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경제 생활경제 서울에 집 짓겠다면서 합의도 못 했다…주택공급 ‘숫자 정치’ 되나

서울에 집 짓겠다면서 합의도 못 했다…주택공급 ‘숫자 정치’ 되나

용산 1만 가구와 준공업지역 규제·정비사업 놓고 정부-서울시 이견…발표 물량보다 부지·착공표가 먼저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서울에 주택을 더 공급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정부와 서울시가 동의한다. 그러나 어디에 얼마나 짓고, 어떤 규제를 풀며, 언제 착공할지를 놓고 해법은 엇갈린다. 공급대책이 발표 숫자에 머물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이견부터 좁혀야 한다.

지난 7월 24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났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물량과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용산 공급을 1만 가구 안팎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왔고 서울시는 기반시설 여건상 8000가구 정도가 현실적인 상한이라는 입장이다.

용산 1만 가구, 숫자보다 학교·교통이 먼저

용산은 서울 중심부의 대규모 개발지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주택 물량만 늘리면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학교와 도로, 공원, 상하수도, 업무시설과 주거시설의 비율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지역 주민과 용산구의 동의도 필요하다.

공급 물량을 2000가구 늘리는 결정이 전체 개발계획과 교통수요를 바꾸는 만큼 정부와 서울시가 부지와 기반시설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지 못하면 착공 일정은 밀릴 수 있다.

준공업지역 32개 사업, 2만7000가구의 조건

서울시는 영등포와 구로 등 준공업지역에서 진행되는 32개 사업을 통해 약 2만7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용적률과 주거 비율을 완화하면 도심 안에서 비교적 빠른 공급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준공업지역은 단순한 빈 땅이 아니다. 공장과 물류시설, 소규모 제조업체가 자리 잡고 있어 산업기능을 줄이면 일자리와 사업장의 이전 문제가 생긴다. 주택을 늘리면서 산업시설을 어느 비율로 남길지, 이전 기업의 대체 부지는 어디에 마련할지가 핵심이다.

정부는 단기 공급,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강조

서울시는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풀어 도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정비사업이 계획부터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기존 주택을 철거한 뒤 새 주택을 짓기 때문에 단기 순증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은 재건축·재개발에 통상 3~5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단기간 공급 효과를 낼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반면 서울시는 도심에서 지속 가능한 대규모 공급을 만들려면 정비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맞선다.

시장에 필요한 것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표

부동산 시장은 “몇 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발표보다 실제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 시점을 본다. 정부 소유 부지라도 지자체 도시계획과 기반시설 협의가 끝나지 않으면 주택은 지어지지 않는다.

공급대책에는 후보지별 토지 소유관계, 지자체 협의 여부, 예상 착공·입주 시점, 공공·민간 물량, 학교와 교통 대책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이를 빼고 총량만 제시하면 과거 발표 물량을 다시 더한 숫자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 주택공급의 성패는 정부와 서울시 가운데 어느 쪽 주장이 이기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수단을 실제 착공 가능한 계획으로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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