, 국방부는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설치한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개혁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드론과 인공지능이 전쟁의 모습을 바꾸고 있고, 합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에도 이유가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근거는 나중에 채우고 일정부터 박아놓은 뒤, 반대가 나오면 “정치 개입 방지”나 “미래전 대비” 같은 더 큰 명분으로 덮어버린다. 세 사안 모두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걸 개혁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 생도들이 함께 도열해 경례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린 삽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은 단순한 학교 통합을 넘어 향후 수십 년 한국군 장교 양성체계를 바꾸는 문제다.

전작권 — 대통령이 먼저 시간표를 던졌다

전작권 논쟁에는 ‘주권 회복’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이미 군사주권이 있고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다. 실제로 다투는 건 전쟁이 났을 때 한미 연합전력을 어느 지휘체계에서 운용할 것이냐는 문제다.

한미가 합의한 방식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이다. 여기에는 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안정적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IOC·FOC·FMC는 이 가운데 첫 번째 조건에 포함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을 단계별로 검증하는 절차다.

그런데 이 절차와 별개로 대통령은 이미 임기 내 전환을 공언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에게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회복”이 한미동맹을 한 단계 심화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도 올해를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10월 SCM에서 2028년이 목표연도로 제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2028년은 아직 확정된 전환 시점이 아니다. 현재까지는 FOC 검증 결과 등을 토대로 SCM에서 목표연도를 정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단계다.

이걸 한국 대통령의 조급함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방전략은 북한 억제에서 한국이 주된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맡고 미국은 중요하지만 보다 제한된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을 명시했다. 미국의 한반도 주둔전력 태세를 재조정하려는 구상과도 연결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치적 욕심 하나로만 설명할 사안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순서가 뒤집혔다.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면 조건을 먼저 채우고 그 결과로 연도가 정해져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임기 내”를 먼저 말하고, 국방부가 “올해가 원년”이라고 화답한 뒤에야 검증이 뒤따라간다. FOC는 정량적인 군사능력 검증 비중이 크고, 마지막 FMC와 최종 전환 시기 결정으로 갈수록 종합적 평가와 양국 통수권자의 판단이 중요해진다. 정성적 판단의 여지가 커질수록 정치가 끼어들 가능성도 커진다. 목표연도에 맞추려고 잣대가 조용히 낮아져도 국민은 알 방법이 없다. COTP상 최종 전환 시점은 세 조건에 대한 평가와 SCM 건의를 토대로 양국 국가통수권자가 결정한다.

전쟁이 난 날 어느 체제가 더 잘 싸우느냐, 그게 유일한 기준이어야 한다. 2028년이든 2030년이든 그 답이 지금보다 낫다면 전환하면 된다. 지금처럼 연도를 먼저 정하고 검증을 거기 끼워 맞추는 방식은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 아니라 일정에 기초한 전환이다.

여러 군용 드론의 운용 방향이 뒤엉키고 지휘통제 인력이 혼선을 겪는 모습을 풍자한 삽화
드론작전사령부는 작전 기능을 각 군으로 넘기고 국방드론본부로 개편된다. 급조와 재개편이 반복되는 조직 운영의 혼선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드론사 — 두 번째 땜질

드론작전사령부는 애초에 충분한 논의 없이 서둘러 창설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조직이다. 창설 이후에도 각 군과의 임무 중복과 인력 차출, 역할 불명확 문제가 제기됐고,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하는 안까지 냈다. 국방부는 폐지 대신 개편을 택해, 오는 11월부터 작전 기능은 각 군으로, 정책·획득·실증 기능은 ‘국방드론본부’로 넘긴다. 국방부 관계자 스스로 기존 드론사가 “큰 고민 없이 급하게 창설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드론사를 급하게 만들면서 임무 중복과 역할 불명확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며, 이번 개편이 드론사를 없애는 게 아니라 본연의 역할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이 스스로 발등을 찍는다. 급하게 만들어서 문제였다면서, 그 문제를 또 몇 달 만에 뚝딱 발표하는 개편안으로 고치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 값싼 무인기가 전차와 방공망, 군함을 위협하는 지금 합동 드론작전 기능을 각 군으로 쪼개는 결정을, 창설 때와 똑같은 속도로 또 내리고 있다.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 생도들이 함께 도열해 경례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린 삽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은 단순한 학교 통합을 넘어 향후 수십 년 한국군 장교 양성체계를 바꾸는 문제다.

사관학교 —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논쟁을 바꿨다

정부는 지난 7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대전 자운대에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만들고 현재 2900여 명의 생도 교육을 위해 세 학교에 분산된 약 3000명의 지원인력과 교수진·시설을 통합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방부가 통합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교육 중복과 조직 효율성, 학령인구 감소, 미래전 대응 등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느 기고자는 70% 중복이라는 수치가 착시라고 반박한다. 한국군은 통합군이 아니라 합동군이라, 각 군의 전문성을 먼저 갖춘 뒤에야 진짜 합동성이 나온다는 논리다. 실제로 영관급이 되면 자운대의 각 군 대학과 합동군사대학에서 합동작전을 배우는 체계가 이미 돌아가고 있다. 사관학교 단계부터 합쳐야 그 체계보다 나은지는 아직 답이 없다.

이 논쟁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건 다른 데 있다. 8월 5일 대통령은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쿠데타를 무려 3번이나 한 중심이 육군사관학교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질문도 했다. 여당 원내대표도 다음 날 “세 번의 쿠데타에도 육사는 단 한 번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옹호했다.

발언 다음 날인 8월 6일, 전직 육·해·공군 참모총장 46명이 공동 입장문을 냈다. “특정 사관학교 출신 일부 군인의 정치 개입을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고 사관학교 통합을 예방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어긋난다”는 게 골자다. 한민구·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육군 18명, 해군 13명, 공군 15명이 이름을 올렸고, 이재명 정부에서 해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가 계엄 관여 의혹으로 사퇴한 강동길 전 총장까지 동참했다. 3군 전직 참모총장이 특정 정부 정책에 공동 입장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논쟁의 축이 옮겨갔다. 합동성이냐 조직 효율화냐를 따지던 자리에, 쿠데타 예방이냐 아니냐는 물음이 끼어들었다. 46명의 참모총장은 통합이 예산을 절감하는 게 아니라 천문학적 예산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대통령이 쿠데타를 통합의 명분으로 끌어들인 순간, 규모의 경제나 합동성 같은 군사적 근거는 설 자리를 잃었다.

반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들어주지 않아서다

세 사안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패턴이 보인다. 정치적 목표를 먼저 세우고, 거기 맞는 근거를 나중에 붙이고, 검증과 공론화는 발표 이후에야 형식적으로 따라온다.

그렇다고 반대가 없는 건 아니다. 3군 전직 참모총장 46명이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사건 자체가 무겁다.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됐던 인사까지 여기 이름을 올렸다. 진영 논리가 아니라 실제 우려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재검토가 아니라 “쿠데타”라는 더 큰 명분으로 덮는 쪽이었다. 국방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았다. 적어도 정부가 현재까지 공개한 정책 방향에서 46명의 문제 제기가 정책 내용을 바꿨다는 흔적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는 공청회와 세부계획 수립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

국군통수권은 대통령이 원하는 군대를 만들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 국민과 영토를 가장 안전하게 지킬 군대를 만들라고 맡긴 권한이다. 부동산정책이나 세금제도는 잘못되면 다시 고치면 된다. 하지만 전쟁지휘체계의 결함은 전쟁이 시작된 뒤에야 드러날 수 있고, 장교교육의 실패는 20년 뒤 그 세대가 지휘부가 됐을 때 나타난다. 그때는 기자회견 한 번으로 되돌릴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드론작전 조직을 바꾸지 말자는 것도, 사관학교를 지금 모습 그대로 두자는 것도 아니다. 필요하면 바꿔야 한다. 다만 바꾸려는 쪽이 먼저 증명해야 한다. 지금보다 강해지는지, 억제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유사시 더 빨리 지휘할 수 있는지.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답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아니라, 반대자를 잠재울 더 큰 명분이었다.

왜 대통령 임기 안에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나머지는 다 부차적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대한민국 군대는 다음 대통령에게도, 그다음 대통령에게도 남는다. 그 군대를 믿고 살아야 하는 국민도 남는다. 정권에는 임기가 있어도 국가에는 임기가 없다. 국방정책의 시계는 청와대가 아니라 전쟁터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나라가 살아 있어야 그다음 정치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