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이다, 그리고 경제주체다
장애인기업의 오아시스, 장애인기업지원센터
시원스럽게 뻗은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국회의사당 부근에 다달으면 도로쪽으로 8층 규모의
건물이 눈의 띈다. 바로 재단법인인 장애인기업종합센터다.
최근 영등포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이 센터는 중소기업청 산하기관으로 국내 약
3만여 개에 달하는 장애인 중소기업을 돕는 기관이다.
* 장애인기업: 50인이하 사업장은 사업주가 장애인인 경우, 50인 이상 기업은
직원의 30% 이상이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이 건물 402호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사업을 시작한 임직원 3명의 한 작은 기업을
방문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이롬’ 이다. 기념품과 꽃을 유통시키는 쇼핑몰을 주
사업아이템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인데 1급 중증장애인 남편과 그의 아내가
공동대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때는 회사의 김태희 대표가 여직원과 함께 주문 들어온 물건을 체크하고
발송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사회복지사출신의 김태희 대표는 평범한 가정을 남편과 함께 꾸려나가다 1987년
남편이 다니던 직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1급장애인이 되자
그녀의 생활도 180도로 바뀐다.
하지만 강한 의지로 남편과 함께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다 장애인기업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당당하게 재기한 사례다.
하지만 장애인이 있는 가족이 자립하기엔 한국의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자본금도 없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그녀와 남편은 재기를 위해 발로 뛰었지만
번번한 실패와 좌절감은 늘 그들을 뒤따랐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기업을 돕는 센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서를 낸것이
다행히 선발되어 지금의 사무실로 자리를 잡게 된 것
(재)장애인기업종합센터는 2008년 중소기업청 산하로 설립허가를 낸 후 올해로 3년차
가 되는 공공기관으로 장애인기업을 돕고 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중증장애인에게 창업시 가장 큰 부분인 점포를
저가에 지원하고 창업전후로 하여 밀착컨설팅을 제공함으로서 장애인기업이 스스로
사업기반을 닦고 자립기반을 마련하게 하는 기관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예비창업자의 창업아이템에 따라 사업화에 적합한
최적지의 사업장을 매입해 기본 2년, 최대 3년간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창업보육서비스
를 제공하는 장애인기업에 있어서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평당 보증금 10만원, 평당 관리비 1만원의 저렴한 비용이 장애인기업이
내야할 임대료의 전부로 장애인기업이 자립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롬’의 김태희 대표도 이와 같은 금전적인 지원 없이는 지금의 회사가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무실 임대 및 운영비가 크게 절감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수 있어 입주한지
만 2년 만에 연매출 2억을 바라보는 작지만 알짜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장애인기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닌 당당한 기업경영자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그녀는 센터에 입주해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기업은 아무래도 직원 수가 적기 때문에 늘 외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야간작업 시 여성 직원은 근무하기가 무서운 경우도 있지만 센터의 안전하고도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어서 유일한 여직원도 마음놓고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쇼핑몰 사업 2년 만에 1만5천개 정도의 아이템을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이 단골이 되어 지속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현재의 상태를
소개하는 그녀의 얼굴엔 수많은 감회가 교차했다.
3년간의 임대기간을 다 채우기보단 조기졸업을 해 당당하게 센터를 떠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지금의 회사를 사회적공공기업으로 키워나가는게 꿈이라며
밝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장애인기업지원센터의 이해긍 센터장은 이러한 장애인기업들을 육성하고 커가는
모습을 볼때면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지만 아직도 대기업 기준 법정 장애인 고용률
2.3%를 지키지 않고 차라리 벌금을 내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장애인 기업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기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장애인 기업이 성공하면 회사에 소속된
장애인들의 생활이 여유로워지고 자연스럽게 그들이 국가로부터 받아왔던 지원금을
타지 않게 되어 결과적으로 국가예산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즉, 장애인이 더 이상 소외받고 도움 받는 존재가 아닌 경제주체로서 당당하게 활동함
으로써 자연스럽게 국가예산이 더욱 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즉, 장애인의 경제주체화는 복지예산의 절감과 복지환경의 효율화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이 경제주체로서 활동하고 나아가 창업을 하여 경제주체로서
리드해나갈수 있도록 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고 국가적인 지원 또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관련제도를 정비하고 아울러 센터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성공한 장애인 기업들이 시간이 갈수록 많아야져 한다고 말했다.
2011년 센터의 예산은 약56억, 중기청에 등록한 1천여 개의 장애인기업을 지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지만 센터장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장애인기업에 대한 사회적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고 정부지원도 점차로
나아지고 있어 내년쯤엔 100억 정도의 예산확보가 가능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장애인기업이 경제주체로 바로서는 것이라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