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박예슬기자
AI 시대의 질문은 기술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기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고,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어떻게 흔드는가에 있다. 초개인화된 추천과 자동화된 서비스는 개인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각자가 자기 화면 안에 더 깊이 들어가고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게 만들 수 있다. 성북문화재단이 제2회 성북문화도시포럼의 주제를 ‘AI 시대의 커뮤니티’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북문화재단은 오는 6월 25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 아리랑인디웨이브관에서 2026 제2회 성북문화도시포럼 ‘AI 시대의 커뮤니티’를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인공지능이 사회와 일상 전반을 빠르게 바꾸는 상황에서 인간다움과 연결, 지역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역 기반 문화와 커뮤니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정책형 문화 포럼이다.
AI는 이미 개인의 생활을 세밀하게 나누고 맞춤형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검색 결과, 뉴스 추천, 쇼핑, 콘텐츠 소비, 이동 경로, 금융 서비스, 업무 도구까지 개인별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가 확산되고 있다. 편리함은 커졌지만,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약해지는 시대에 문화가 어떤 연결의 장을 만들 수 있는지는 더 이상 주변 질문이 아니다.
성북은 이 논의를 펼치기에 적합한 지역적 배경을 갖고 있다. 성북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자원과 시민 커뮤니티, 대학, 골목 기반 생활문화, 독립영화와 공연·전시 공간이 공존한다. 기술 변화 속에서 공동체와 지역문화의 의미를 탐색하려면, 추상적 담론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지역에서 시민들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온 경험이 필요하다. 성북문화도시포럼은 바로 그 현장성을 바탕으로 AI 시대 커뮤니티의 방향을 묻는다.
포럼은 인사이트 강연과 토론 및 대화 세션으로 구성된다. 1부 인사이트 강연은 인지과학자이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AI비즈니스전공 교수인 김상균 교수가 맡는다. 강연 주제는 ‘AI 시대와 커뮤니티’다. 김 교수는 AI 기술 발전 속에서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인간의 역할, 초개인화 사회에서 공동체가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메타버스와 인지과학,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인간 중심 가치와 관계의 중요성을 짚는다.
이 강연의 핵심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냐는 단순한 논쟁보다,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고 의미를 공유하는 존재인가를 다시 묻는 데 있다. AI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답과 편의를 제공할 수 있지만, 공동체의 신뢰와 기억, 돌봄, 참여, 갈등 조정까지 자동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지역문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해진다.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동의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은 기술이 제공하는 맞춤형 편의와는 다른 층위의 가치다.
2부 ‘AI 시대, 지역문화와 커뮤니티의 방향’ 토론 및 대화 세션에는 더가능연구소 부대표이자 로컬문화연구자인 조희정 박사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인 유재연 교수가 참여한다. 이 세션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 사례를 바탕으로 공공문화의 역할, 지역문화 생태계의 변화 가능성, 문화도시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기술의 언어가 아니라 지역의 언어로 AI 시대를 읽어내려는 시도다.
AI 시대의 지역문화 정책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하나는 기술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문화기관과 예술단체, 지역 커뮤니티도 데이터와 플랫폼, 디지털 기록, 온라인 소통, AI 도구를 이해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기술이 빠르게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적 관계의 장을 지키는 것이다. 지역 축제, 동네 극장, 독서모임, 생활문화 동아리, 마을기록, 시민 워크숍, 로컬 아카이브는 초개인화 시대에 공동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문화적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번 포럼이 ‘커뮤니티’를 전면에 세운 것은 의미가 있다. AI 논의는 대체로 생산성, 산업 경쟁력, 자동화, 일자리 변화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개인이 더 편리해지는 만큼 공동체가 더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 맞춤형 정보 환경은 사람들을 더 작은 취향 집단이나 고립된 화면 속으로 나눌 수 있다. 지역문화는 이 분절을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도시 정책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공공문화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 공공문화가 공연과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급자에 가까웠다면, AI 시대의 공공문화는 시민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플랫폼에 가까워질 수 있다. 시민이 기술을 이해하고, 지역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문화적 방식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성북문화도시포럼은 이런 전환을 논의하는 전문가 워크숍형 정책 포럼이다.
성북문화재단은 이번 포럼이 기술 변화 속에서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과 연결의 가치,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경험이 중요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을 더 고립시키는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도록, 문화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겠다는 취지다.
성북문화도시포럼은 성북구 2030 문화비전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성북 문화도시추진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고 성북형 문화도시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획된 전문가 워크숍형 정책 포럼이다.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총 4회 운영될 예정이며, 이번 행사는 그 두 번째 포럼이다. 문화도시를 단순한 행사 브랜드가 아니라 지역의 장기 비전과 연결하려는 구조다.
이번 포럼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사전 신청을 통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행사명은 2026 성북문화도시포럼 제2회 ‘AI 시대의 커뮤니티’이며, 일시는 2026년 6월 25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 장소는 서울시 성북구 아리랑로 82에 위치한 아리랑시네센터 아리랑인디웨이브관이다. 프로그램은 오후 3시 개회와 포럼 안내로 시작해, 3시 10분부터 3시 55분까지 김상균 교수의 인사이트 강연, 3시 55분부터 5시까지 조희정 박사와 유재연 교수가 참여하는 토론과 대화로 이어진다.
AI 시대의 커뮤니티는 낭만적 구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기술이 개인을 더 정교하게 분리하는 시대일수록, 지역은 사람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화는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자,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기술이다. 성북문화도시포럼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더 똑똑한 기술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더 인간적인 지역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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