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김종서함 4부작 | 이전 기사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대호 김종서함’의 무장 제원을 언뜻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선체는 8,200t급으로 세종대왕급(7,600t급)보다 덩치를 키웠고, 첨단 이지스 전투체계(베이스라인 9)를 얹어 탄도탄 탐지·추적과 해상 기반 미사일방어 능력을 확장했다. 그런데 미사일을 장착하는 수직발사관(VLS)의 총 문수는 오히려 줄었다.
세종대왕급(KDX-Ⅲ Batch-Ⅰ)의 수직발사관은 총 128셀에 달했다. 미국제 Mk.41 VLS 80셀과 한국형 K-VLS 48셀을 조합한 압도적인 물량으로, 미 해군의 순양함마저 능가하는 ‘세계 최대급 미사일 탄창’으로 통했다.
반면 정조대왕급(KDX-Ⅲ Batch-Ⅱ) 3번함인 대호 김종서함의 수직발사관은 88셀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확히 40셀이 빠졌다.
그렇다면 한국 해군은 왜 최신예 함정을 만들면서 발사관의 숫자를 줄였을까.
이것을 단순한 ‘무장의 후퇴’로 읽는다면 현대 해상전의 변화와 한국 해군의 고도화된 전략을 놓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세종대왕급 vs 정조대왕급 수직발사관(VLS) 구성 비교

128과 88은 같은 상자가 아니다… K-VLSⅡ가 바꾼 무장 체급
88셀이라는 숫자의 이면에는 ‘K-VLSⅡ’라는 완전히 새로운 무기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대호 김종서함에는 기존 K-VLS보다 더 큰 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국산 차세대 수직발사체계 K-VLSⅡ 24셀이 탑재된다.
K-VLSⅡ는 더 높은 발사 압력과 열을 견디면서 차세대 함대지·함대함 유도무기와 장거리 함대공유도무기 등 대형화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체계다.
작은 규격의 미사일 여러 발을 싣는 대신 더 큰 유도무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함내 공간을 넓고 깊은 발사관으로 재편한 것이다. ‘저장고가 줄어든 것’이라는 한 문장만으로는 이 변화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다.
함대방공과 전략 타격 사이… 해군이 풀어야 할 현실적 운용 과제
물론 이러한 선택이 남긴 고민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조대왕급의 미국제 Mk.41 발사관은 48셀로, 세종대왕급(80셀)보다 32셀이 줄었다. Mk.41은 광역 함대방공을 책임지는 SM-2와 신규 도입되는 SM-6가 들어가는 자리다.
미 해군의 주력 알레이버크급 Flight Ⅲ는 96셀, 중국의 055형 구축함은 112셀, 일본 해상자위대의 마야급 역시 96셀의 VLS를 유지하고 있다. 주변국 이지스함들과 비교할 때 48셀의 장거리 방공 탄창은 대규모 공중 위협과 대함미사일 포화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경우 결코 여유 있는 수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대호 김종서함은 ‘어떤 미사일을 어떤 비율로 채울 것인가’라는 정교한 탑재 포트폴리오를 요구받는다. 탄도탄 방어용 SM-6, 중거리 방공용 SM-2, 그리고 K-VLSⅡ에 들어갈 차세대 대형 유도무기의 수량을 임무에 맞게 최적화해야 하는 작전적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는 무장의 부족이 아니라, 단일 함정이 수행해야 할 임무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졌음을 뜻한다.
1963년 美 퇴역함에서 2027년 독자 이지스까지… 64년의 궤적
88셀의 전략적 배치를 가능하게 한 바탕에는 대한민국 해군과 방위산업이 걸어온 64년의 기술 자립 역사가 짙게 배어 있다.
1963년 한국 해군이 최초로 도입한 구축함은 미 해군이 2차 대전 당시 쓰다 퇴역시킨 중고 플레처급 구축함 충무함이었다. 자체 설계나 건조 능력은 꿈조차 꾸지 못하던 시절, 미군이 넘겨준 낡은 배를 수리해 쓰며 영해를 지켰다.
그로부터 64년이 흐른 2027년 12월,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독자 개발한 차세대 수직발사체계 K-VLSⅡ를 탑재한 8,200t급 정조대왕급 3번함 ‘대호 김종서함’이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나아가 2030년대 초반 인도될 차기 한국형 구축함 KDDX에 이르면 다기능 레이더부터 전투체계까지 국산화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남의 손에 의존하던 탄창 크기 경쟁에서 벗어나, 우리가 스스로 개발한 중화력을 우리가 만든 배에 얹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전략 타격함을 얻은 해군, 이제 ‘숫자의 한계’를 묻는다
대호 김종서함의 88셀은 단순한 발사관 축소가 아닌, 한국 해군이 ‘넓은 방공망을 펼치는 배’에서 다양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가진 해상 전략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그렇다고 40셀 감소를 무조건 진보라고 포장해서도 안 된다. 장시간 함대방공전에서 탄창의 깊이는 여전히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한 척의 함정이 막강한 전략적 억지력을 쥐게 된 지금, 시선은 자연스럽게 함정 개별 제원에서 함대 전체의 운용 구조로 확장된다.
세종대왕급 3척과 정조대왕급 3척, 도합 6척의 이지스함.
정비와 훈련, 작전 배치가 맞물려 돌아가는 해군의 ‘3직제(3교대)’ 주기 속에서, 대한민국 해군은 과연 6척의 이지스함만으로 동·서·남해와 제주 남방 해상교통로를 온전히 방어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단일 함정의 완성을 넘어, 이제 기동함대 전체의 지속 작전 능력을 냉정하게 짚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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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함대와 ‘3교대’ 운용의 현실… 6척의 이지스는 과연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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