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국제 T-50 미국 해군 훈련기 도전 멈췄다…록히드마틴은 ‘사업 위험성’에 주목했다

T-50 미국 해군 훈련기 도전 멈췄다…록히드마틴은 ‘사업 위험성’에 주목했다

T-50 미국 해군 훈련기 도전이 다시 멈췄다. 록히드마틴이 미 해군 UJTS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KAI의 TF-50N 구상도 중단됐다. 이번 결정은 T-50의 비행 성능 문제가 아니라 훈련체계, 시뮬레이션 개발, 비용 상한, 미국 내 공급망 요건을 종합한 사업 위험성 판단으로 해석된다. 미국 방산 조달의 높은 진입 조건과 K방산의 과제도 함께 드러났다."

국산 T-50 계열 훈련기의 미국 해군 진출 구상이 다시 멈춰 섰다. 록히드마틴은 최근 미 해군 차기 고등훈련기 사업인 UJTS 경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이 함께 준비해 온 TF-50N 제안도 사실상 중단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미 해군의 최종 제안요청서를 검토한 뒤 자사 방안이 이 사업에 가장 적합한 해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단순한 수주 포기라기보다, 사업을 따낸 뒤 감당해야 할 비용과 기술 통합 부담, 수익성을 함께 따진 결과로 볼 수 있다.

T-50 성능보다 UJTS 사업 구조가 변수였다

이번 사안을 “T-50이 미국 시장에서 또 실패했다”로 볼 필요는 없다. T-50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운용되는 검증된 고등훈련기다. 문제는 기체 성능보다 미 해군 UJTS 사업의 성격에 있다. UJTS는 노후한 T-45 고쇼크 훈련기를 대체하는 사업이지만, 항공기만 새로 사는 조달이 아니다. 미 해군과 해병대 조종사 훈련에 필요한 항공기, 지상훈련체계, 시뮬레이션, 군수지원까지 하나로 묶어야 하는 복합 사업이다.

구름 위를 단독 비행하는 T-50 계열 고등훈련기
T-50 계열 훈련기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운용되는 검증된 고등훈련기다. 이번 사안은 기체 성능보다 미 해군 조달사업의 조건과 관련이 깊다.

특히 미 해군의 요구는 일반적인 고등훈련기 사업과 다르다. 새 훈련기는 항공모함에 직접 착함하는 기체로 설계되지 않는다. 야전 항모착륙훈련에서 활주로에 실제로 접지하는 방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 조종사가 항모 접근과 착함 전 단계의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훈련체계와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기체 자체보다 훈련 환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사업인 셈이다.

훈련체계와 시뮬레이션 통합 부담

여기서 록히드마틴의 부담이 커졌다. TF-50N은 한국산 T-50을 바탕으로 한다. 미 해군 요구에 맞추려면 항공기 개조뿐 아니라 지상훈련체계,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 군수지원 체계까지 새로 맞춰야 한다. 기존 기체의 장점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

비용 조건도 만만치 않았다. 미 해군의 UJTS 제안요청서는 엔지니어링·제조개발 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비합리적인 제안으로 보고 탈락시킬 수 있다는 조건을 담았다. 초기 개발비에도 별도 상한이 제시됐다. 개발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업체가 떠안아야 할 위험이 커진다.

록히드마틴은 손익과 위험을 따졌다

록히드마틴 입장에서는 계산이 분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주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개발 부담은 크다. 비용 상한은 정해져 있다. 미 해군의 훈련체계 요구는 까다롭고, 한국산 기체를 미국 조달 체계에 맞춰 다시 구성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사업을 따내더라도 남는 것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무리해서 들어갔다가 개발비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산악 지형 위를 비행하는 T-50 계열 고등훈련기
미국 조달 사업에서는 기체 성능뿐 아니라 개발비, 현지 생산, 부품 조달, 장기 군수지원까지 함께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철수는 “미국이 한국산 훈련기를 막았다”는 식의 감정적 해석보다, 록히드마틴이 손익과 위험을 따진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T-50의 성능이 부족해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TF-50N을 미 해군 UJTS 요구조건에 맞춰 통합하는 과정의 비용과 위험이 컸던 것이다.

미국산 함량 요건은 배경 조건이다

미국산 함량 요건은 그다음에 봐야 할 문제다. 한국에서 개발·생산된 T-50 기반 기체를 미국 군 조달 사업에 넣으려면 미국산 부품 비중과 현지 공급망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조달 규정과 정책 흐름상 미국산 부품 비중, 현지 생산, 공급망 참여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산 기체를 기반으로 미국 대형 방산 사업에 들어가려는 업체에는 분명한 부담이다.

그러나 이를 이번 철수의 전부처럼 설명하면 초점이 흐려진다. 미국산 함량 요건은 록히드마틴이 계산한 여러 부담 가운데 하나다. 핵심은 미 해군의 훈련체계 요구, 개발비 상한, 시뮬레이션 통합, 현지 공급망 조정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사업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K방산, 미국 시장 진입 방식 바꿔야

K방산이 이번 일에서 읽어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미국 시장은 좋은 무기를 들고 간다고 바로 열리는 시장이 아니다. 성능, 가격, 현지 생산, 부품 조달, 장기 정비, 의회와 지역 일자리, 비용 통제까지 모두 맞아야 한다. 특히 훈련기처럼 운용 기간이 길고 교육체계와 연결되는 장비는 단순 판매보다 현지 체계 안에 얼마나 깊게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T-50의 미국 도전은 끝난 것이 아니다. 다만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한국에서 만든 좋은 기체를 미국 파트너와 함께 제안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 내 조립, 부품 조달, 훈련체계 개발, 군수지원, 현지 투자까지 포함한 더 깊은 진입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바이 아메리카에 막힌 T-50’이 아니다. 더 정확히는 ‘록히드마틴이 계산한 TF-50N의 사업 위험성’이다. 미국산 함량 요건은 중요한 배경이지만, 결론은 그보다 넓다. T-50의 성능 실패가 아니라, 미 해군 UJTS라는 특정 조달사업 안에서 비용과 위험을 감당할 만큼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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