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지나다보면 누구라도 그곳이 중국거리임을 알아차린다 . 인천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은 간판이며 건물이며 거리의 장식이 온통 붉은 물결이다 . 저녁이면 빛을 발하는 홍등이 건물마다 줄줄이 내걸려 있고 길거리에는 중국의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
가까운 중국 , 그래도 어디 중국까지 갈 필요 있나 ? 중국은 바로 가까이에 있다 .
중국은 붉은색을 좋아한다 ?
인천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1 호선의 종착역인 인천역에서 내려서 역 광장 건너편으로 가면 입구가 바로 나타난다 . 익숙한 한국거리들 속에 툭하고 튀는 중국거리가 낯설면서도 새롭다 . 차이나타운은 1883 년 인천항이 개항되고 이듬해 청나라 조계지가 설치되면서 중국인들이 현 선린동 일대에 이민 , 정착하여 그들만의 생활문화를 형성한 곳이다 .
화교들은 소매잡화 점포와 주택을 짓고 본격적으로 상권을 넓혀 중국 산둥성 지역에서 소금과 곡물을 수입 , 1930 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 요즘에는 역사적 의의가 깊은 관광명소로서 관광쇼핑 , 특화점 , 예술의 거리 등 권역별로 변화하고 있다 .
역 광장 건너편 , 거리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차이나타운임을 알리는 패루에는 한자로 ‘ 중화가 ’ 라고 쓰여 있다 . 시야에 완전히 들어오지 않고 패루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차이나타운의 거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 패루를 지나 차이나타운 안으로 들어가면 거리는 온통 붉은색 일색이다 .
중국인들이 붉은색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 아니 , 그들은 붉은색을 사랑한다 . 그것도 열렬히 . 색에 관한 한 이토록 통일감 있는 민족도 보기 드물 것이다 . 조금이라도 덩치가 있는 건물들 앞은 약속이나 한 듯 홍등을 걸어 놓았다 . 거리에도 홍등이 줄지어 있다 . 밤이 되면 ‘ 여기가 바로 중국 거리 ’ 임을 더욱 확실히 해줄 태세 .
거리를 둘러보기 전 , 패루를 지나쳐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편에 마련돼 있는 차이나타운 지도를 살펴보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 차이나타운 안에는 곳곳에 숨어있는 볼거리들이 많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발품만 팔다 놓치게 되는 볼거리가 생길 수 있다 .
대형 중국집과 아기자기한 옷이나 먹거리를 파는 T 자형 골목이 나오기까지 3 백미터 정도를 걸어가야 되지만 , 이 길은 결코 길지 않다 . 길을 걸으면서 중국풍의 소품들을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 관광 특화된 곳이다 보니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소품이나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가 많다 . 특히 상점 앞 곳곳에 중국술을 줄지어 판매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
아마도 중국술의 그 맛이 독하면서도 깔끔한 것으로 유명해 유독 많이 판매하는 듯하다 .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도 있고 , 아기자기한 병에 담겨 있는 술 , 애주가라면 분명 눈이 휘둥그레 해 질만한 대형 페트병에 담겨있는 중국술도 있다 .
이곳에서는 상점들이 온통 붉은 옷을 입고 있어서 , 한자로 써놓은 중국어를 지나쳐 작은 글씨의 ‘ 편의방 ’ 과 같은 한글을 봐야지만 이곳이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대략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 . 편의방이 무엇을 파는 곳인가 하니 , 옷을 파는 가게다 . 옷을 팔면서 중국풍의 소품 , 장식품을 함께 팔고 있다 .
차이나타운에 있는 음식점 대다수가 중국음식을 파는 집이나 보니 , 한눈에 봐도 경쟁이 치열한 것을 느낄 수 있다 . 방송을 탄 중국집들이 저마다 대문 앞에 큼지막한 플랜카드를 내걸어 놓았다 . 차이나타운의 특수성에 여러 미디어 업체에서 타운 내에 있는 중국집을 소개하는 방송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 유명한 곳들 중에서도 특히 풍미 , 자금성 , 태화원 , 태창반점 , 신승반점 등이 중국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
무엇보다 이곳에는 화교 2,3 세들로 구성된 170 가구 , 약 500 명이 거주하고 있다 . 그래서 그런지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중국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 더위를 피해 그늘진 곳에 않아 중국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이 지긋한 화교를 보면 , 그 옆에 앉아 이곳에 사는 그들의 사연이 듣고 싶어진다 .
거리마다 넘치는 중국의 물결
T 자형 거리가 나오고 바로 왼쪽으로 꺾어 조금 걸어가면 제 3 패루 ‘ 선린문 ’ 이 나오는데 선린문 바로 밑에는 계단이 있다 . 계단을 오르면서 양쪽 면에 그려진 자금성내의 태화전과 만리장성은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 계단 양쪽 면뿐만 아니라 계단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 판다 , 갑골문자 , 경극 등이다 .
선린문 바로 밑의 계단 앞에 판다그림은 포토존으로 선린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사람이 판다를 쓰다듬고 있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줘 웃음을 자아낸다 . 선린문을 지나면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 스카이힐 ’ 이 조성돼 있다 .
스카이힐을 지나 자유공원으로 갈 수도 있지만 더운 날씨에 올라가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다시 내려와 T 자형 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가면 풍성한 먹거리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 어디선가 불어오는 입맛 돋우는 고기 굽는 냄새를 따라가 보니 양꼬치를 숯불에 구어 팔고 있다 . 양꼬치는 닭고기와 맛이 비슷한데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출출하게 곯은 배를 채워주고 남을 맛이다 .
또 십리향에서 파는 ‘ 옹기병 ’ 도 빼놓을 수 없다 . 옹기병은 항아리 만두로 옹기 안에다 숯불을 직접 넣고 옹기벽에 만두를 붙여 구어 내는 과자식 만두다 . 인도의 ‘ 난 ’ 과 비슷한 옹기병은 각종 미디어에서 많이 소개해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차이나타운의 명물이다 .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직접 이 옹기병을 굽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 그 인기가 엄청나다보니 한 사람당 옹기병을 살 수 있는 개수가 정해져 있다 . 고기맛 , 단호박맛 , 검정깨맛 , 고구맛 이렇게 네 가지 맛의 옹기병을 같은 맛은 4 개 , 한사람 당 최대 16 개만 구매가 가능하다 . 이것이야 말로 ‘ 없어서 못 파는 지경 ’ 인 것 . 하나당 1500 원이다 . 이외에도 거리에는 꽃방 , 공갈빵 등 중국 먹거리가 넘친다 .
사방팔방 걷다보면 이제 쉴 때가 됐다고 몸이 신호를 준다 . 자 ,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냐 . 어디 걸터앉을 곳을 찾아 앉는다 ? 틀렸다 . ‘ 차이나타운 야회문화공간 ’ 을 찾아가면 된다 . 관광객을 위한 일종의 쉼터인 이곳은 중국 드라마에서 보던 자그마한 정자하나를 옮겨온 듯한 느낌의 공간이다 . 중국풍의 정자가 보이고 조약돌이 깔린 바닥에 물이 흐른다 . 흐르는 물을 건너는 자그마한 다리도 있다 . 그리 크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공간이다 .
차이나타운에 왔는데 이곳을 못 보면 또 섭섭하다 . 가는 길이 경사진 ‘ 청일 조계지 계단 ’ 이지만 이런 고난을 넘고 나야 달달한 열매가 보이는 법이다 . 계단의 끝에는 공자상이 있고 , 공자상 마저 넘어가면 삼국벽화거리가 나타난다 .
벽화는 구 청국영사관 회의청에서 화교중산학교까지 약 150 미터정도 이어져 소설 삼국지 내용의 주요장면을 그려놓았다 . 이야기의 시작인 도원결의가 계단을 다 올라온 지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청일 조계지 계단은 삼국지 벽화거리를 보기위한 필수 코스다 .
또 이곳에는 산동지방의 도교식으로 1893 년경에 세워졌다고 추정되는 의성당도 있다 . 의성당은 인천 개항 후 인천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불어남에 따라 교화를 위해 지어졌다 . 중국식 사당인 이곳에서는 관음보살 , 관우상 , 삼신 할미상 , 용왕상 등으로 중국 특유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 주말 오전 10 시부터 오후 6 시까지는 차이나타운 일부 거리에 ‘ 차 없는 거리 ’ 를 조성해 주말에 타운을 찾는 사람들을 배려한다 .
중국의 색채와 중국의 문화 , 중국의 먹거리가 넘쳐나는 차이나타운 .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휘황찬란한 볼거리가 다가 아니다 . 이면에는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게 된 화교들의 오래된 역사가 있다 . 역사적 의미를 갖고서 찬란한 문화를 대변하는 가까운 중국이 더 가까운 한국 , 그 안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