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국제 조선·중앙의 이란 고속정 보도, ‘탐지 어렵다’를 ‘미군 무력화’로 바꿨다

조선·중앙의 이란 고속정 보도, ‘탐지 어렵다’를 ‘미군 무력화’로 바꿨다

이란 모기함대는 위협이지만 유령 전력은 아니다…한국 언론 국제뉴스의 외신 받아쓰기와 군사 맥락 부재

이만재 기자 ㅣ미디어원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소형 고속정, 이른바 ‘모기함대’를 둘러싼 국내 언론 보도가 다시 외신 받아쓰기의 한계를 드러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란의 고속 소형정 전력을 다룬 뒤 국내 일부 매체는 이를 곧바로 받아썼다. 문제는 보도 자체가 아니라 해석이다. ‘작고 빠른 고속정은 탐지가 어렵다’는 제한적 군사 사실이 국내 기사에서는 ‘미군도 감당하기 어려운 이란의 해상 위협’으로 바뀌었다.

이란의 모기함대는 가볍게 볼 전력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좁고 복잡한 해상 공간이다. 이란은 이 지형을 이용해 소형 고속정, 기뢰, 드론, 연안 미사일, 해안 감시망을 결합한 비대칭 해상 전략을 운용해 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탐지가 어렵다는 것과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탐지 어렵다와 탐지 불가능은 다르다

소형 고속정은 해수면에 낮게 붙어 움직이고 레이더 반사면적도 작다. 해면 반사, 민간 선박, 섬과 해안 지형이 섞이면 함정 레이더에는 늦게 잡힐 수 있다. 이란 소형 공격정이 전통적 해군 자산보다 탐지가 까다롭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다.

이란 국기를 단 다수의 소형 고속정이 해상에 전개된 장면
이란의 소형 고속정 전력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대칭 해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현대 미군은 함정 레이더 하나로 전쟁하지 않는다. 미 해군의 해상 표적 탐지는 위성, 해상초계기, 무인기, 전자정보, 적외선 영상, 공중 지휘통제, 데이터링크가 결합된 C4ISR* 체계 안에서 이뤄진다. ‘함정 레이더에 늦게 보인다’는 말은 ‘미군이 못 본다’는 말이 아니다.

* C4ISR는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s), 컴퓨터(Computers), 정보(Intelligence), 감시(Surveillance), 정찰(Reconnaissance)을 뜻한다. 쉽게 말해 전장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지휘부와 전투 자산에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통합 전쟁 체계다.

외신의 제한적 분석이 국내에서 위협 신화가 됐다

국내 기사들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외신의 제한적 분석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작전 환경, 감시 체계, 교전 규칙, 확전 관리라는 핵심 변수를 빼버린다. ‘미군의 골칫거리’, ‘탐지 어려움’, ‘언제 어디서 출동할지 모른다’는 문장만 반복하면 군사 국방 기사가 아니라 위협 서사가 된다.

실제 미군은 이미 소형, 고속, 저피탐 해상 표적을 장기간 상대해 왔다. 예멘 후티의 무인수상정, 소말리아 해적선, 마약 밀수용 반잠수정, 고속 소형 선박은 모두 미국과 동맹국 해상 작전의 대상이었다. 이 사례들은 호르무즈 상황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작고 빠른 선박이라 미군이 찾지 못한다는 식의 주장이 얼마나 성급한지 보여준다.

위성, 무인기, 해상초계기, 함정이 연결된 C4ISR 해상 감시와 타격 개념도
현대 미군의 해상 표적 탐지는 함정 레이더 하나가 아니라 C4ISR 통합 체계로 이뤄진다.

이란 고속정의 위험은 유령성보다 확전 부담에 있다

이란 고속정이 위험한 이유는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위험의 본질은 수량, 지형, 민간 선박과의 혼재, 기뢰와 드론 및 미사일과의 결합, 그리고 정치적 확전 부담이다. 고속정 한 척은 미군 함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수백 척이 민간 선박 사이에 흩어지고, 해안 미사일과 무인기가 동시에 움직이며, 공격 여부가 국제 유가와 협상 판을 흔드는 상황이라면 전술 문제는 곧 전략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란 모기함대 보도의 정확한 문장은 이래야 한다. 이란 소형 고속정은 미군이 탐지하지 못하는 유령 전력이 아니라, 호르무즈의 좁은 지형과 정치적 확전 부담을 이용하는 비대칭 전력이다. 그런데 국내 일부 보도는 이 차이를 지우고 ‘미군도 곤란한 이란 고속정’이라는 인상만 키웠다.

한국 언론 국제뉴스가 놓친 것은 C4ISR 전쟁이다

언론이 외신을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외신의 문장을 한국 독자에게 전달하면서 군사적 맥락을 덜어내고 자극적 결론만 남기는 방식이다. 이란의 고속정은 분명 위협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해군을 무력화하는 신비한 무기가 아니다. 현대 해상전의 핵심은 배 한 척의 레이더가 아니라, 우주, 공중, 해상, 전자정보가 결합된 통합 감시와 타격 체계다.

한국 언론 국제부가 봐야 할 것은 ‘모기함대’라는 별명이 아니다. 그 별명 뒤에 있는 C4ISR 전쟁의 현실이다. 외신 받아쓰기로는 이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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