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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 김종서함 4부작 ④] 6척의 이지스로 우리 바다를 지킬 수 있는가…한국 해군, 이제 다음 바다를 본다

미국에서 구축함을 받아오던 나라에서 ‘한국형 이지스’를 만드는 나라로…KDDX 6척과 ‘12척 기동함대’로 이어지는 60여 년의 전환

한국 해군 이지스함과 차세대 구축함으로 구성된 미래 기동함대 해상 편대기동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과 차세대 구축함이 함께 기동하는 미래 기동함대를 상징적으로 재구성했다. 실제 특정 훈련 장면이나 함정을 촬영한 사진은 아니다. / 미디어원 편집부

이지스함 6척이다.

세종대왕함,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그리고 정조대왕함, 다산정약용함, 대호김종서함.

오는 2027년 12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3번함인 대호김종서함이 해군에 최종 인도되면 대한민국은 세종대왕급 3척과 정조대왕급 3척, 모두 6척의 이지스구축함을 보유하게 된다.

1963년 미국에서 구축함 한 척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구축함 시대를 열었던 대한민국 해군의 역사를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상 작전의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지스구축함 6척이면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킬 수 있는가.”

‘6척 보유’는 ‘6척 작전’이 아니다

군함은 숫자대로 싸우지 않는다.

바다로 출동한 함정은 임무를 마치면 모항으로 돌아와 점검과 정비를 받아야 한다. 거친 파도와 염분을 견딘 장비 수리와 보급, 승조원의 휴식과 교대, 필수적인 전술 훈련도 이어진다. 일정 주기가 지나면 조선소 독(Dock)에 들어가는 장기 창정비도 거친다.

따라서 6척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6척 모두를 상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전과 훈련, 정비 주기를 기계적으로 3등분해 “언제나 2척만 쓸 수 있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실제 가용 척수는 정비 일정과 훈련, 당시의 안보 상황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세종대왕급 한 척이 정기 정비에 들어가고 다른 함정이 교육훈련이나 대기 임무에 투입되면 즉시 기동할 수 있는 전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보유한 함정의 숫자와 지금 바다에서 당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함정의 숫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과부하 걸린 6척…제주에서 바라보면 바다가 달라진다

문제는 이 6척이 감당해야 할 바다가 너무 넓다는 데 있다.

동해와 서해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탐지·추적하고 대응해야 한다. 대잠전과 함대방공을 수행하며 아군 함대를 보호하는 임무도 무겁다.

여기에 시야를 남쪽으로 돌리면 또 다른 생명선이 나타난다. 바로 제주 남방 해상교통로(SLOC)다.

대한민국 수출입 물동량의 99.7%는 해운을 통해 이동한다. 국가 산업의 혈액인 원유와 천연가스, 핵심 원자재 역시 바닷길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말라카해협으로 이어지는 항로의 안전이 흔들리면 국내 산업과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연안에만 머무르며 북쪽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과 제주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기동전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 남쪽 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로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척의 이지스함으로 북한의 탄도탄 위협과 연안 방어, 대잠전, 그리고 남방 해상교통로 보호까지 동시에 감당하려면 전력 운용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해군 055형 대형 구축함 난창함 101
중국 해군의 055형 대형 구축함 난창함(101). 중국은 1만 톤급 대형 수상전투함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055형, 일본 이지스 8척…주변 바다는 이미 달라졌다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 속도 역시 가파르다.

중국은 1만 톤급 055형 대형 구축함을 잇달아 취역시켜 대형 수상전투함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곤고급 4척, 아타고급 2척, 마야급 2척 등 총 8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운용 중이며, 여기에 대형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ASEV) 2척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다.

한국이 주변 대국들과 단순한 함정 숫자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특정 함정이 정비에 들어가더라도 다른 함정이 그 공백을 채우고, 한반도 주변 작전과 원해 기동을 동시에 지탱할 수 있는 ‘함대의 두께’를 갖추는 것이다.

그 열쇠가 바로 차기 한국형 구축함 KDDX다.

국산 두뇌를 얹는 KDDX 6척…‘12척 기동함대’의 실체

방위사업청은 지난 2026년 7월 31일 한화오션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목표는 2032년 선도함의 해군 인도다.

KDDX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구축함 6척이 늘어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위사업청은 KDDX를 공식적으로 ‘국내 최초 한국형 이지스구축함’이라 규정한다.

전투체계와 소나체계,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MFR), 함대공유도탄 등 주요 핵심 무기체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해 탑재한다. 세종대왕급과 정조대왕급이 국내 함정 건조기술에 미국 이지스 전투체계를 결합했다면, KDDX는 선체뿐 아니라 내부의 전투 두뇌와 센서까지 국산화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계획대로 KDDX 6척이 전력화되면 한국 해군은 세종대왕급 3척, 정조대왕급 3척에 KDDX 6척이 더해진 12척 체제를 완성한다.

물론 12척 모두가 미국산 Aegis 체계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KDX-III와 국산 체계 중심의 KDDX는 계통이 다르다. 그러나 함대방공을 책임질 고성능 방공·기동 구축함의 전력이 6척에서 12척 규모로 두꺼워진다는 것은 작전의 차원이 달라짐을 뜻한다.

12척이 바꾸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지’다

12척 체제가 갖는 본질적인 힘은 단순히 배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 있지 않다. 해군 작전에 비로소 ‘선택지’와 ‘운용의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다.

정비 중인 함정이 있어도 다른 함정을 차질 없이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 한반도 주변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전력을 원해 해상교통로로 전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특정 함정의 정비가 지연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전체 작전 계획이 흔들릴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결국 해군력은 서류상 몇 척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 바다에 실제로 몇 척을 내보낼 수 있느냐에서 결정된다. 6척에서 12척으로의 전환이 갖는 가장 큰 전략적 가치다.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구축함 충무함 DD-91이 해상에서 항해하는 모습
1963년 5월 취역한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구축함 충무함(DD-91). 미 해군이 운용했던 플레처급 구축함 USS Erben을 공여받아 인수한 함정이었다.

미국에서 인수하던 충무함, 이제 필리핀과 페루가 한국 군함을 찾는다

대한민국 구축함의 역사를 60여 년 전으로 돌려보면 우리가 걸어온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큰지 선명해진다.

1963년 5월 대한민국 해군은 충무함(DD-91)을 취역시켰다. 우리 해군 최초의 구축함이었다. 미 해군이 운용했던 플레처급 구축함(USS Erben)을 공여받아 인수한 함정이었다. 독자 건조 기술이 없어 우방국이 운용하던 함정을 넘겨받아 대한민국 구축함의 역사를 시작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장면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해군이 운용하다 퇴역한 포항급 초계함 충주함은 필리핀으로 건너가 BRP 콘라도 얍으로 재취역했다. 그리고 필리핀은 이제 퇴역 군함을 인수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 조선소에 자국 해군의 신조 군함을 주문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호세 리잘급 호위함이 필리핀에 인도됐고, 미겔 말바르급 함정과 원해경비함(OPV) 사업이 뒤를 이었다. 추가 호위함 계약까지 포함해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에서 한국이 확보한 함정은 모두 12척에 달한다. 남미의 페루 역시 호위함과 원해경비함, 상륙함 등 수상함 건조 사업에서 한국 조선업과 손을 잡았다.

남이 운용하던 구축함을 받아오던 나라가, 이제 다른 나라 해군의 주력 함정을 설계하고 건조해 공급하는 나라로 올라선 것이다.

충무함에서 김종서함으로, 그리고 바다 너머로

1963년 충무함. 2008년 세종대왕함. 2024년 정조대왕함. 2026년 대호김종서함. 그리고 2032년 인도를 목표로 하는 KDDX 선도함.

60여 년 전 대한민국 해군의 질문은 ‘구축함 한 척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였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설계하고 건조한 구축함을 몇 척이나 확보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바다에 내보내며, 어디까지 지켜낼 것인가.’

대한민국은 세종대왕급과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다. 이제는 국산 전투체계와 레이더, 소나, 유도무기를 결합한 KDDX로 나아가고 있다. 동시에 우리 조선소가 건조한 군함들이 세계 각국 해군의 주력으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배를 받아오던 나라에서 배를 만드는 나라로. 배를 만드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해군 현대화를 함께하는 나라로. 대한민국 해군과 해양 방산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대호김종서함은 그래서 한 척의 신형 이지스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구축함으로 시작했던 대한민국 해군이 독자적인 이지스함을 만들고, 다음 세대 한국형 구축함까지 준비하는 60여 년 대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는 마지막 정조대왕급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시선은 이미 대호김종서함 너머의 더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대호 김종서함 4부작]

① 대호김종서함 진수…‘보는 배’에서 ‘잡는 배’로, 한국 해군은 무엇을 바꿨나
1편 기사 보기

② 2024년 정조대왕함과 2027년 김종서함…같은 배, 그러나 3년의 무장 단층선
2편 기사 보기

③ 128셀에서 88셀로…‘숫자의 착시’ 뒤에 숨은 전략적 대전환
3편 기사 보기

④ 6척의 이지스로 우리 바다를 지킬 수 있는가…한국 해군, 이제 다음 바다를 본다
4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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