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은 러시아를 위해 싸웠다. 우크라이나군은 그 북한군 포로 두 명을 생포해 한국으로 보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대사 소환에 이어 공관원 절반가량의 철수 결정이었다. 북한군의 실전역량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상대국과 외교적 갈등을 확대하는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일 우크라이나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8일 대사 소환, 20일 공관원 일부 철수 결정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예고한 대응은 현실이 됐지만, 누가 철수를 최종 지시하고 승인했는지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안보와 교민 보호, 중장기 경제협력에 걸친 결정의 책임 소재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 공관 철수로 이어졌다
갈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 위반이라고 항의했고, 우크라이나는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맞섰다.
정부는 북한에 남은 포로 가족의 안전을 이유로 들었다. 보호 필요성은 중요하다. 실제로 합의가 있었다면 지켜야 한다. 그러나 양국이 합의의 존재와 범위를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대사 소환에 이어 공관 규모 축소까지 선택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 부재와 계속되는 러시아의 공습 위험을 함께 제시했다. 대사관을 폐쇄하거나 국교를 단절하는 것은 아니며, 대사대리와 영사 인력은 남는다. 그렇지만 외교적 압박을 위해 스스로 현지 활동 역량을 축소하는 선택의 효과와 비용은 설명돼야 한다.
북한군의 현대전 기술·실전 경험·전투역량…우크라이나 정보의 가치
이번 사태에서 먼저 계산할 것은 돈이 아니라 국가안보다. 북한군은 러시아 전쟁에 투입되면서 드론과 정밀타격 무기가 지배하는 전장에 적응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군이 초기 전투에서 드론 공격에 피해를 입은 뒤 분산 기동과 위장, 신속한 재배치 등 전술을 조정한 정황을 분석했다.
북한제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 역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됐다. 초기 운용상 문제와 이후 성능 변화에 대한 분석은 한국의 미사일 방어에 실질적인 참고자료가 된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여부와 범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북한군이 어떤 장비를 실제로 운용했고, 드론과 포병을 어떻게 연계했으며, 전장에서 어떤 강점과 약점을 드러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현장 정보 보유국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다. 훈련장에서의 능력과 실전 수행 능력은 다르다. 우리 군이 앞으로 상대해야 할 북한군의 변화는 검증 가능한 전장 자료로 평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가진 북한군 관련 전장 정보의 전략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그런 국가와 외교적 충돌을 확대하면서 정부가 안보상 손익을 얼마나 검토했는지 밝혀야 한다.

한국에 온 북한군 포로 두 명…정찰저격수와 소총수의 경험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2025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로 한 명은 1999년생으로 2016년부터 복무한 정찰저격수라고 진술했고, 다른 한 명은 2005년생으로 2021년부터 복무한 소총수로 알려졌다. 다만 정확한 계급과 부대, 임무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이들의 파병 경위, 지휘체계, 훈련 과정과 장비 운용 경험을 우크라이나가 수집한 전장 자료와 교차 분석한다면 북한군의 실제 전투역량을 이해할 단서가 될 수 있다. 개별 포로가 북한군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으며, 당사자의 신변 안전과 권리 보호 역시 중요하다.
북한군 포로 두 명의 송환은 인도적 보호의 문제이면서 군사적 실태를 파악할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들을 한국에 넘겨준 상대국과의 정보 협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대한민국 외교사…공관 철수와 대사 소환의 서로 다른 이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외교적 항의로 대사를 소환한 적도, 단교나 전쟁 때문에 공관을 철수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수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상대국 사과 문제와 대규모 공관 인력 감축을 연결한 동일한 전례는 주요 사례에서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다음은 주요 사례를 정리한 미디어원 DB다.
| 연도 | 국가 | 조치 | 배경 |
|---|---|---|---|
| 1992 | 대만 | 대사관 폐쇄 | 중국 수교·대만 단교 |
| 1998 | 일본 | 대사 일시 귀국 | 한일어업협정 파기 |
| 2001 | 일본 | 대사 소환 | 역사교과서 왜곡 |
| 2008 | 일본 | 대사 소환 | 독도 영유권 주장 |
| 2011 | 리비아 | 공관 운영 조정 | 내전·치안 악화 |
| 2015 | 예멘 | 공관 인력 대피 | 내전·안전 위협 |
| 2021 | 아프가니스탄 | 공관 잠정 폐쇄 | 탈레반 카불 장악 |
| 2022 | 우크라이나 | 임시 철수 후 복귀 | 러시아 전면 침공 |
| 2026 | 우크라이나 | 공관원 일부 철수 결정 | 외교 갈등·공습 위험 |
※ 주요 비교 사례이며 전수조사 목록은 아니다. 대사 소환·단교 폐쇄·안전상 철수는 서로 다른 조치다.
공습 위험인가 외교적 압박인가…2022년과 무엇이 달라졌나
한국대사관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키이우를 떠났다가 그해 5월 복귀했다. 전쟁은 계속됐고,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도 이어졌다. 최근 위험이 더 커졌다면 그 변화를 보여주는 공관 안전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의 전향적 조치가 없다는 점까지 철수 이유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가 공개 사과했다면 같은 공습 위험에도 공관원을 철수시켰을까. 이 질문은 이번 결정에서 안전 확보와 외교적 압박이 각각 어떤 비중을 차지했는지 가르는 기준이다.
교민 보호와 우크라이나 재건…다음 10년의 국익
우크라이나에는 한국 국민 약 80여 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영사 인력을 잔류시킨다고 밝혔지만 공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비상연락망, 긴급 대피 지원과 현지 당국 협력이 유지되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교민들의 가족과 재산, 생업을 고려하면 출국 권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세계은행과 우크라이나 정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엔이 발표한 2026년 2월 평가에서는 향후 10년의 복구·재건 필요액을 5,880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 금액은 우크라이나 전체의 필요액으로 한국 기업의 수주액이나 확정 발주액이 아니다. 그러나 철도·에너지·건설 등에서 장기 협력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간 신뢰와 현지 네트워크가 받게 될 영향도 따져야 한다.
대통령이 경고했고 정부가 실행했다…철수 명령은 누구의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일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이후 8일 대사 소환, 20일 공관원 일부 철수 결정이 이어졌다. 그러나 공관원 철수를 대통령이 직접 명령했는지, 조현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 승인을 받아 결정했는지, 외교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했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지시였다면 지시라고 밝히면 된다. 외교부 장관의 판단이었다면 그 결정과 책임을 명시하면 된다. 누가 언제 어떤 보고를 받아 어떤 근거로 공관 기능의 축소를 결정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현대전 기술과 실전 경험, 미사일 운용과 전투역량을 살펴볼 중요한 상대국이다. 그 관계를 축소하는 선택의 안보적·외교적·경제적 효과를 누가 계산했는가.
대한민국은 이번 조치로 무엇을 얻는가. 이 결정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외교적 결단은 기록으로 남고, 그 책임은 결정을 내린 사람의 이름에서 시작한다.
미디어원 Copyrights ⓒ MediaOn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만재 칼럼] 애국심으로 뛰라던 시대의 종언… 한국 체육, 새 엔진을 달아라 밝은 경기장에서 서로 격려하며 함께 뛰는 한국 선수들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팀워크](https://img.media1.or.kr/2026/10/korea-sports-new-engine-future-teamwork-100x70.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