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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CO₂로 지속가능항공유 만든다…e-SAF 실증 착수

과기정통부 CCU 메가프로젝트 총괄 주관…2026~2030년 CO₂·그린수소 기반 항공 탄소저감 연료 기술 확보

미디어원 ㅣ 박예슬기자

LG화학이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해 지속가능항공유(e-SAF)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에 나선다. 탄소를 줄여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포집한 CO₂를 다시 연료와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CCU 기술을 통해 항공 분야 탄소저감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이다. 항공산업의 탄소중립 압박이 커지고 각국의 지속가능항공유 혼합 의무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LG화학은 e-SAF 생산 효율을 높이는 핵심 전환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LG화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CCU, 즉 탄소 포집·활용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산화탄소를 지속가능항공유로 전환하는 기술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되며, LG화학은 총괄 주관기관으로 참여한다. 현대건설, 엘티메탈, 프로콘엔지니어링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석유관리원, UNIST, 군산대학교, 충청남도 등이 공동 참여해 산학연관 협력 체계를 구성한다.

CO₂와 그린수소로 항공유를 만드는 기술

이번 실증의 핵심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친환경 수소인 그린수소와 반응시켜 합성연료를 만들고, 이를 다시 정제·고도화 공정을 통해 지속가능항공유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탄소 감축이 배출량을 줄이거나 포집한 탄소를 저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CCU는 포집한 탄소를 다시 산업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CO₂가 폐기물이 아니라 연료 생산의 원료가 되는 구조다.

e-SAF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기는 전기차처럼 단기간에 배터리 전환이 쉽지 않고, 장거리 운항에서는 액체연료의 에너지 밀도가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항공 분야의 탄소중립은 전동화보다 지속가능항공유 확대와 연료 생산 과정의 탈탄소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LG화학이 추진하는 e-SAF 실증은 이 같은 항공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겨냥한다. 포집 CO₂와 그린수소를 결합해 합성연료를 만들고 이를 항공유로 고도화할 수 있다면, 기존 항공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술 상용화까지는 생산 효율, 원가, 수소 공급, 정제 공정 안정성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자체가 시장 선점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CCU 메가프로젝트, 탄소를 비용에서 자원으로 바꾸는 실험

CCU 메가프로젝트는 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과 연결해 검증하는 대형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다. 탄소중립 논의에서 CCS가 포집한 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이라면, CCU는 탄소를 포집해 연료, 화학제품, 건축자재 등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하는 활용 기술이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 저감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동시에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LG화학이 총괄 주관기관을 맡은 것은 회사가 축적해 온 화학 공정, 촉매, 전환 기술 역량과 연결된다. CO₂를 연료로 바꾸기 위해서는 단순 포집을 넘어 반응 효율, 촉매 성능, 공정 안정성, 정제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특히 e-SAF는 최종 사용처가 항공 분야인 만큼 품질 기준과 안전성이 엄격하고, 실증 단계에서부터 연료 규격과 인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참여 기관의 구성도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보여준다. 연구기관과 대학은 전환 기술과 공정 고도화를 맡고, 기업은 실제 생산·시공·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하며,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은 실증 기반과 제도적 연결을 지원하는 구조다. 탄소중립 기술은 한 기업의 연구실에서만 완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사업은 기술 검증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형태다.

SAF 의무화가 키우는 차세대 항공연료 시장

지속가능항공유 시장이 빠르게 주목받는 이유는 각국의 정책 변화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항공유 내 SAF 혼합 비율을 70%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합성연료 비중도 35%까지 높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역시 2040년까지 SAF 혼합 비율 28.2%, 합성연료 4.5% 목표를 설정했으며, 싱가포르와 일본, 인도 등도 단계적으로 SAF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7년부터 1% SAF 혼합 의무화를 시작해 2035년까지 7~10%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항공사와 정유·화학업계 모두에 새로운 전환 압력이 된다. 항공사는 탄소배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안정적인 SAF 조달이 필요하고, 에너지·화학 기업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공급망에서 친환경 연료 생산 기술로 이동해야 한다.

LG화학의 e-SAF 실증은 이 정책 변화와 맞물린다. 단순히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향후 SAF 의무화와 글로벌 항공연료 전환 시장에서 기술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합성연료 기반 e-SAF는 바이오 원료 기반 SAF와 달리 CO₂와 수소를 원료로 삼기 때문에, 원료 공급 안정성과 탄소순환 구조 측면에서 장기적 잠재력이 크다.

항공 탄소중립과 화학기업의 역할 변화

항공 분야 탄소저감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어려운 탈탄소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항공기는 무게와 연료 효율이 핵심이기 때문에 대형 여객기와 장거리 노선에서 배터리 전환은 아직 현실적 제약이 크다. 이 때문에 SAF, e-SAF, 수소 항공, 효율 개선 등이 동시에 검토되고 있으며, 그중 지속가능항공유는 기존 항공기와 급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화학기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화학기업이 석유화학 원료와 소재 생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탄소전환 기술과 친환경 연료, 순환경제 소재까지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LG화학이 CO₂ 전환 기술을 e-SAF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화학 공정 기술이 항공연료 시장과 만나는 지점이다. 탄소를 줄이는 기술이 곧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만드는 기술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LG화학 CTO 심규석 전무는 CCU 기술을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자원으로 전환하는 탄소중립 핵심 기술로 보고, CO₂ 전환 기술 고도화를 통해 e-SAF 생산 효율을 높이고 항공 분야 탄소저감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 실증이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실제 공정 효율과 시장 경쟁력을 겨냥한 기술 과제임을 보여준다.

실증 이후의 과제는 생산 효율과 경제성

e-SAF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과 경제성이 관건이다. CO₂를 포집하고, 그린수소를 확보하고, 합성연료를 만든 뒤 항공유 규격에 맞게 정제·고도화하는 과정은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드는 복합 공정이다. 특히 그린수소 가격과 재생에너지 공급, 촉매 효율, 공정 규모화가 최종 생산 단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실증 사업의 의미는 단순히 CO₂로 항공유를 만들 수 있다는 기술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산업 규모에서 어느 정도 효율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지, 어떤 공정 조건이 가장 안정적인지, 향후 상용 설비로 확장할 수 있는지까지 검증해야 한다. 탄소중립 기술은 실험실 성공보다 산업 현장 적용성이 더 중요하다.

글로벌 SAF 시장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유사, 화학기업, 항공사, 에너지 기업이 모두 공급망 재편에 뛰어들고 있고, 각국 정부는 의무화와 보조금, 인증 제도를 통해 시장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LG화학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이어지는 실증 기간 동안 기술 효율과 공정 안정성을 확보한다면, 국내 항공연료 전환 시장에서 중요한 기술 축을 선점할 수 있다.

CO₂를 연료로 바꾸는 경쟁의 시작

LG화학의 e-SAF 실증 착수는 항공유 시장의 미래가 원유 정제 중심에서 탄소순환 연료 기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산화탄소는 더 이상 배출의 결과물로만 남지 않고, 포집과 전환 기술을 거쳐 다시 연료와 소재의 원료가 될 수 있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용, 수소 공급, 인증, 대량 생산이라는 큰 과제를 넘어야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국내 SAF 의무화가 2027년부터 시작되고, 글로벌 항공사들이 탄소배출 감축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e-SAF 기술은 항공산업과 화학산업을 동시에 바꾸는 전략 기술이 될 수 있다. LG화학이 CCU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하려는 것은 단순한 실증 성과가 아니라, 탄소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차세대 산업 주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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