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2001 년부터 2009 년까지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을 역임한 배재문 교수 ( 현 성균관대 , 삼성서울병원 ) 를 만나 보았다 .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의사로서 엘리트 코스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밟아왔다 . 국립암센터에 근무하면서도 그는 위암센터장을 역임하고 위암연구과장과 기획조정실장이란 보직을 겸하고 있다 .
의사이자 기획실장으로서 그의 시간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촘촘했다 . 짧은 인터뷰를 통해 배재문 실장의 모든 것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목표로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 특히 , 배낭여행을 즐겨하는 그로부터 색다른 모험을 듣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여느 대학의 교수 연구실과 비슷한 크기의 기획조정실장 방에서 배재문 박사를 만났다 . 짧은 머리의 모범생 같은 모습을 한 그와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
“ 머리가 좀 길어서 이발소에 갔더니 이렇게 짧게 잘라놨네요 . 집에서도 많이 싫어합니다만 한 번 자른 머리카락을 다시 붙일 수는 없잖아요 .”
인터뷰 시작 전 다소 어색한 듯 머리를 만지며 배재문 실장이 입을 열었다 . 그의 헤어스타일은 공부 잘하는 반장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얼굴과 잘 어울렸다 .
“ 하루 일과요 ? 개인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 아침에 출근해서 8 시 회의하고 외래 보고 수술하고 결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연구하고 외부기관협의 건으로 미팅하고 그러면 저녁 9 시가 넘기 일쑤죠 . 퇴근은 그 후에 가능하고요 .”
의사로서 행정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
“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한다고 생각합니다 . 크게 힘든 일은 없어요 . 다만 개인시간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죠 .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은 휴가를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
배재문 박사로부터 위암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부탁했다 . “ 위암은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요 . 짜고 맵게 먹는 것만 피해도 위암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그밖에 금연하고 정기검사하면 위암 걸릴 확률을 대폭 줄일 수 있죠 .”
그는 위암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40 부터 2 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 그동안 우리들은 병원을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교육을 받아왔는데 이제부터는 자신의 몸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곳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
배 실장은 “ 위암을 조기발견하고 치료하는 곳으로 병원을 잘 활용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병원에 대한 이미지 교육을 제대로 시켰으면 좋겠다 ” 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국민 중 25% 가 암에 걸리는 데 그 중 20% 가 위암이라고 한다 . 즉 , 4 인 가족 중 한 명이 암 환자라면 위암은 암환자 5 명 중 한 명이 해당되는 셈이다 .
배재문 실장은 “ 위암은 소득이 낮을수록 저학력자 일수록 발병률이 높은데 이는 조기검진을 안 받기 때문이다 ” 고 설명한다 . 배 박사에 의하면 “ 정부에서 1 년에 약 200 만 명의 저 소득자를 대상으로 무료 암 검진을 하고 있다 ” 며 “ 이를 적극 활용하면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다 ” 고 말했다.
배재문 실장은 또 현재 암 치료율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위암뿐 아니라 모든 암에 대해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일본위암학회 , 미국암학회 , 아시아 암학회 등에서 이사와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재문 박사는 얼핏 보면 공부벌레 같다 . 하지만 키나 체격을 보면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젊은 모습이다 . 운동할 시간이 있을까 ? 하는 의문이 들었다 .
“ 모든 운동을 좋아합니다 . 시간이 없어서 직접 하는 것은 없지만 주말을 이용해 등산은 자주하는 편입니다 .”
산을 좋아한다는 말에 딱딱한 이미지가 갑자기 부드러워지면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
“ 올해는 정말 운동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 축구와 달리기도 하고 싶습니다 . 거기다 욕심을 좀 보태면 여행을 좀 많이 다녔으면 하는 것입니다 .”
그는 여행 얘기를 꺼낸 후 조그맣게 한 숨을 쉬었다 . 수술과 연구 그리고 기획실장 업무로 빠듯한 하루일과 속에서 여행은 아무래도 거리가 먼 희망사항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곧 내 예상을 뒤 엎은 한마디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 “ 올 해는 지난해 못 가본 터키를 꼭 가보고 싶네요 .”
알고보니 배재문 박사는 못 말리는 배낭여행 광이었던 것이다 . 이미 1990 년대에 하이텔과 유니텔의 여행동아리 배메사쓰 ( 배낭 메고 사표 쓰고 ) 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배낭족이었다 .
여행이란 단어가 튀어나오면서 방안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생동감이 넘치기 시작했다 . 모범생코스만 밟아서 수술만 잘하는 의사인 줄 알았는데 등산과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면이 있었다니 의외였다 .
“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여행 동아리입니다 . 여행은 현지에서 만나 함께 돌아다니다 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 한다고 봐야죠 .”
그는 94 년 레지던트 때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고 몽골과 인도를 다녀왔다 . 그 후 태국 , 캄보디아 , 유럽 , 미국 등을 다녀왔다 .
“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없습니다 . 그래서 한 지역을 짧게 여러 번 다니게 됩니다 . 보통 3 박 4 일에서 1 주 내외죠 . 휴가를 내면 2 주까지 가능하지만요 .”
그가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
“ 동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배우게 됩니다 . 즉 , 1900 년 대 초의 문화를 2007 년에 보고 느끼게 되는 셈이죠 . 그리고 인간에 대한 평등과 겸손함을 배웁니다 . 또 성별 나이를 초월해 친구를 얻고 , 동시대 지구촌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사고 ( 지식 ) 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게 됩니다 .”
배재문 박사는 “ 배낭여행은 준비한 만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면서 “ 현지에서는 언제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수록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 고 조언했다 .
모험심이 20 대보다 더 많아 보이는 배 박사의 여행이 궁금했다 . 그냥 여행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배낭여행이 아닌가 ? 특별한 추억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 .
배 박사는 웃으면서 그동안의 여행 중 기억에 남는 몇 개를 풀어 놓았는데 당시에는 정말 아찔했을 법한 사건이었다 .
“ 몽고를 여행할 때 가이드가 말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어요 . 나도 여행 중 가끔 말을 타보긴 했지만 몽고말은 제주도 조랑말처럼 작은 야생마인데 안장도 없는 야생말을 끌어와서 타라고 하지 뭡니까? 가이드는 그래도 경험이 있었지만 나는 처음이었거든요 . 어쩔 수없이 주의사항을 대충 듣고 말에 올라타고는 초원을 달리기 시작했죠 .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려고 말의 고삐를 당기는데 갑자기 뒤따라오던 가이드가 그만 말과 함께 넘어지고 만 것입니다 .”
가이드가 말타기 전에 주의사항을 말해줬는데 정작 본인이 그것을 어겨서 사고가 난 경우였다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고 한다 .
그는 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데 그중 한번은 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
“ 발리에서 탄정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오다가 캄캄한 도로에서 폭주족을 만났는데 ‘ 차이나 ’ 라고 해서 위기를 모면했고 마을 불량배들이 칼을 들고 쫓아와 30 분간 진흙바닥에 엎드려 있다 두 시간을 걸어서 호텔에 도착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이 서늘합니다 .”
이제 초보딱지를 떼고 중견 배낭여행자로서 노하우가 쌓인 배재문 박사가 배낭여행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주었다 . 그중 알짜 노하우를 소개한다 .
< 배낭여행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
첫째 , 목적지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입수해라 .
둘째 , 자신이 감당 할 수 있는 곳을 가라 . ( 초보자 여행 코스가 따로 있다 . 기후 , 일정 , 본인의 체력 , 경비 등을 감안해야 한다 .)
셋째 , 욕심을 버려라 . ( 지나친 욕심은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
넷째 , 여행도 기술이다 . ( 위기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 선배들의 노하우를 귀담아 듣고 간다 )
다섯째 , 시간을 내서 여행해라 . ( 여행은 시간이 생기면 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시간을 내서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거쳐 실행해야 한다 .
[ 배재문 박사 프로필 ]
2012.03 삼성서울병원 연구기획부장
2011.11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분과장
2011.03~2012.02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운영지원실장
2010.12~2012.09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보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