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한국의 명동과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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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은 서울의 한 지명이지만 지방 소도시에서는 중심가를 칭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명동은 강남과 청담, 신사동에 서울의 중심이라는 옛 이름을 내어줬지만, 6월 다시 찾은 이곳은 한국 인바운드 시장을 대표하는 명소로 새로이 자리 잡았다. 자고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사람과 삶이 가득한 서울의 중심, 명동 그 속으로 들어갔다.

명동, 얼마나 바뀌었나

6월 말 하늘은 비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주히 가판에 비닐을 덮는 상인에서 우산을 찾는 행인, 길을 묻는 관광객까지 평일 명동 거리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는 방법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롯데 백화점을 둘러보고 나가는 편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백화점은 애비뉴엘관과 영플라자 등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어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일본인이 많은 편인데 롯데 호텔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롯데 백화점에서 나와 오른편으로 걸으면 보이는 건물이 영플라자로 자라 등 젊은 감각의 의류와 소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2층에 중국 음식점이 보인다. 이곳은 점심에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인기 메뉴는 자장면이다. 적당히 볶은 춘장의 고소함과 짭짤함이 두툼하게 썬 해산물과 깊은 맛을 낸다. 가격대도 일반 중국 요리점과 비슷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코스 요리도 준이 되어 있다. 점심을 먹었다면 온 길로 돌아 나와 건너편 명동으로 향한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한다면 최악의 장소지만 사람들 틈에 섞여 사색을 즐기거나 사람 구경을 좋아한다면 최고의 ‘잇 플레이스’ 다. 곳곳에 노점이 있어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품질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인기가 많다. 거리의 많은 인파 중 절반은 한국인이며 나머지는 관광객으로 외국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지 않다. ‘영감을 주는 한국’ 의 위상에 내심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상점 중에는 화장품 가게도 많다. 일본의 한 연예인이 한국의 BB크림을 극찬해 화장품을 쓸어 담아 간다는 직원의 귀띔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걷기 좋은 거리 사업으로 울퉁불퉁했던 길은 말끔해졌고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모습은 명동의 변화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큰 길을 따라 가면 오른편으로 KATA에서 운영하는 안내소가 보인다. 짐짓 영어로 대화를 청했을 때 길 안내와 유창한 언어 실력은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안내소가 많지 않아 적잖은 외국인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표지판도 존재했지만 한국인인 기자가 봐도 방향만 있을 뿐이고 길을 찾기 어려운 곳이 다수 있다.

다행인 것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움직이는 관광안내’ 가 있는 것이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가능자가 2인 1조로 구간 별로 순환하며 말을 걸고 길을 가르쳐 준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유창한 어학 실력은 물론 친절함도 겸비해 거부 반응을 보이던 외국인도 곧 아리가토, 땡큐를 연발한다.

명동에는 총 16명의 안내원이 있으며 남대문 10명, 인사동, 신촌, 이대, 동대문에 6명이 배치되어 20분에 한 번씩 자리를 교대한다. 홍콩에서 온 챈은 한국에 몇 번이나 와본 한국을 잘 아는 사람으로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쇼핑하러 종종 오는 편이라고 한다. 숙소를 묻는 말에 안국동에 있는 한옥에서 머문다고 답한다.

한국은 고궁을 제외하면 문화를 체험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여행업계에 고마운 조언도 잊지 않는다.

다른 거리에서 만난 일본인 난부 미치요는 쇼핑과 유명한 명동교자 만두를 먹으러 왔다. 몇몇 외국인과도 대화를 나누었지만 여행객의 대부분은 쇼핑이 목적이며 다른 이유도 음식 정도 밖에는 없었다. 한국이 더 ‘영감을 주는 곳’ 이 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체험 등의 인프라 확충과 료칸 등을 표본 삼아 지방 인바운드 사업에도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국내 대표적인 온천관광지의 4성급 호텔도 서울의 모텔보다 떨어지는 조악한 시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위생에 민감한 관광객은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영국에서 온 서지는 국내 온천을 다녀왔지만 재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다고 전해 얼굴이 뜨거워지는 경험도 했다. 그 밖에도 시와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커가는 중국 시장의 관광 수요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을 볼 수 있었다. 중국어로 된 안내문은 부족했으며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민 의식도 떨어졌다. 종종 중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가게도 있다는 한 시민의 말에 고개가 숙여졌다.

한참을 거리를 따라 가면 앞에는 명동성당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적으로는 한국 근대 건축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첫 고딕 양식 건축물(사적 제258호)로 기록된 성당이다. 종교는 다르지만 한국의 유명한 대성당을 보러 온 관광객은 모두 숙연했다. 미사가 진행 중이라 길게 둘러보지는 못 했지만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쏟아지는 빛줄기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듯 했다. 성당 옆 코스트 홀에는 성물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조용히 성당을 둘러보며 마주치는 사제와 목례를 하고 안내를 받아도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매 시간마다 있는 미사를 볼 수도 있지만 비신자는 성체를 받지 못 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성당에서 나와 왼편에는 TAJ가 보인다. 인도에 반한 한국인이 운영하며 현지인이 서빙을 하는 인도 요리 전문점이다. 점심에는 2만 원가량으로 세 가지 커리와 라씨를 맛 볼 수 있으며 인도식 식사법으로 먹어도 좋은 곳이다.

손으로 먹을 때는 왼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예의니 주의하자. 오른편 골목으로는 홍대에도 있는 돈부리 가게가 있다. 이곳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데 식사 시간이면 세 줄로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돈부리는 일본식 덮밥류를 뜻하는 말로 메뉴는 모두 덮밥이다. 주방장이 추천하는 요리는 새우튀김과 포크커틀렛이 들어간 가츠돈과 새우와 새송이, 가지, 풋고추를 튀겨 츠유를 얹은 덮밥. 자칫 느끼하고 눅눅해질 수 있는 튀김을 기막히게 섞어 낸다. 단무지와 김치가 제공되며 앞에 담겨 있는 통에서 덜어 먹을 수 있다. 가게가 작아 여러 사람과 어깨를 대고 먹어야 하지만 가게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으니 불편하기보다 정겹다. 이곳에서 만난 마케팅 회사 이혜원은 소문 듣고 찾아왔지만 기대 이상이라고 칭찬한다. 그녀의 추천 메뉴는 가츠돈으로 츠유에 날 계란과 양파를 넣어, 바삭하게 튀겨낸 돈가츠 위에 얹어 먹는 요리다. 츠유의 양과 계란의 익힌 정도가 관건인 이 요리를 잘 하는 곳은 드물지만 이곳은 일본에서 먹었던 맛과 똑 같다고 한다. 돈부리 사장은 모든 식재료를 일본에서 공수해오며 츠유를 다루는 것은 기업 비밀이라 말 할 수 없다고 한다. 퇴근 후 기린 맥주와 따뜻한 가츠돈 한 그릇이면 하루의 피로도 말끔하지 않을까?

남산으로 향하는 길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이면 서울 한가운데 우뚝 솟은 남산이 보고 싶다. 명동에서 남산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로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모인다.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로 길을 건너면 퍼시픽 호텔로 갈 수 있다.(못 찾겠다면 밀리오레를 물어보면 된다) 호텔 중심 갈래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한다. 남산 게스트 하우스 초록 간판이 보이면 맞게 가는 길이니 안심하자. 계단에 올라서면 앞에 케이블카가 보이고 매표소 1층은 갈비집이다. 2층에서 표를 구입하면 곧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벨이 울릴 때까지 기다리라고 써져있지만 벨이 울리면 늦는다. 먼저 가서 줄을 서는 것이 한 순번 빨리 타는 방법이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100 만 불까지는 아니지만 달라진 서울 풍경에서 묘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남산에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시릴지도 모르며, 혼자 갈 경우 옆구리도 시린 경험을 할 수 있다.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봉화가 보이며 거리의 화가가 그림을 그려준다. 빛줄기가 뻗어있는 정자와 빛나는 남산 엔 타워는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타워 오른쪽에는 매표소가 있으며 왼편의 내려가는 계단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오른편 계단을 이용해 데크에 올라서면 유명한 사랑의 자물쇠가 보인다.

지금은 일몰 후 매 정각 알렉산드로 콜린카의 일렉스토닉 파이어 작품이 열리고 있어 남산 타워가 10분간 화염에 싸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타워 최상층에는 엔그릴 레스토랑이 있는데 장정기 쉐프의 매력적인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한 가지 흠이라면 가격이 썩 착하지 못 해 특별한 날 가는 것이 좋다. (커플메뉴 2인 기준 25만원) 한 층 아래는 전망대가 있는데 유리에 각 방향과 세계 각국과의 거리를 적어 놓았다. 아쉬운 점은 그 이외의 다른 것이 크게 없다는 것이다.

아래에 커피를 마시거나 기념품을 살 곳도 있지만 관광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는 어려웠다. 내부의 전망대와 레스토랑 외에도 다른 편의시설 준비가 필요하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도 서울 전망을 보려면 타워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 방문객의 큰 불만이었다. 케이블카와 타워 전망대 요금도 1만 5천원으로 비싼 편이다. 국내 관광객에게도 해외 관광객에게도 1회성이 아닌 다시 찾고 싶은 남산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명동과 남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좋아진 서비스와 거리 풍경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한다. 다만 아직 미숙한 관광문화와 관광객을 대하는 점은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이 보인다. 더 편리한 시설과 관광인프라 개발로 대한민국 전체가 ‘걷고 싶은 곳’ 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