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북 구성’ 발언 이후 미국이 한국 정부에 제공하던 북핵 관련 위성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제한한 정보는 단순한 북한 동향 자료가 아니라, 구성 지역을 포함한 북한 핵시설 관련 위성정보와 장기적·기술적 추적 정보다.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한 외교 마찰이나 정보 공유 방식의 조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는 하루아침에 움직이는 대상이 아니다. 원자로, 우라늄 농축시설, 핵연료봉 생산시설, 폐연료봉 저장소, 플루토늄 관련 시설의 미세한 변화까지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 북핵 감시는 속보가 아니라 누적 분석이다.
한국군도 정찰위성 5기를 갖췄다. 425사업을 통해 전자광학·적외선 위성 1기와 합성개구레이더 위성 4기를 확보했고, 군은 이 체계로 북한 내 특정 표적을 주기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이는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주기적 감시와 실시간·상시 감시는 전혀 다르다. 북한은 수백 대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지하시설, 은폐시설, 위장시설을 운용한다. 위성의 궤도와 방문 주기를 피하면 움직임을 숨길 수 있다.
미국의 정보망은 한국과 비교하기 어렵다. 미국은 군사위성과 민간 위성망, 정찰기, 감청 자산을 결합해 북한을 장기적으로 추적한다. 같은 지역을 보더라도 한국이 “무언가 있다”를 확인하는 수준이라면, 미국은 “무엇이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가”를 더 촘촘히 추적할 수 있다. 북핵과 미사일 징후 판단에서 이 차이는 작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북핵 위성정보 공유 제한은 사진 몇 장을 못 받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안보 판단의 해상도가 낮아지는 일이다. 북한이 그 사이 장비를 옮기고, 가림막을 치고, 이동식 발사대를 분산시키고, 핵시설 주변의 물류 흐름을 바꾼다면 한국은 그 변화를 사후에 완전히 복원하기 어렵다. 하루하루의 작은 변화가 쌓여 핵 개발 속도와 도발 징후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정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기존에 공개 확인된 영변, 강선 외에 평북 구성을 언급했다. 통일부는 이후 국제원자력기구 관계자 발언, 해외 연구기관 발표,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북한 핵시설 상황을 종합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권 일각도 구성이 이미 공개자료에 등장한 지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개자료에 등장한 지명과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공식 확인하듯 말한 지명은 무게가 다르다. 외국 연구기관 보고서나 언론 보도에 “가능성”으로 거론된 내용도 정부 고위 당국자의 입을 거치면 국가가 일정 부분 확인한 정보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북핵 정보는 일반 정책 정보가 아니다. 한 문장, 한 지명, 한 표현만으로도 정보 출처와 수집 능력이 노출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후 정부의 태도다. 정 장관은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명한 것뿐이라며 “정보 유출로 모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정부도 “공개정보”라는 설명을 앞세웠다. 그러나 정보동맹에서 중요한 것은 법리적 변명만이 아니다. 상대가 왜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어떤 신뢰가 흔들렸는지,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절차를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는 한국도 정보자산을 갖고 있고, 한미 정보공유가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은 북한 휴민트, 언어와 지리 이해, 장기 분석 경험, 백두·금강 정찰기, 글로벌호크, 군사정찰위성 등 독자 자산을 키워 왔다. 한국의 휴민트와 분석력이 미국의 기술정보와 결합될 때 한미 정보공조가 더 정밀해진다는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 위성정보 공백을 가볍게 볼 이유는 될 수 없다. 휴민트와 분석력은 중요하지만, 북핵 시설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의 실시간 움직임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한국의 현장 이해와 미국의 기술정보는 서로 보완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우수하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볼 일이 아니다. 북핵 감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체면이 아니라 국민 안전이다.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당장 군사대비태세에 필요한 정보 공유는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직후 궤적 정보와 북핵 시설 장기 추적 정보는 성격이 다르다. 미사일 정보가 공유된다고 해서 핵시설 위성정보 공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전방 경계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말로 북핵 감시 공백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정 장관 개인의 말실수 여부를 넘어선다. 장관의 공개 발언이 동맹국의 정보 제공 제한으로 이어졌다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개자료였다”는 반박이 아니다. 미국이 왜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어떤 정보관리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앞으로 고위 공직자의 안보 발언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사과보다 반박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공개된 자료였다”, “우리도 정보자산이 있다”, “한미 정보공유는 유지되고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북핵 위성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안보 손실이다. 그 손실을 만든 발언과 수습 실패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국가 안보에서 말은 설명이 아니라 신호다. 특히 북핵 정보는 고위 당국자의 한마디가 동맹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수 뒤에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도 묻지 않고, 공개자료였다는 말만 반복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북한은 멈춰 있지 않다. 핵시설은 가려지고, 이동식 발사대는 움직이며, 위성의 방문 주기를 피한 기만 활동은 계속될 수 있다. 미국 정보망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한국의 판단은 늦어지고, 안보 비용은 커진다. 정동영 장관의 말 한마디가 불러온 문제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 뒤에도 아무도 책임 있게 고개 숙이지 않는 정부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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