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쪽으로 바람이 부는구나

여권의 대선후보 단일화에 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애초에 나는 여론조사의 원샷을 통한 노무현·정몽준 식의 단일화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 단일화가 아니라, 지금의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1997년의 ‘DJP연합’ 식의 단일화를 함이 마땅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정부를 공동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 여권의 어느 누구건, 엄청난 괴력을 행사하는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 맞설만한 파워와 카리스마를 갖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뭉친 힘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덕수 후보가 조금 여론조사 상으로 우월한 지금의 시점에서 바로 여론조사를 하여 후보를 정하고자 하는 것은 한 후보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주장이고, 또 천신만고 끝에 경선을 통과하여 김문수 후보가 차지한 공당의 대통령 후보직을 빼앗는 염치없는 일이다. 여론조사를 며칠만 미루면 당연히 김문수 후보가 앞서게 될 것이 뻔히 보인다는 점을 한 번 생각해 보라.

이런 사정들이 활발하게 공중을 떠다니며 바람이 김 후보 쪽으로 불기 시작하였다. 정치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그 명분을 점점 더 김 후보가 많이 쥐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의 유불리를 떠나 두 분의 단일화를 나는 낙관한다.

공동정부 혹은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모순의 극치에 다다라 적폐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87체제’를 개혁하는 개헌을 주된 과제로 내세우는 대선공약의 핵심은 두 분이 모두 수긍하지 않을까 한다. 삼권의 분립으로 권력간의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려고 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바탕이 지금 누구나 보다시피 파괴 직전인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두 분이 어느 한 쪽을 배척하고 자신만이 모든 대선승리의 결과를 쥐겠다고 욕심을 부릴 리가 없다.

참고가 될까 싶어 김 후보에 관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그가 세 번의 국회의원을 거쳐 2006년 경기지사에 처음 당선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한국 노동계의 대모 역할을 하였던 고 이소선 여사를 미리 지사실로 불러 이런 말을 했다. “어머니, 저는 아직 저 책상의 의자에 앉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앉으신 다음에 제가 앉도록 하겠습니다.”

김 후보는 그런 지극한 정성을 내면에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현대 한국의 대표적 청백리’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 한덕수 후보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인간적 장점을 갖고 있음에 틀림 없다. 아무쪼록 두 분이 힘을 합하여, 우리의 나라와 헌법에 닥친 이 엄청난 위기상황을 잘 극복해나가기를 빈다.

덧: 드디어 찔레꽃이 활짝 피었군요. 마당을 여러 번 정리하면서도 찔레는 일부러 놔두었습니다. 아름답다는 느낌도 들지만 찔레꽃을 바라보면 왠지 한 가닥 슬픈 마음이 솟아납니다. 아마 고통과 역경을 이기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정서에 직접 닿는 꽃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글: 신평/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