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기아가 세계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인 ‘Eurosatory 2026’에 참가해 군용차량 풀라인업을 선보인다.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참가다. 기아는 이번 전시를 통해 소형전술차 중심의 과거 전시 구성을 넘어, 경형부터 대형까지 이어지는 특수차량 포트폴리오를 전면에 내세운다.
Eurosatory 2026은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다. 1967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돼 온 이 전시회는 올해 29회째를 맞았으며, 전 세계 66개국 2300여 개 업체가 참가하는 글로벌 방산 전시회다. 방위산업 관련 첨단 기술과 장비, 지상 전력, 군용 모빌리티 분야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 무대다.
기아가 이번 전시에 내세운 핵심 메시지는 ‘특수차량 풀라인업’이다. 전시 차량은 경형인 타스만 군용 지휘차, 소형전술차 KLTV 2인용 카고 차량, 차세대 중형 표준차와 대형 표준차 모형으로 구성됐다. 픽업 기반 지휘차부터 전술차, 중형·대형 군수 수송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구성이다. 단일 차량 판매를 넘어 군 고객의 임무와 운용 환경에 맞춘 라인업 공급 능력을 강조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은 타스만 군용 지휘차다. 타스만은 픽업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과 안전·편의 기능을 기반으로 하면서, 군 작전에 필요한 무전기와 등화관제 등 특수 사양을 더했다. 군용차량에서 요구되는 내구성, 기동성, 운전 편의성을 함께 고려한 모델이다. 이 차량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국군의 표준 지휘차로 실전 투입됐으며, 국내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타스만 군용 지휘차의 의미는 단순히 기존 픽업을 군용으로 바꾼 데 있지 않다. 군 지휘차는 전장과 후방, 기동과 통신, 운전 편의와 임무 수행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병력 수송이나 화물 운반 중심의 차량과 달리 지휘차는 이동 중 통신과 상황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 기아는 타스만 기반 군용 지휘차를 통해 민수 플랫폼과 군용 사양을 결합한 새로운 경형 군용차 시장을 겨냥한다.
소형전술차 KLTV도 기아 전시의 중심축이다. 기아 소형전술차는 60% 종경사, 40% 횡경사 주행이 가능하고 수심 760mm 하천 주행이 가능한 험지 성능을 갖췄다. 총탄과 폭발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호 성능, 영하 32도의 극저온 운용 능력도 확보했다. 산악, 사막, 열대우림 등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서 운용 가능한 전술차량으로 개발된 것이다.
이번 Eurosatory 2026에 전시되는 KLTV 2인용 카고 차량은 기동성과 적재 능력을 함께 보여주는 모델이다. 공기 흡입구를 높여 도섭 능력을 향상하는 스노클과 엔진 냉각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는 하천이나 웅덩이, 고온 지역, 험지 환경에서 차량 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군용차량에서 도섭 능력과 냉각 성능은 단순 편의 사양이 아니라 작전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기아의 소형전술차는 이미 한국군뿐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다.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 도입됐으며, 최근에는 폴란드군 신형 표준차량으로 선정되며 상품성을 다시 확인했다. 유럽 방산 시장은 품질과 운용 안정성, 후속 지원 체계에 민감하다. 폴란드 사례는 기아가 글로벌 군용차 시장에서 단순 수출을 넘어 표준 플랫폼 경쟁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차세대 중형 표준차 KMTV는 기아 특수차량 라인업의 중간 축을 맡는다. 수심 1m 하천 도하, 60% 종경사와 40% 횡경사 주행, 최대 25명 또는 화물 10톤 수송이 가능한 성능을 갖췄다. 이는 병력과 물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군수·전술 수송 분야에서 중요한 지표다. 대형 표준차는 대규모 화물을 신속하게 적재, 운반, 하역할 수 있는 모델로 소개됐다.
이번 전시에서 중형·대형 표준차가 모형으로 함께 제시된 점도 의미가 있다. 군용차량 시장은 단일 전술차 한 모델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휘, 정찰, 수송, 보급, 특수임무 등 다양한 용도별 차량이 체계적으로 필요하다. 기아는 경형, 소형, 중형, 대형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통해 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차량 체계를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아가 Eurosatory에 다시 등장한 시점도 주목된다. 세계 방산 시장은 지정학적 불안과 군 현대화 수요가 맞물리며 지상 기동 장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술차량은 고가의 무기체계와 달리 실제 부대 운용, 병참, 신속 전개 능력과 직접 연결된다. 내구성과 정비성, 가격 경쟁력, 현지 운용 조건 대응력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아는 50년 이상의 특수차량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군 고객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왔다. 이번 Eurosatory 2026 참가는 그 경험을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보여주는 자리다. 10년 전 소형전술차 중심의 전시에서 출발했다면, 올해는 타스만 군용 지휘차와 KLTV 파생 모델, 차세대 표준차 라인업을 함께 제시한다. 기아의 방산 모빌리티 전략이 한 단계 넓어진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현지 고객별 맞춤화와 후속 지원 능력이다. 군용차량은 납품 이후 운용 기간이 길고, 부품 공급과 정비 체계, 현지화 요구가 중요하다. 기아가 글로벌 방산 전시회에서 차량을 선보이는 것은 기술력과 상품성의 홍보에 그치지 않는다. 각국 군 관계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장기 운용 파트너로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아의 Eurosatory 2026 참가는 자동차 제조사가 군용 모빌리티 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민수차에서 축적한 제조 역량과 품질 관리, 글로벌 공급망을 군용 플랫폼에 적용하고, 전장 환경에 맞춘 특수 사양을 더하는 방식이다. 경형 지휘차부터 대형 표준차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기아가 미래 군용 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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