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나가는 한국인, 일본 료칸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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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직업과 직장이 있다.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는 종류의 일이다. 일본 료칸(일본식 여관)은 친절함과 세심함의 꽃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료칸에서 일하는 한국인도 상당하다. 지난 09년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축소되었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료칸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생활 문화의 정수로 보기만하는 관광이 아닌 느끼고 체험하는 관광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해외로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제2의 한국 홍보대사로 한국이미지 쇄신에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들 중 일본 스미요시칸에서 일하고 있는 최인혜 프론트 담당자를 만났다.

“웃음으로 손님 대한다면 50%는 성공한 료칸인”
최인혜 프론트 담당자는 여느 23살과 같은 활기차고 웃음 많은 사람으로 특이한 점이라면 일본 료칸에서 일 한다는 점. 호텔과 같은 숙박업체지만 그 성격이 180° 다르다. 료칸은 온천을 기본으로 한다. 각 곳마다 온천의 질이 다르며 이것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그는 “우리 료칸은 무릎 관절에 좋아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객실은 일본 전통의 다다미방이며 각 객실을 담당하는 나카이상(仲居さん)이 손님의 체크인 할 때부터 체크아웃 할 때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 식사 시간에는 일본 전통요리가 객실에 차려지는데, 이 코스 메뉴를 ‘가이세키 요리’ 라 부른다. 가이세키 요리는 에도시대부터 내려온 요리로 ‘눈으로 70%를 먹고 입으로 30%를 먹는다’ 할 정도로 화려하다.

또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프론트 담당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아울러 “체크인 시간 30분 전 모든 준비가 끝나야 한다. 투숙객이 도착하면 음료도 접대하고 체크인 수속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평소 하는 일은 명세서 정리와 예약확인, 청소, 나카이상과 호흡을 맞추는 일들이다.
료칸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면, 투숙객이 체크아웃 한 후, 나카이상과 함께 차를 타고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배웅을 한다는 것인데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다시 찾아 달라는 인사와 오래 함께 하지 못함의 서운함의 표시다.
“손님이 돌아간 후, 다음 손님을 위해 정갈하게 청소를 한다”고 하는 말투와 행동에서 료칸인의 느낌이 묻어나온다. 료칸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 것이 언어, 체력, 예절 세 가지.
“어느 나라에 가서도 언어가 되지 않으면 접시 닦이와 청소 밖에 할 수 없습니다”고 이야기하며 언어능력의 필요성을 단호히 표현했다. 이곳 사장이 운영하는 두 곳의 료칸이 더 있다. 그 중 산카이데 료칸에는 중국인 직원도 있는데 일본어를 못 해 한동안 접시닦이와 청소만 도맡아 했다고 한다.
“대학시절 JLPT 2급 자격증을 땄지만 현지에 와서 일어를 다시 공부했다” 는 그는 한동안 무척 힘들었고 한다. 일본에서도 료칸은 극존칭의 경어를 사용하는 곳, 3개월 동안은 말하고 듣는 것에 어려움과 힘든 일을 여럿 겪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투숙객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불평을 들었을 때라고 했다.
“한동안 사람을 대하는 것이 무서웠지만, 덕분에 더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외지에서 살아가는 그는 이렇게 스스로 깨닫고 노력하는, 이젠 학생 아닌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의 길을 걷고 있었다.
“프론트는 많이 움직이고 오래 서 있어야 하며 방문하는 손님의 짐을 들어야 한다”
투숙객 대부분은 좋은 온천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미요시칸의 극진한 대접 때문에 그곳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이 말은 서비스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방문객에게 부족한 것이 없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밥 먹고 자고 다시 일하는 것만 해도 버거웠다”며 웃음지어 보였다.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이며 옷은 기모노의 종류인 니부시키, 신발은 조리로, 유니폼 개념으로 한국인이 매일 입고 신기엔 불편했을 일이다. 예절도 중요하다. 일본인은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가 습관적인데, 심지어 돈을 지불하고 묵어가는 손님도 ‘신세지겠습니다’ 라는 말을 한다. 또, 그는 “서비스 직종이기 때문에 손님 앞에서 친절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며 “어떤 일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을 대할 수 있다면 50%는 성공한 료칸인” 이라 말했다.

# 힘들었던, 행복했던, 부끄러웠던..
최인혜, 그의 성격은 무척 활달했다. 그런 그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말을 잘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정된 사람과만 한국어를 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 묻는 말투가 쓸쓸해보였다.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며 손님으로도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겪은 것은 벙어리 가슴앓이. 함께 일본에 건너온 친구가 있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휴일이면 혼자 다니거나 방에만 있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다행이 4월에 새로운 한국인 나카이상이 들어와 수다도 떨고 또래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친구가 늘어 나는게, 모국어로 말한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지 일본에서 알았다”고 이야기하며, 웃는 그는 영락없는 23살 숙녀였다. 또 한 가지는 스미요시칸이 있는 곳은 한적한 시골이다. 서울의 도심생활에 익숙한 그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 눈에 선하다.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친구들이 있는 도쿄나 오사카에도 갔었지만 지금은 생활이 익숙하기도 하며 친구와 나카이 언니들 때문에 도시가 그립지는 않다고 했다.
“행복했던 기억은 대부분 오카미상의 관한 것인데, 오카미상은 료칸의 안주인이다. 최근에는 오카미상 이라 하면 사장을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향이 그리웠던 처음, 오카미상은 다정하게 자신을 보살펴준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오카미상은 딸 리사와 아들 타카와 두 자녀를 두고 있는데 비슷한 또래로 유일한 일본인 친구라고 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오카미상의 어머니인 오오카미상이 유카타를 사주셔서 축제에 놀러간 기억이다” 일본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가는 것이라 한 말에 오오카미상이 선뜻 유카타를 사주신 것. 불꽃축제 장소로 뛰어가며 초코 바나나를 샀는데 노점을 도는 중 축제가 끝나 무척 아쉬웠다고 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후리소데’ 라는 기모노를 입어 본 것이다.” 후리소데는 기모노 중에서도 초고가로 일본의 젊은이들이 성인식에 입는 의상라고 한다. 빌리고 입혀주는데 100만원~300만원이 든다고 하며 아이가 태어나면 성인식 준비로 적금을 들 정도다.
일본은 축제문화가 많으며 한국과 다르게 성인식은 화려하게 치러진다. 이곳에서 유명한 축제는 7월의 아야메 마쯔리 라는 게이샤들의 춤 공연과 8월 초의 불꽃 축제가 있으며, 주변의 유명한 볼거리는 녹차밭, 붓꽃 축제 등이 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냐는 질문에 “이곳은 현지인이 많이 오지만 한국 관광객도 가끔 온다”고 답했다. “매너 좋은 사람은 친절하고
한국인이라며 잘 해주기도 한다지만, 아닌 사람은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전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한국인 부부가 왔는데 거만한 말투와 자세로 직원들을 깔보는 것은 예사며 체크아웃 시간도 시키지 않아 나카이상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 “한국인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 이런 손님이 왔다 가시면 한국의 이미지가 많이 상한다”고 말하며 “여행지에서는 여행객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여러분의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호감도도 높아진다” 고 당부했다.
최인혜 프론트 담당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줬다. 홀로 타국에서 노력하는 모습에서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올 10월에 한국으로 돌아올 일정이라는 그는, 일본에서 잘 해 나갔듯 한국에서도 꼭 성공하리라 믿는다. 좋은 모습으로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미요시칸: 81-055-948-1345>

<가이세키 요리>
가이세키 요리는 법칙과 형식이 있지만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각 지방과 계절, 료칸의 특색, 요리사의 개성 등에 따라 다양한 음식이 나온다. 정갈하며 화려한 요리가 일본인의 마음이라면 접시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 된다. 계절, 음식의 종류 등에 따라 다양한 무늬의 접시들이 등장하는데, 매화나 벚꽃 등의 꽃 그림은 봄철, 단풍 등의 그림은 가을, 눈 그림이 그려진 접시는 겨울에 사용한다.
음식이 나오는 순서는 사키츠케, 스이모노, 오즈쿠리, 야키모노, 니모노, 쇼쿠지, 디저트 순이다. 사키츠케는 전채요리로 간단한 매실주가 먹기 전이나 사키츠케와 함께 나온다. 스이모노는 국물요리로 맑은 국물이 개운하다. 다음 요리인 회를 먹기전 입맛을 깨끗하게 한다. 오즈쿠리는 생선회로 신선도가 높은 것을 내온다. 흰 살을 먼저 먹고 붉은 살은 후에 먹는다. 야키모노는 말 그대로 생선이나 조개 등 구운 것들이 나온다. 니모노는 조림 요리로 야채 등에 모양을 내 졸여 나온다. 쇼쿠지는 식사의 일본어로 보통 미소시루와 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