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박예슬기자
AI 시대의 사회복지교육은 기술을 가르치는 문제에만 머물 수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은 사회복지사가 어떤 인간 이해와 관계 역량을 갖춰야 하며, 기술을 어떤 윤리와 판단 속에서 활용해야 하는가다. 인공지능이 사례관리, 행정, 상담 기록, 서비스 매칭, 데이터 분석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사회복지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권리옹호, 돌봄, 관계 형성에 놓여 있다. 국회에서 열린 사회복지교육 정책포럼은 바로 이 균형을 다시 묻는 자리였다.
국회의원 안상훈,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6월 19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사회복지교육, 사회복지 현장에 대한 진단’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의 부제는 ‘미래가 요구하는 사회복지사의 역량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가?’였다. 급변하는 사회환경과 AI 시대를 맞아 사회복지교육과 실천 현장의 변화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포럼은 현장 참석과 함께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전국의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교육 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로 진행된 점도 의미가 있다. 사회복지교육 개편은 특정 대학이나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종사자와 교육기관, 정책 결정자가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발제는 황흥기 넥스트임팩트 대표가 맡았다. 주제는 ‘AI 시대의 사회복지사, 실천현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역량’이었다. 황 대표는 AI 기술 발전이 사회복지 실천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만큼, 사회복지사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데이터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면서도 인간 중심의 가치와 관계 형성 능력을 갖춘 전문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AI를 대체의 언어가 아니라 지원의 언어로 보는 데 있었다.
AI는 사회복지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반복 업무를 줄이고 사람과 관계에 더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는 행정 기록, 대상자 정보 정리, 서비스 자원 탐색, 욕구 분석, 통계 작성, 보고서 초안 작성처럼 많은 시간이 반복 업무에 쓰인다. 이런 부분에서 AI가 보조 역할을 한다면 사회복지사는 더 많은 시간을 이용자와의 대화, 신뢰 형성, 위기 개입, 권리옹호, 지역 자원 연결에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전환은 기술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가 기술의 한계와 위험을 이해하고, 사람이 판단해야 할 지점을 분명히 알아야 가능하다.
두 번째 발제는 김형용 동국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주제는 ‘한국 사회복지교육의 특이성과 재구성’이었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비해 현재의 교육체계가 여전히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미래 환경에 맞게 다시 정의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사회복지교육의 재구성은 단순히 AI 관련 과목 하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끝나기 어렵다. 사회복지사가 마주하는 현장은 이미 복합화되고 있다. 고령화와 돌봄 수요, 정신건강 문제, 1인 가구, 가족 해체, 청년 고립, 장애인 권리, 이주민 지원, 지역사회 통합돌봄, 디지털 격차가 서로 맞물린다. 여기에 AI와 데이터 기반 행정이 결합되면 사회복지사는 기술을 이해하면서도 사람의 삶을 통합적으로 읽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이 복잡성을 반영해야 한다.
토론 세션에서는 김혜미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사회복지교육과 실천 현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박재훈 팀장, 우천복지재단 신용우 부장, 한양여자대학교 최세나 교수, 충남대학교 김태연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AI 시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과 실천 역량, 사회복지교육의 방향성, 교육과 현장의 연계 강화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이 공감한 방향은 분명했다.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사회복지사에게 디지털 역량과 기술 활용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 중심의 가치, 윤리, 소통과 협력, 권리옹호 역량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 AI가 더 빠르게 분석하고 추천할수록 사회복지사는 더 깊게 듣고, 더 신중하게 판단하며, 더 강하게 사람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사회복지교육의 과제가 드러난다. 사회복지사는 기술자가 아니지만 기술을 모르면 현장을 읽기 어려워지는 시대를 맞고 있다. 동시에 사회복지사는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지만, 데이터가 정책과 서비스 배분을 결정하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AI가 제시한 결과가 누구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지, 어떤 이용자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지, 어떤 기준이 차별을 강화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교육은 이런 비판적 디지털 문해력을 포함해야 한다.
현장 중심 교육도 더 중요해진다. 사회복지교육이 이론과 자격 요건 중심으로만 흐르면, 졸업생은 실제 현장의 복잡한 관계와 위기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 사례 기반 학습, 지역사회 현장실습, 다직종 협업 훈련, 윤리적 딜레마 토론, 디지털 도구 활용 실습, 이용자 권리옹호 사례 분석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술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뿐 아니라, 언제 쓰지 말아야 하는가까지 배워야 한다.
사회복지 현장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복지기관은 전산시스템과 플랫폼을 통해 대상자 정보를 관리하고, 정책은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며, 서비스 성과는 지표로 평가된다. AI 도구는 이런 흐름을 더 빠르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현장의 핵심은 숫자로만 포착되지 않는다. 가족 안의 갈등, 돌봄 부담, 고립감, 낙인, 불신, 실패 경험, 제도에 대한 두려움은 데이터 항목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의 해석과 관계 역량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AI 시대 사회복지사의 미래 역량은 기술과 인간성의 결합에서 나온다. 기술을 모르고 인간 중심만 말하면 현장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 반대로 기술 활용만 강조하고 인간 이해를 놓치면 사회복지는 행정 처리와 서비스 배분의 기술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사회복지교육은 두 방향을 동시에 붙들어야 한다. 데이터와 AI를 이해하되, 이용자의 존엄과 자기결정권, 관계의 회복, 사회적 권리를 중심에 놓는 교육이 필요하다.
정책적으로는 교육과 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회복지교육기관은 현장의 실제 직무 변화를 더 빠르게 반영해야 하고, 현장 기관은 신입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협회와 교육협의회, 국회와 정부는 자격제도와 교육과정, 보수교육, 현장실습 기준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AI 시대의 사회복지교육 혁신은 개별 교수자의 노력이나 단발성 포럼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과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정석왕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교육과 현장을 연결하는 정책 논의를 지속하고, 미래 사회복지사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협회가 교육과 현장의 연결을 정책 의제로 삼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이용자를 만나지만, 그 전문성을 길러내는 출발점은 교육과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의 의미는 AI 시대 사회복지교육을 기술 적응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회복지사는 AI를 활용해야 하지만,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을 더 분명히 지켜야 한다. 반복 업무는 줄이고,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늘리며, 데이터는 참고하되 인간의 삶을 숫자로만 판단하지 않는 전문성. 그것이 미래 사회복지사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다.
결국 사회복지교육의 혁신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 활용 능력, 데이터 이해력, 윤리 감수성, 권리옹호 역량, 소통과 협력, 현장 판단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 AI 시대의 사회복지교육은 더 많은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기술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전문직 교육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국회 정책포럼은 그 전환을 공론화한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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