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백기인가 전략적 후퇴인가?

뉴욕타임즈 보도로 본 이란의 급격한 태도 변화

(미디어원) 전쟁 초반 이란은 가장 강한 카드를 꺼냈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었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해협은 국제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다. 이란이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제 시장은 즉각 긴장했다. 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주식시장은 출렁거렸다.
실제로 며칠 사이 유조선을 겨냥한 드론 공격과 해상 충돌까지 이어지면서 긴장의 수위는 빠르게 높아갔다.

그런데 외신 보도를 시간순으로 따라가 보면, 이란의 메시지는 열흘 사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뉴욕타임즈는 3월 3일 이란 지도부가 전쟁이 확대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Iran could move to close the Strait of Hormuz if the conflict escalates.” (New York Times, Mar. 3)
메시지는 분명했다. 필요하면 해협을 막겠다는 강경한 경고였다.
3월 10일 보도에서는 톤이 한 단계 낮아졌다.
“Iran signaled it could regulate traffic through the Strait rather than fully shutting it.”
(New York Times, Mar. 10)
이때부터는 봉쇄보다 통제에 가까운 표현이 나왔다.
이틀 뒤인 3월 12일, 메시지 톤은 다시 수위를 낮췄다.
“Iran warned that oil benefiting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could be blocked.” (New York Times, Mar. 12)
이제는 전면 봉쇄가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선별 제한이었다.

그리고 3월 14일,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으로 상황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진입한다.
“Any country except the United States and Israel can pass through the Strait of Hormuz.”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누구나 지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해운 구조를 보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대부분의 선박은 일본, 한국, 중국, 유럽 등 제3국 화물이다. 결국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에서 수사를 빼면 봉쇄를 풀겠다는 말에 가깝다.

불과 며칠 전까지 유조선 공격과 해협 봉쇄를 위협하던 이란이 이제는 “미국과 이스라엘만 아니면 다 지나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전쟁의 흐름 변화가 있다.
미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카르그섬(Kharg Island)을 공습했다. 이어 미 해병대 상륙준비단(ARG)과 31 해병원정대(MEU)도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4월 초 도착이 거론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한국·중국·유럽 등 호르무즈 해협 이용국들이 직접 군함을 보내 항로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호르무즈 문제는 순식간에 이란과 미국만의 충돌이 아니라 세계 해상 안보 문제로 커졌다.
이란 내부의 균열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사적 손실과 경제 압박이 커지면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세력과 현실적 대응을 주장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불과 열흘 사이 전쟁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