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미디어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을 계기로 한미 간 대북 정보공유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한겨레는 정 장관이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지역으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지목한 뒤, 미국이 하루 50~100장가량 제공하던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와 가디언도 이 사안을 다루며, 한국 정부는 정 장관 발언이 공개 자료에 근거한 것이며 한미 정보공유 체계는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미국이 한국을 길들이려 한다”는 식으로만 보면 문제의 절반만 보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미국 없이는 북한을 볼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한미 대북 정보공조는 이제 과거처럼 미국이 주고 한국이 받는 일방 구조가 아니다. 한국은 북한 휴민트와 영상판독, 현장 언어·문화 이해, 장기 분석 경험에서 미국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을 갖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한국의 정보 역량이 커졌다는 사실은 자부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역량이 곧 공개 발언의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정보의 세계에서 핵심은 무엇을 아느냐만이 아니다. 어디까지 말할 수 있고, 무엇을 감춰야 하며, 어떤 정보가 공개됐을 때 북한과 미국이 각각 어떻게 반응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기술정보와 한국의 휴민트는 서로를 대신할 수 없다
미국의 정찰위성과 정찰기, 감청 자산은 북한을 감시하는 데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기술정보만으로 북한을 완전히 볼 수는 없다. 이동식 발사대, 은폐 시설, 지하시설, 내부 동향, 지휘부 의도는 사진과 신호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휴민트와 분석관 경험이 필요하다. 탈북자 정보, 남북 접촉 경험, 북한 언어와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 수십 년간 같은 지역을 판독해온 전문가의 눈은 위성보다 느릴 수 있지만 때로는 더 깊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단순화해서도 안 된다. 미국의 기술정보 없이는 한국의 감시망도 완전하지 않다. 한국의 휴민트와 분석력, 미국의 위성·정찰·감청 자산은 서로 다른 빈틈을 메우는 관계다. 한미 정보공조의 본질은 종속도 독립도 아니라 상호보완이다. 어느 한쪽이 끊기면 눈이 어두워진다.
한국도 1990년대 이후 독자 감시정찰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다. 백두·금강 정찰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글로벌호크, 군사정찰위성,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해왔다. 고고도 감시는 미국산 글로벌호크가 맡고, 중고도 영역은 한국형 MUAV가 보완하며, 저고도와 전방 감시는 군단급 무인기와 지상 감시자산이 촘촘히 받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여기에 한국 군사정찰위성이 더해지면 기술정보의 층도 한층 두꺼워진다.
외신은 ‘정보보안과 동맹 신뢰’에 초점을 맞췄다
외신의 시선은 주로 정보보안과 동맹 신뢰 문제에 머물러 있다. 로이터와 가디언은 정동영 장관의 ‘구성’ 발언 이후 미국이 대북 관련 위성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했다는 보도를 전하며, 이 문제가 단순한 국내 정치 논란이 아니라 한미 정보공조의 신뢰 문제로 번졌다고 다뤘다. 다만 외신은 한국의 휴민트 우위나 영상판독 역량을 깊게 분석하기보다, 민감한 정보가 공개 발언으로 다뤄졌을 때 동맹 간 정보공유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 지점에서 한국 언론이 함께 짚어야 할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이 제공하는 기술정보가 여전히 한반도 안보에서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역시 휴민트와 장기 분석력에서 미국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미국이 정보를 끊으면 한국은 눈이 멀어진다”는 식의 단순한 공포론으로도, “한국도 이제 미국 없이 충분하다”는 식의 과장된 자주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정보망을 흔들 수 있다
정동영 장관 발언 논란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 핵시설의 위치와 관련된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코멘트가 아니다. 그것이 공개된 정보인지, 동맹 간 공유 정보인지, 한국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정보인지, 미국이 민감하게 보는 정보인지에 따라 파장이 달라진다. 정보 출처와 판단 근거가 외부에 드러나는 순간, 상대는 정보망의 경로를 추적하려 한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정보기관이 가장 꺼리는 것은 정보 자체보다 정보의 출처와 수집 방식이 노출되는 일이다. 특정 지역명 하나가 공개됐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대국은 그 한 조각을 다른 단서와 맞춰본다. 어떤 위성이 언제 봤는지, 어떤 통신이 감청됐는지, 내부 제보가 있었는지, 어떤 분석 경로가 작동했는지를 추정한다. 그래서 고위 당국자의 말 한마디는 정보전에서 가볍지 않다.

정보주권은 ‘우리도 안다’가 아니라 ‘우리가 통제한다’에서 나온다
이번 사안에서 한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한국은 미국 정보에만 기대는 나라가 아니다. 둘째, 그러나 독자 역량이 커질수록 정보 보안의 책임도 커진다. 능력이 커졌는데 말이 가벼우면 동맹은 신뢰하지 않는다.
셋째, 한미 정보공조는 정치적 수사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가 줄었다면 안보 공백을 우려해야 하고, 한국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가 크다면 그것을 외교적 자산으로 조용히 관리해야 한다. 정보는 기자회견장에서 과시하는 자산이 아니라, 필요할 때 상대를 움직이는 조용한 힘이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이 던져주는 정보만 받아 적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 정보주권은 “우리도 안다”고 말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것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말할지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힘이 된다.
정동영 장관 발언 논란은 한 인사의 실언 여부를 넘어선다. 한국이 대북 정보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역량을 다루는 정치권의 수준이 그에 걸맞은지를 함께 묻는 사건이다. 한미 정보공조의 진짜 문제는 미국이 얼마나 주느냐만이 아니다. 한국이 동맹이 믿고 정보를 나눌 만큼 조심스럽고, 동시에 미국이 의존할 만큼 유능한 파트너로 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외신은 이번 사안을 동맹 내 정보보안 논란으로 봤고, 국내 보도는 한국의 휴민트와 분석 역량을 강조했다. 두 시각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읽어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 정보에 일방적으로 기대는 나라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말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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