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현대 의학을 괴롭혀온 암 치료의 최대 난제 중 하나는 ‘약물 내성’이다. 표적항암제를 투약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 약효가 떨어지고 암이 다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동안 암세포 자체의 유전적 변이는 항암제 내성을 설명하는 주요 원인으로 연구돼 왔다.
여기에 암세포 자체가 아니라 암을 둘러싼 종양미세환경(TME) 역시 약물 반응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가짜내성(Pseudo-resista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종양 주변의 기질 장벽을 함께 겨냥하는 병용 치료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공동대표 조원동, 진근우)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페니트리움 글로벌 임상 개발 심포지엄 2026’에서 세계적인 폐암 연구자인 마리나 키아라 가라시노(Marina Chiara Garassino) 시카고대 교수가 미국 고형암 임상 2a상 연구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가라시노 교수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와 관련한 글로벌 3상 임상시험 ‘KEYNOTE-189’에 참여한 폐암 분야 연구자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가라시노 교수는 이날 페니트리움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임상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암세포가 아니라 ‘벽’이 문제였다…89.6%에서 7.5%로
이번 심포지엄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실제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 실험 결과다.
연구진이 RAS 표적항암제 ‘다락손라십’을 단독 처리했을 때 암세포 생존활성은 기준치 100%에서 57.8%로 감소했다. 그러나 암연관섬유아세포(CAF)가 함께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동일한 약물을 처리했음에도 암세포 생존활성이 89.6%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CAF와 세포외기질 등 종양미세환경이 형성하는 장벽이 약물 전달과 반응을 제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같은 환경에서 표적항암제와 페니트리움을 병용하자 암세포 생존활성은 7.5%까지 감소했다. 이는 환자의 생존율을 뜻하는 수치가 아니라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에서 측정한 암세포 생존활성 데이터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실제 환자에서 같은 치료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종양미세환경을 함께 겨냥하는 병용 전략을 실제 환자에서 검증할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컬럼비아대까지 가세…美 2a상 연구진 확대
미국 임상 총괄 책임연구자인 샌딥 P. 파텔(Sandip P. Patel) UC 샌디에이고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종양 기질 장벽이 암세포 자체의 유전적 내성과 함께 치료 반응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라시노 교수에 이어 컬럼비아대 허버트 어빙 종합암센터의 브라이언 헤닉(Brian Henick) 교수도 연구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페니트리움의 미국 임상 2a상에서는 이제 전임상 단계에서 관찰된 병용 효과가 실제 암 환자에서도 재현되는지,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핵심이 된다.
한국발 ‘가짜내성’ 이론, 이제 환자 임상에서 검증
페니트리움이 제시한 가짜내성 개념은 암세포 자체뿐 아니라 암세포를 둘러싼 미세환경이 치료 반응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회사는 관련 연구를 세계폐암학회(WCLC 2026) 등을 통해 발표하고 미국 임상 개발을 추진해 왔다. 최근 미국 FDA로부터 임상 2a상 시험 진행이 가능한 ‘Study May Proceed’ 통보를 받으면서 연구의 무대도 전임상에서 환자 대상 임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이번 단계의 핵심은 페니트리움이 새로운 표준 항암치료가 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가노이드와 전임상에서 관찰된 종양미세환경 정상화 전략이 실제 환자에서도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초기 임상 단계다.
조원동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 회장은 “세계적인 암 석학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이유는 암세포 자체만 공격해서는 항암 치료의 한계를 깰 수 없다는 기전적 진실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최정상급 의료진과 함께 실제 환자 임상 무대에서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