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좋아하는 엄마와 딸, 휴식을 외치는 아빠, 모험을 떠나고 싶은 아들, 이들의 모든 바람을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여행지가 있을까.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요소이다.
7107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마닐라를 거쳐 수빅-클락-팔라완으로의 일정이 그것이다.
# 마닐라에서부터 출발
인천에서 3시간 30분 비행이면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다. 필리핀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마닐라에서 인트라무로스, 산티아고 요새, 마닐라 대성당을 둘러보자.
스페인 식민시대에 꿋꿋했던 필리핀 사람들의 애국심이 서려있는 곳이다.
마닐라에서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시내에 위치한 메가톤급 쇼핑몰 ‘몰 오브 아시아’에서 서로의 옷을 골라주며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낮 동안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온 가족이 함께 아시아 최고의 일몰로 꼽히는 ‘마닐라 베이’에 들러 석양을 감상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코스이다.
# 가족여행의 다크호스, 수빅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수빅’은 가족여행의 메인 코스다. 수빅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정말 필리핀인가 하는 탄성을 토하게 된다.
‘동양의 캘리포니아’라는 별명에 걸맞게 잘 정돈된 도로와 곳곳에 떠있는 요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빅을 방문하면 ‘JEST 캠프’에 참가해 보자. JEST 캠프는 미군들의 캠프였던 곳을 개조해 정글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군에게 밀림에서 생존법을 가르쳤던 아이타족이 대나무와 칼을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들고, 대나무에서 레몬 맛이 나는 수액을 뽑아내는 시범을 보인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다 만들고 난 후 불을 피우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동남아 유일의 해양 테마 파크인 ‘오션월드’는 건물 속에 하나의 작은 바다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담수와 바닷물에서 생활하는 각종 어종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진 대형 수족관은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자연과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또한 돌고래와 조련사가 함께 펼치는 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쇼가 끝난 후에는 가족이 함께 돌고래 먹이를 주거나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
# 피나투보서 즐기는 화산트래킹
수빅 바로 옆에 위치한 클락으로 이동하면 ‘피나투보 화산’이 있다. 피나투보 화산은 1991년 6월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가장 최근까지 활동한 화산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아 원시적인 느낌 그대로인 피나투보 화산 트래킹은 차로는 지나기 힘든 구불거리는 길을 재가 섞인 엄청난 먼지를 맞으며 지나야 하기 때문에 마치 콜럼버스 같은 모험가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고생 끝에 다다르게 되는 정상에는 에메랄드빛 칼데라호가 기다리고 있다. 모래 바람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 마냥 가슴 뛰는 설렘을 경험하게 된다.
# 바다 속 파라다이스, 팔라완섬
필리핀의 마지막 비경이라고 알려져 있는 팔라완은 버진섬의 미니군도. 아름다운 비치는 팔라완의 산악지대와 대조를 이룬다. 지친 여행객들에게는 평안과 고독함으로 다가서는 반면 정열적 모험가들에게는 매력적인 탐험지로 여겨진다.
폭포와 웅장한 산, 원시시대의 동굴, 자연 그대로의 비치로 둘러싸여 있다. 또한 다양하고 화려한 이름 모를 해양 생물들이 가득하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이국적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팔라완이다.
필리핀 군도는 각종 물고기와 산호들에게 최고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투바타하 암초 국립 해양공원’은 팔라완섬 앞바다의 술루해 한 가운데에 있는 3만 3200Km 해역으로, 동남아 최대의 산호초와 귀중한 해양생물들로 이뤄진 바다 낙원이다. 1993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해양공원 중심에는 크고 작은 2개의 환초가 넓이 8Km의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 2개의 환초 주변에는 남중국해와 셀레베스해로 흘러오는 하류가 공급하는 풍부한 영양분을 지닌 바다가 펼펴져 있다. 바다 속에는 거대한 산호초와 갖가지 열대어가 서식하며 장관을 이룬다.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바다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바다 속 물고기 떼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팔라완에서 지하 동굴 국립공원에 자리잡은 ‘지하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강 중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 강이자 불가사의 중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강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수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또한 스위스 소재의 신 7대 불가사의 재단이 ‘세계 28대 자연명소’를 공식 발표했는데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동굴국립공원’이 한국의 제주도,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과 더불어 세계 7대 자연명소의 최종 후보 자격인 ‘세계 28대 자연명소’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