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기준 70세 상향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 가까이가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노인연령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면 2065년까지 기초연금 재정 소요를 최대 600조 원 줄일 수 있다는 정책연구 결과까지 더해졌다.
문제는 이 두 자료가 한 방향으로만 읽힐 때다. 여론조사는 노인 기준 연령에 대한 국민 인식을 묻는 조사다. 정책연구는 기초연금 재정 소요를 줄일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계산한 자료다. 두 자료를 단순히 이어 붙이면 국민이 복지 축소까지 동의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표현은 ‘600조 절감’이다.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절감이다. 그러나 65세부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온 저소득 고령자에게는 받을 돈이 늦춰지는 일이다. 국가는 ‘아낀다’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못 받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600조 원은 단순히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렸을 때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 정책연구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올려 2058년 이후 70세에 도달하는 첫 번째 안의 절감액은 203조8천억 원이다. 2027년부터 2년마다 1세씩 올려 70세까지 가는 두 번째 안은 372조5천억 원이다. 603조4천억 원은 잔존 기대수명에 연동해 2056년 이후 노인 기준이 75세까지 올라가는 세 번째 안에서 나온 수치다.
따라서 ‘노인 기준 70세로 올리면 최대 600조를 아낀다’는 식의 제목은 독자가 오해하기 쉽다. 70세 상향과 75세 연동안을 한 문장 안에 섞으면, 가장 큰 절감액만 전면에 남고 실제 정책의 차이는 흐려진다.
노인 기준 상향 논의 자체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기대수명은 늘었고, 65세라는 기준이 만들어진 시대와 지금의 고령사회는 다르다. 노인복지 제도와 경로우대 기준을 현실에 맞게 다시 따져보자는 논의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 논의가 기초연금 축소로 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올라간다. 지금도 60세 정년과 국민연금 사이에는 소득 공백이 있다. 여기에 기초연금 기준까지 70세로 밀리면 65~69세 저소득층은 또 한 번 버틸 기간을 떠안게 된다.

한국의 노인 빈곤 현실도 가볍지 않다. 국가지표체계는 2024년 65세 이상 노인 상대적 빈곤율을 처분가능소득 기준 35.9%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도 2023년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을 39.8%로 집계했다. 숫자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노인 3명 중 1명 이상이 빈곤 위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을 복지 축소의 근거처럼 읽는 것도 위험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노후 생계를 본인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응답은 60%였고, 정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29%였다. 그러나 이 응답은 자립 정신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자녀에게 기대기 어렵고 국가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체념의 반영일 수도 있다.
정책은 여론조사 숫자 하나로 밀어붙일 수 없다. ‘노인 기준을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이 있다. 65~69세는 실제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가. 건강상태는 노동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양호한가.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생활비는 어디서 나오는가. 기초연금에 의존하는 저소득 고령층은 몇 명인가. 지방과 수도권,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기초연금은 단순한 현금 지출이 아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최소한의 완충 장치다. 이 장치를 늦추거나 줄이려면 재정 절감액뿐 아니라 그 돈이 빠져나가는 자리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600조 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65세에서 69세 사이의 생활비, 병원비, 주거비가 있다.
노인 기준 상향을 논의하려면 패키지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 계속고용, 고령자 일자리, 국민연금 수급 시기, 기초연금 보완, 건강 상태에 따른 예외 규정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나이 기준만 올리고 일자리와 소득 보장을 그대로 두면, 정책의 부담은 가장 약한 고령층에게 먼저 간다.
국가는 재정을 아낄 수 있다. 재정 부담이 크다면 노인기준을 상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인 기준 70세 논의의 핵심은 ‘얼마를 절감하느냐’가 아니다. 65세부터 69세까지의 국민에게 국가가 어떤 다리를 놓아줄 것인가다.
국가가 아끼는 600조 원은 결국 누군가에게는 병원비이고, 월세이고, 하루 식비다. 아무런 대책 없이 노인 기준 상향을 말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가장 약한 세대에게 비용을 떠넘기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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