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앙(FABIAN)과의 인연은 ‘2010대구국제박람회’에서부터 시작돼 최근에 개최된 ‘2010지구촌 한마당’까지 이어졌다. 그는 에콰도르 대사관과 연계돼 에콰도르 전반적인 홍보와 잉카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일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대사관측의 행사 참여시에는 대사관에서 한국인을 파견해 소통의 도움의 준다.
이태원에서 만난 파비앙은 처음 볼 때처럼 남미사람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로 반기면서 이태원에 하나밖에 없는 ‘꼬메도르’라는 남미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주인은 파라과이사람인데 파비앙과 친분이 있어보였다. 레스토랑 주인은 파라과이사람으로 한국남자와 결혼했다는 설명을 해주며 본인도 꼭 한국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췄다. 조금 기다리니 파비앙이 추천한 메뉴 ‘엠빠나나’가 나왔다. 엠빠나나는 남미식 만두 같은 느낌으로 밀가루 피에 닭가슴살과 소고기로 가득 채운 요리다.
첫 질문으로 한국이 살기 좋으냐는 질문을 건냈다.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그는 서툰 한국어로 대뜸 “한국 너무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한국에서는 새벽 1시, 2시를 지나 더 늦은 시간의 거리도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남미쪽 나라들을 예를 들면서 밤 10시만 돼도 바깥출입을 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의 치안유지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임으로 한국인으로써 마음이 뿌듯해졌다.
또 그는 한국에 5년 동안 살면서 점점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살고 있는 이태원에서도 해가 거듭될수록 외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아무리 한국이 좋다고 해도 외국인으로 살면서 힘든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파비앙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한국인이 나에게 실례가 된다는 생각에 쉽게 속내를 말하지 않았다.
갑자기 레스토랑 안으로 중년의 한국인 여자가 떠들썩하게 들어오면서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파비앙은 “어느 나라나 마마들은 시끄러워요”라며 농담을 건넨다. 레스토랑 안에 점점 사람들이 들어찬다. 이태원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레스토랑의 손님들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잠시 후, 다음으로 주문했던 ‘비스테’가 나왔다. 비스테는 넓은 접시 위에 소고기스테이크, 감자튀김, 계란 후라이, 양파향이 나는 밥으로 이루어진 요리다.
얼마 전 열린 한국과 에콰도르 간 축구 경기가 2:0으로 에콰도르가 진 경기라는 것은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경기 봤어요?” 모르는 척 슬쩍 물었다. 파비앙은 경기장에 직접 갔었는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인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며 “졌어도 즐거웠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에콰도르가 진 것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인 때문인 것 같다는 뉘앙스로 말하며 억울해 한다. 한국이 아무리 좋아도 그는 에콰도르 사람이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사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던 파비앙이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자연스럽게 속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파비앙이 처음에 한국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한국 메니지먼트 밑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는 에콰도르에서는 잉카음악이 특별한 음악이 아니자만, 한국에서는 특별한 음악으로 인정을 받아 연주할 기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1년 동안 메니지먼트 밑에서 일을 하면서 받은 수당은 변변치 않았다. 일을 한 만큼 수당을 주지 않거나 아예 모른척하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을 지낸 후에 그는 혼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혼자 일하는 것이 더 편해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공연이나 이벤트 일은 겨울이 되고 추워지면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예전에는 홍보일을 도와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한국인 친구가 있었지만, 그 친구가 결혼을 해서 겨울에는 거의 일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을 쉽게 못 믿는 그의 마음이 이해됐다. 한국인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해 외로워하는 그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하나 있다. 다음달에 파비앙의 친형이 그와 함께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때 쯤, “다음 주에 충주에서 이벤트가 있어요. 시간이 된다면 꼭 와주세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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