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선생은 그의 시 ‘ 울릉도 ’ 에서
동쪽 먼 심해선 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 꺼나
금수 錦繡 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 長白 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
동쪽 먼 심해선 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 꺼나
조국의 어지러운 소식을 염려하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 신비의 섬 ,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 원시림 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울릉도 . 그 푸르름은 여느 때의 푸르름이 아니다 . 우리 일행에겐 삶의 푸르름으로 다가와 2014 년의 봄을 함께 한다 .
몇 번의 초대에도 응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이 아니면 깔깔거리던 여고생들이 어떻게 함께 하랴 . 혼란한 소식들을 뒤로 하고 포항항에서 도동항으로 향한다 . 일단 짐을 싸고 발을 내딛는 순간 맘은 등불을 켠 듯이 밝아지고 여행지에서의 이방인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 이게 여행의 기쁨 아닌가 .
첫 발을 내딛은 곳 – 학포항
우리 일행은 1882 년 5 월 고종이 파견한 검찰사 이규원 일행이 처음 발을 내딛은 학포 ( 서면 태하리 ) 로 향한다 . 학포는 학이 품어 안은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
일반 관광객들은 여유로운 일정이 아니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 울릉도 주민들이 주로 모임이나 행사를 할 때 즐겨 찾는 곳이란다 . 음치도 이곳에선 노래가 절로 나온다고 귀띔한다 .
학포항 ( 당시명 : 소황토구미 ) 해변가에 있는 ‘ 울릉도 태하리 임오명 각석문 ’ 을 보면서 근세 울릉도 개척기의 흐름 속으로 훌쩍 날아가 본다 . 고려 후기 무신정권기에 섬으로의 본토민 이주정책이 실패한 후 500 여년 만에 조선조정의 울릉도 개척의지를 엿볼 수 있는 유서깊은 마을인 셈이다 .
산과 바다 모든 것 하나 하나가 코 끝에 스미는 청량감을 더해준다 . 학포의 매력에 빠져 이 곳에 주저앉게 되었다는 어르신이 우리를 반기며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손짓한다 .
울릉천국
가수 이장희씨가 살고 있는 울릉천국 ( 북면 평리 ) 을 놓칠 순 없지 않은가 .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어도
걱정없네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
걱정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
봄이 오면 나물 캐고
여름이면 고기 잡네
가을이면 별을 헤고
겨울이면 눈을 맞네
성인봉에 올라서서
독도를 바라보네
고래들이 뛰어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라고 읊은 통기타 가수 이장희씨 집 주변을 더욱 멋지게 다듬어 놓은 곳이 바로 울릉천국이다 .
웅장한 송곳봉이 위용을 자랑하며 보이는 곳에 아기자기한 꽃들과 푸른 나무 , 하이얀 예배당 , 그리고 푸른 지붕의 이장희씨 집 .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이 곳 .
정자를 지나면 세시봉 출신의 가수들과 유명인사들의 친필 사인이 있는 비석정원 , 작은 연못과 어우러져 주변 풍광이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이 곳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그 날도 역시나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 가족 , 친구 , 연인들 여기저기서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이어진다 .
우리 일행도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한 곳이다 .
관음도 ( 깍새섬 )- 눈부신 푸르름이 덮힌 원시섬을 걷다
동백나무 , 후박나무 , 희귀한 자생식물이 풍부하며 깍새가 많이 산다고 하여 깍새섬이라고 불리우는 관음도는 울릉순환로가 끝나는 관선터널까지 가면 된다 . 2012 년에 개통된 보행연도교가 있어 지금은 관음도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
저동항에서 북동쪽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섬은 독도 ,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부속섬인 셈이다 . 여러 번의 용암분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섬의 표면이 부석으로 덮여있다고 한다 . 이 곳은 관음쌍굴 ( 해식동굴 ), 죽도 , 와달리 해안 , 방사상 주상절리 , 삼선암 등의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명소이기도 하다 .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가던 우리 일행은 느림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여유롭게 누리고 싶었다 .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저 쉬엄쉬엄 가다가 멈추곤 자연 풍광을 즐겼다 .
주상절리 , 해적의 소굴로 이용되기도 했다는 관음쌍굴 , 그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면 장수한다는 물을 마시진 못해도 청정 바다와 해안 절경으로 인해 우리의 맘은 이미 끝없는 환희로 가득차 있다 . 와아 ! 여기다 . 삼선암이다 . 세명의 선녀가 울릉도 비경에 반해 하늘나라로 돌아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바위가 됐다는 삼선암이 눈앞에 나타난다 .
산책로를 따라가며 오가는 학창시절 얘기에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또다시 멈추게 했다 . 죽도의 모습이 완연히 드러났다 . 죽도의 모습이 인간극장 (2004 년 8 월 ) 에 소개된 ‘ 부자 ( 父子 ) 의 섬 ’ 을 떠올리게 했다 . 방송나간 후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도를 다녀갔다고 한다 . 더덕농사가 잘된다는 죽도는 독도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
이제 우리 일행은 관음도를 뒤로 한 채 허기진 배를 채우러 달려가고 있다 .
울릉도의 이런 저런 다양한 모습은 계절에 따라 ,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 관광명소에 따라 , 일정에 따라 다르게 비춰질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이방인으로서의 자유를 누리고 즐거움을 안고 돌아온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 이상은 이번 울릉도 여행지 중 몇 곳을 소개한 것이다 .
여행 tip :
1. 울릉도에서 차량 운전시 터널입구에서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
터널 운행시 주의해야함을 잊지 말자 .
2. 바람의 세기에 따라 ( 일기에 따라 ) 관음도 보행 연도교가 폐쇄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 ( 문의 : 섬목 연도교 -054- 791-6022, 입장료 4000 원 )
3, 여행지의 향토음식을 맛보는 것은 관광 못지않게 중요하다 , 맛집 정보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 선뜻 나서기가 주저해지는 경
우가 있다 ,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만 꼭 2-3 가지는 먹어보자 . 울릉도의 향토음식 가격은 1 인분 평균 15000 원은 예상해야 한다 . 따개비 칼국수 (1 만원 ), 오징어 내장탕 , 해물밥 , 산채비빔밥 , 홍합밥 , 울릉약소 , 매운탕 , 호박 막걸리 등 .
까다로운 지인이 즐겨찾는 곳 , 우리 일행도 대만족했던 곳을 소개한다 .
a. 신비섬 횟집 ( 사동리 )- 수중다이버이자 어부인 주인장이 직접 운영하므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
( 문의 : 054-791-4460)
b. 신애분식 ( 천부리 ) – 따개비 칼국수로 알려진 식당 ( 문의 : 054-791-0095)
c. 비목 ( 도동리 )- 홍합밥 , 오징어내장탕 ( 문의 : 054-791-2660)
글 사진 : 김형숙 여 행작가 Huka ssuk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