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老獨一 處’ 이 세상에 오직 한 곳뿐이라는 의미다. 중국에서는 존경의 표시로 부르는 호칭‘老’자를 붙여 최고의 장소를 일컫는다. 천하절경에 써야 할 것 같은 이 말은 신사역 부근에 있는 한 중식당의 상호다. 명소나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중식당이 ‘노독일처’라면 그만큼 맛에 자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국내외 명사들이 즐겨 찾는다는 노독일처의 남숙자 대표를 만나러 가는 길에 가졌던 의문이다.
남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 ‘노독일처’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명강성 출신의 남 대표로부터 한국에 와서 중식당을 열기까지 힘들었던 점과 ‘노독일처’가 성공한 이유 등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3천500만원으로 시작한 중식당 처음엔 사기당해
“딸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한국에 갈 결심을 했어요. 딸이 공부를 위해 미국에 가겠다고 했을 때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컸죠. 그러다 부모님의 고향인 한국을 떠올렸어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교육수준도 높은 한국에서 학업을 계속하면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남 대표는 딸을 위해 30년 넘게 살아 온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오게 됐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중국에서 출발 전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 때 자장면이 생각났고 저는 중식당을 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목표가 생기니까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죠. 집안을 정리하고 돈을 마련했어요.”
남 대표는 당시 한화로 3천500만원을 들고 서울에 도착했다. 90년대 초반 3천5백만 원은 작은 돈이 아니었다. 남 대표는 중국에서 계획했던 중식당을 열기위해 노원구에 있는 한 점포를 얻었다. 50평 정도로 동네 중식당치고는 꽤 큰 편이었다. 원하던 점포도 얻고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처음 얻은 점포의 리모델링이 잘 못 되었어요. 계약한 업체가 사기를 친 거에요.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완성하지 않은 채 계속 돈을 요구했어요. 결국 1억원 넘게 들어갔어요. 전 재산을 모두 쏟아 부었는데 그마저도 안 되니 빚을 졌어요.”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사기를 당해 금전적인 손실을 입고 많이 힘들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걸고 한국에 온 만큼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마무리 되었고 중식당 ‘노독일처’를 오픈했다. 문을 연 첫 날 노대표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처음 한국에 와서 서울의 유명한 중식당은 거의 다 가보았어요. 호텔도 가보고 동네에 있는 소문난 곳도 가보고 확신이 섰어요. 그래서 투자를 한 것이구요.”
포청천만두 등 중국정통요리 개발해 차별화
그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변형된 중식대신 완전한 중국의 음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중국의 일품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만의 전략이자 다른 중식당과의 차별화였다.
결과는 그의 승리였다. 그는 중국에서 정통 대륙요리를 잘하는 주방장을 직접 면접을 보고 데려왔다. 여기에다 운도 따랐다. 당시 인기를 모았던 중국드라마 ‘포청천’덕분에 그는 개업초기부터 입소문이 났던 개봉 만두의 이름을 포청천 만두로 고쳐 내놓았다.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북송시대 하남성 개봉부에서 유명했던 개봉만두를 메뉴로 만들었는데 마침 포청천이 한국에서 뜨잖아요. 그래서 포청천만두로 바꿨더니 손님들이 많이 찾아 주셨어요.”
남 대표는 메뉴의 차별화는 물론 맛의 차별화를 위해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천하제일루에 있는 개봉만두를 들여온 것이다. 강택민주석도 즐겨 먹었다는 개봉만두는 즉석에서 빚기 때문에 맛이 살아있고 18개의 주름이 있는 게 특징이다.
그는 개봉만두를 포청천만두로 바꿔 개봉육수만두와 함께 개발했다. 개봉만두와는 달리 24절기를 뜻하는 24개의 주름이 있다. 개봉육수만두는 만두소 안에 한 스푼 가량의 육수가 스며들어 있어 입 안에 넣는 순간 톡하면서 촉촉함이 배어나온다. 만두소에 첨가한 오렌지즙의 향도 은은하다. 단, 육수가 뜨거우므로 혀를 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남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TV와 신문, 잡지 등에서 포청천만두를 취재하기 위해서 몰려들었고 방송에만 무려 20회가 나갔다. 그러자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포청천만두를 맛보기 위해 ‘노독일처’를 찾아왔다.
“중국대사관에서도 오시고 장관님과 교수님들도 오셨어요. 인기 연예인과 명사들 그리고 한국의 유명한 기업가들도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포청천 만두의 성공비결을 조금만 알려줄 수 없냐는 질문에 처음에 난색을 표하던 노대표가 계속된 요구에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특별한 맛에 있습니다. 만두 속에 들어가는 돼지고기가 처음에는 살코기만 사용하다보니 퍽퍽해서 맛이 없었어요. 그래서 연구를 하게 되었죠. 돼지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24시간 과일껍질과 함께 섞어서 24시간 숙성시켜요. 또 식용유는 절대 안 쓰고 참기름만으로 만듭니다.”
요리사와 인테리어 모두 중국본토서 공수
결국 노독일처는 만두로 승부를 걸었고 성공의 분수령이 되었다. ‘노독일처’는 노원구에서 잠원동으로 확장 이전했고 더욱 유명한 중식당으로 성장했다. 남 대표는 이곳을 중국본토의 정통식당으로 만들었다. 가구와 그림, 도자기, 그릇, 향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도 모두 중국에서 공수해 왔다.
요리사와 주방장 모두 하얼빈, 옌타이, 선양 등 중국에서 그가 직접 데려왔다. 2층에 있는 개별 방마다 모두 중국본토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이한 점은 칸막이를 거두면 전체가 하나의 홀이 된다는 점이다. <화양연화>나 <색계> 등 중국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중국식당을 옮겨온 듯 했다. 분위기와 음식 맛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 않다.
“음식 값은 양심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보통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을 만큼 적당한 가격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미원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요. 이것만큼은 제가 직접 주방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방장들이 불만이 많지만 미원 때문에 ‘노독일처’의 자존심을 버릴 수 없잖아요”
그는 잠원동으로 오기까지는 자장면을 하지 않았다. 중식당에서 자장면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집이 되었다는데 그 때문에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손님들이 오셔서 자장면을 주문하는데 없다고 하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요. 왜 아니겠어요. 한국에선 자장면 먹으려고 중식당에 가잖아요.”
중국집에 자장면이 없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그는 자장면 대신 딤섬과 포청천만두 그리고 중국정통 요리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잠원동으로 와서야 자장면을 만들었는데 미원을 넣지 않으니까 자장특유의 쓴맛이 나잖아요. 그것 때문에 참 애를 많이 먹었어요.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어요.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다른 중식당에서 맛보는 자장면에 익숙한 손님들의 입맛에는 아직 쓸 거예요.(웃음)”
‘노독일처에서 잘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모두 다 맛있지만 특별히 추천하라면 불도장과 딤섬을 말하고 싶어요. 자라 등 갖가지 보양식을 넣고 48시간 끓여낸 육수가 맛을 결정하는 불도장은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이죠.”
남 대표가 말하는 불도장은 우리나라의 ‘삼계탕’에 해당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스태미나식이다. 남성들의 기를 살려주는 다양한 식재료가 많이 들어 있어 몸을 보양하는데 그만이다.
‘손님은 왕’ 서비스 최고로 중요해
그밖에 딤섬은 노독일처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음식이고 활어찜도 인기가 많은 요리다. 주방에는 모두 11명의 요리사들이 있다. 주방장은 9명이나 되고 이들 위에 요리기사가 두 명 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이들과의 호흡이다. 모두가 각 분야에서 실력 있는 중국 요리사들이라 남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엔 사장인 자신의 말도 듣지 않았지만 그들의 말을 다 들어주고 단 한 번도 그들 앞에서 화를 내지 않자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지금은 모두들 나한테 어려움을 얘기해요. 직원 간 화합이 가장 어렵고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 있는 직원들은 5년 정도 지나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니까 그 점이 가장 아쉽고 힘드네요.”
그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겨우 한 가족이 되었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는 직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가 직원들한테 강조하고 바라는 것은 첫째도 서비스 둘째도 서비스였다.
“손님은 왕이잖아요. 노독일처를 찾아 준 모든 손님들한테 서비스를 잘하라고 당부를 하지만 가끔씩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사위도 많이 도와주고요.(웃음)”
딸은 한국에서 공부하던 중 한국남자를 만나서 결혼했다. 사위는 현재 노독일처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노 대표의 든든한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손님이 맛있게 먹고 갑니다”라는 인사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작은 봉사를 실천하려고 한다. 우선 불우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남대표는 그동안 한국에서 ‘노독일처’를 찾아준 손님들이 보내 준 성원에 보답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Tip 불도장 조리법
건해삼, 전복, 자연송이는 따로 간(소흥주, 소금, 설탕, 굴소스)을 해 준비한다. 뚜껑이 있는 그릇에 모든 재료(자라, 전복, 자연송이, 상어 지느러미, 오골계, 건관자, 구기자, 산약, 당삼, 천마 등)을 넣고 준비된 육수를 부은 후 찜기에 2시간 30분 동안 쪄준다. 마무리로 구기자 1g과 소흥주 3ml를 넣고 뜨겁게 데운 뒤 먹는다.
Tip
메뉴 : 포청천개봉만두(10개) 5,000원, 부추딤섬(5개) 10,000원, 수타딤섬(5개) 10,000원, 군만두 4,000원, 건관자새우완자 26,000원~40,000원, 면류 3,000원~9,000원, 밥류 5,000원~10,000원, 점심 코스 12,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추석, 구정 당일만휴무.
찾아가는 길 : 3호선 신사역 5번 출구, LG주유소 지나 도보로 약 5분 소요. 02-517-4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