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쌀한 사랑이 머무는 곳, 베로나

#달콤한 설렘, 레터 투 줄리엣

50년 전 쓰인 러브레터에 답장을 했는데, 편지가 온다면? 그것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 베로나에서.

영화 레터 투 줄리엣은 뉴욕의 바쁜 거리에서 시작한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정보수집만 하는 그녀 소피. 이탈리아 레스토랑 개업을 앞둔 예비신랑 빅터 덕분에 식 전에 신혼여행을 먼저 떠나게 된다. 하지만 이 남자 대책이 없는데, 친구에게 소개받은 포도농장과 식재료 판매점만 둘러본다.

베로나에 남겨진 소피는 끌려가듯 줄리엣의 집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로미오가 줄리엣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발코니가 재현돼 있고, 줄리엣의 동상이 있다. 반질거리는 줄리엣의 오른쪽 가슴과 빼곡하게 붙여진 편지, 편지들을 떼어가는 여인을 소피는 따라간다. 실제 모든 편지들에 꼬박 답장을 해주는 이들은 줄리엣의 비서로 불리는 시 공무원이라고 한다. 이들을 돕는 중 우연히 발견한 50년 전 편지에 답장을 하게 되는 소피, 실제 주인공인 클레어와 손자 찰리를 만나 편지 속 주인공 로렌조를 찾아 간다. 조금은 황당하고 작위적이지만 그 역시 어떠하리, 이곳은 사랑의 도시 베로나인걸.

#베로나, 영원한 사랑의 도시

여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베로나는 도시 색 조차도 핑크빛이다.

‘로쏘 데 베로나’로 불리는 분홍색 석회암으로 지어진 궁전과 집들은 혼자 온 관광객의 맘을 허전하게하기 충분하다. 누군가는 ‘베로나에는 혼자 가면 안 된다, 아름다운 도시와 줄리엣의 발코니를 보면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고 싶어진다’ 고 하니 그 매력은 이미 마력에 가깝다.

로마에서 베로나 포르따 누오바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구입해야 할 것이 베로나 카드다. 역 안에 타바찌가 있는데 1일권은 10유로, 3일권은 15유로에 판매된다. 이 패스가 명소의 입장권이자 교통권이 되니 넉넉히 3일권을 사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관광을 위해 역에서 나와 공원을 오른편으로 두고 15분을 걸으면 포르따 누오바 성문을 지날 수 있다.

눈앞에 중세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면 그곳이 브라 광장이다. 곳곳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원형경기장 아레나를 둘러싸고 있어 어디 앉아도 경기장을 볼 수 있다.

베로나의 배꼽에 위치한 아레나는 이곳의 상징적 건축물로, AD30년경에 세워진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경기장이다. 여름에 열리는 오페라 축제의 무대기도 한 이곳의 단골 공연은 단연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상연되는 오페라를 보고 싶다면 6월에서 8월 사이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입장료만 내고 세계적인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줄리엣의 집은 명품거리 마치니의 유혹을 뿌리친 직후, 카펠로거리 23번지에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관광객을 따라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 앞에 걸린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지나면 줄리엣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인데, 동서양을 떠나 사랑을 이루고픈 욕망은 똑같았다. 지금도 그곳에는 프로포즈를 하는 관광객이 많다고 하니, 운이 좋다면 로맨틱한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줄리엣의 집에서 걸어서 4분 거리, 에르베 광장이 자리하고 있다. 하얀 파라솔이 늘어선 긴 광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유럽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햇살 아래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면 람베르티 탑으로 올라가자. 엘리베이터를 탈 경우 베로나 카드가 있어도 추가 1유로를 지불해야하지만, 걸어 올라가면 무료다. 단, 86m 높이, 369개의 계단을 걸어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1유로를 지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람베르티 탑 꼭대기 에서는 뻥 뚫린 하늘 아래로 시 전체를 볼 수 있고, 멀리 알프스도 볼 수 있다.

에르베 광장을 나와 아치형 문을 지나면 시뇨리 광장으로 갈 수 있다. 이곳 중앙에는 피렌체의 외교관으로 왔던 단테의 상도 볼 수 있는데, 단테를 보니 베아트리체가 떠오른다. 사랑했지만 평생 만날 수 없었던 단테의 로맨스, 기분파인 이탈리아 인의 기질도 많은 비극과 희극 그리고 그것을 창작한 작가의 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젤라또, 파스타, 피자. 먹거리 천국

이탈리아에 왔다면 원조격인 음식도 맛봐야 한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나 추운 겨울에도 노천카페의 젤라또 아이스 크림은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그 마시니 거리(Via G Massini)에 파타고니아 라는 젤라또 가게가 근방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발디딜 틈 없이 꽉 찬 가게는 여행자들에게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주기 마련. 1스푼에 1유로로 보통 2스푼을 먹는다. 모든 가게가 직접 젤라또를 만들어 맛도 각각 틀리지만, 이곳은 색도 예쁘고 재료도 풍성하게 들어갔다는 귀띔이다.

또, 아레나 근처에는 ‘피쩨리아 나스트로 아쭈로’ 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언제나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주 메뉴는 피자지만 스파게티나 샐러드, 미네스트로네다. 아레나를 바라보며 식사를할 순 없지만, 맛에 있어선 주변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식사시간에 테라스에 앉으려면 조금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실내에도 식탁이 마련되어 있지만 담배 연기와 음식 냄새로 갑갑할 수 있다.

베로나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다. 아레나 근방에는 레스토랑들이 아주 많지만 상당히 비싼 편이다. 아레나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테라스를 가진 레스토랑들의 음식 가격은 그다지 비싸 보이지 않을지라도, 코페르토(자리 값)와 세르비치오(서비스료)를 합치면 예산을 훌쩍 넘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

작고 아기자기한 도시 베로나. 당일치기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찍고 턴’ 여행이 될 뿐이다. 도시의 매력에 취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하루나 이틀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명소가 아니라도 역사가 오랜 도시니 호텔에서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천천히 걸으면서 관광하기 좋다.

굳이 유명한 영화의 촬영지가 아니어도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 베로나. 지난여름, 수많은 사람의 추억과 함께 우리 마음도 에르베 광장 한 켠에 조용히 묻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