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식량난에 분노 폭발…쿠바 Morón 시위, 공산당 건물 방화

외신 “정전과 경제 붕괴 속 시민 불만 확산”

(미디어원)쿠바 중부 도시에서 공산당 건물이 공격받고 불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극심한 전력난과 식량 부족 속에 시민들의 분노가 거리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Associated Press는 14일(현지시간) 쿠바 시에고 데 아빌라(Ciego de Ávila) 주 Morón 시에서 시위대가 공산당(PCC) 건물을 공격하고 내부 집기를 거리로 끌어내 불태웠다고 보도했다.
AP 보도에 의하면 시위는 대규모 정전과 생활 필수품 부족에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발생했다. 현지 주민들은 거리에서 “자유(Libertad)”를 외치며 행진했고 경찰과 보안 병력이 현장에 투입됐다.

쿠바 독립 매체들은 시위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체포됐으며 일부 충돌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사람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쿠바 정부는 사건 규모나 피해 상황에 대해 공식적인 상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보도에서 쿠바 전력 시스템이 심각한 연료 부족과 발전소 노후화로 인해 하루 수 시간에서 길게는 20시간 가까운 정전이 발생하는 지역도 있다고 전했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식품 저장과 유통도 타격을 받고 있다. 냉장·냉동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식료품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uters는 쿠바가 현재 1990년대 ‘특별시기(Special Period)’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쿠바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관광 산업 붕괴, 미국 제재, 외화 부족 등이 겹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연료 수입 감소까지 겹치면서 전력 생산과 교통, 식량 공급이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수십만 명의 쿠바인이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쿠바 시위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반정부 시위가 정치적 구호 중심이었다면 최근 시위는 전기와 음식 같은 생활 문제에 대한 분노가 직접적인 촉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쿠바는 한때 카리브해 사회주의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지금 섬 전체는 전기가 꺼진 밤과 비어가는 식탁 사이에서 버티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Morón에서 시작된 작은 불길이 쿠바 사회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내는 신호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국지적 소요로 끝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