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로벌 기업의 임원 테이블이나 워싱턴의 핵심 관료 조직을 직접 경험해 본 이들은 그들이 공유하는 특유의 행동 양식을 정확히 이해한다. 미국인들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상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정중하며, 나이스한 태도로 상대를 대한다. 상대방의 사정을 경청하고 소명의 기회도 충분히 보장한다.
그러나 냉철한 평가 끝에 시스템 차원에서 끝났다(Done)는 결론을 내리는 순간, 그 정중함은 일순간 얼음장 같은 단호함으로 바뀐다. 한번 내려진 결정에 대해 미국은 결코 뒤를 돌아보거나 번복하지 않는다. 그 결정을 되돌릴 만큼 상대가 압도적인 외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대체 불가능한 카드를 쥐고 있지 않는 한, 닫힌 문은 결코 다시 열리지 않는다.
국내 정치권과 기성 언론은 여전히 미래형 시제를 쓰며 동맹의 위기가 올 수 있다거나 파국의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라며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파국의 청구서는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이미 도착해 있으며, 파국은 이미 현실에서 집행되고 있다.
가장 참담한 진실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에는 이 사태를 되돌릴 능력도, 문제를 직시하고 수습할 최소한의 의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다 보고 있다… 국내용 정치 구호에 내린 냉혹한 결론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착각 속에 갇혀 있다. 여의도 국회와 광장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무책임한 반미 구호를 외치고, 실익 없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동맹의 신뢰를 갉아먹으면서도 국내 정치용 수사였을 뿐이라며 워싱턴을 달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정밀한 대외 정보 수집 능력을 간과한 치명적인 오판이다. 미국의 대외 정보망과 동맹 감시 메커니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하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의 공개 발언은 물론, 정책 결정권자들의 은밀한 기류, 심지어 정권 핵심부의 대중 대북 물밑 동향까지 미국은 실시간으로 낱낱이 들여다보고 판단 장부에 기록해 둔다.
국내 정치용으로 쏟아내는 무책임한 언동을 미국이 모를 것이라 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지독한 단견이다. 워싱턴의 안보 관료들은 한국 정치권이 보여온 가벼운 행태를 오랫동안 냉정하게 지켜본 끝에 단호한 결론을 내렸다. 대한민국의 현 안보 라인과 정치 세력은 국가 기밀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진지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미국은 시끄럽게 반박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체크리스트에 붉은 깃발(Red Flag)을 꽂았고, 시스템적으로 밸브를 잠갔을 뿐이다.
뚫려버린 방첩망과 표류하는 간첩법… 자초한 신뢰의 자멸
워싱턴이 빗장을 걸어 잠근 본질적 이유는 지난 수년간 한국 내부에서 벌어진 체계적인 안보 해체와 방첩망 붕괴에 있다.
단적인 상징이 멈춰 선 간첩법이다. 첨단 반도체와 방산 기밀, 국가 핵심 기술이 외국으로 줄줄 새어나가 국가의 명운을 흔들고 있음에도, 현행 대한민국 형법은 오직 적국(북한)만을 간첩죄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우방국이나 다국적 기업, 제3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는 간첩죄로 처벌조차 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입법 공백을 수년째 방치해 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핵심 기술과 군사 기밀을 한국에 넘겨줘 봤자, 이를 지켜낼 최소한의 법적 금고조차 없다는 현실에 질려버린 셈이다.
여기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인한 국내 방첩 역량의 와해,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정보기관 수뇌부의 파행과 정치적 기밀 누설 논란이 쐐기를 박았다.
미국 정보공동체는 한국을 향해 수차례 물밑에서 경고를 보냈으나, 한국 정치권은 정쟁에 갇혀 이를 철저히 묵살했다. 결국 미국은 스스로 집안 단속도 못 하는 파트너에게 우리의 최고 자산을 공유할 수 없다는 단호한 결론에 도달했다. 상대가 자초한 자업자득의 결과다.

눈먼 군대의 비극과 전작권 전환의 거대한 허구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 주장은 비극을 넘어선 희극에 가깝다.
현대전의 승패는 포탄의 숫자나 전투기의 기총이 아니라, 적의 지휘부와 미사일 기지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감시 정찰(ISR) 능력에 달려 있다. 한국군 독자 자산만으로는 북한 전역의 핵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나 지하 시설의 이상 징후를 추적하는 데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미국의 초정밀 정찰위성과 글로벌호크, 특수 신호감청 자산이 보내주는 원시 데이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한국군은 순식간에 앞을 보지 못하는 눈먼 군대로 전락한다.
눈이 멀어버린 군대가 어떻게 전작권을 가져와 전구 작전을 주도하겠다는 말인가. 적의 움직임을 스스로 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외치는 전작권 전환은 공허한 정치적 구호이자 대국민 기만에 불과하다.
미국이 전략 정보의 공급을 멈추자마자 군 최고 지휘부가 허둥대는 현실은, 한국 국방이 그동안 얼마나 미국의 정보 우산에 무임승차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파국… 안보와 경제에 날아든 최종 청구서
미국이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나라라면, 한국이 그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체 불가능한 외교적 역량과 압도적인 신뢰 회복의 조치뿐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와 외교 안보 라인에 과연 그러한 역량이 존재하는가.
정부와 정보당국은 여전히 오해가 풀렸다거나 사실무근이라는 무책임한 면피용 해명에 급급하다. 문제를 문제로 인정하지 않으니 고칠 의사도 없고, 고치려 해도 이미 워싱턴의 신뢰 장부에서 지워져 설득할 능력조차 없다.
이 단호한 고립은 안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비롯한 실세 참모진은 안보와 통상을 연계해 거래하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들이다. 한국 대기업들이 약속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는 결코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기술 보호와 방첩도 못 하는 나라에 첨단 공급망을 어떻게 맡기나라는 미국의 차가운 압박 앞에 고스란히 족쇄로 돌아오고 있다.
73년 동맹의 종언… 남겨진 파국의 시간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73년 동안, 대한민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굳건한 안보와 정보의 그늘 아래서 기적 같은 경제적 번영을 누려왔다. 피로 맺어진 그 동맹의 핵심은 조약의 문구가 아니라, 양국 정보기관이 가장 깊은 국가 기밀을 아낌없이 나누던 무조건적 신뢰였다.
그 73년의 신뢰가 지금 회복 불가능한 파국을 맞이했다. 미국은 냉철한 검토 끝에 너희는 더 이상 자격이 없다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고, 문을 걸어 잠근 채 결코 뒤돌아보지 않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복원의 능력도, 현실을 직시할 의사도 없이 닫힌 문밖에서 헛된 희망만 품고 있다.
파국의 청구서는 이미 도착했고, 카운트다운은 끝났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내린 미국, 그리고 눈먼 군대가 되어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린 대한민국. 73년 한미 동맹이 마주한 가장 비극적이고 냉혹한 파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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