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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장 마비 속 초고가 시장 ‘그들만의 리그’ 겨냥… 고육지책인가 전략적 승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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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로 패키지 영역 침투, ‘영 럭셔리’ 타깃… 글로벌 거장들과 경쟁 가능할까
김미래 기자 ㅣ 미디어원
2026년 4월 대한민국 여행시장은 다시 깊은 압박에 들어갔다. 원·달러 환율과 유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해외여행 상품 가격은 빠르게 올라갔고, 일반 소비자의 지갑은 급속히 닫히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한때 폭발했던 보복여행 수요도 이제는 가격 앞에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저가항공 중심의 단거리 여행조차 예전 같은 탄력을 잃고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많이 팔아도 남기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투어가 꺼낸 카드는 의외로 초고가 시장이었다. 하나투어는 16일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제우스월드’를 전면 리뉴얼한다고 밝혔다. 일반 시장이 흔들릴수록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초고액 자산가 시장으로 더 깊게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가격이 높을수록 오히려 수요가 유지되거나 강화되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가 작동하는 영역으로 후퇴한 셈이다. 일반 시장이 무너질수록 여행사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 바로 이런 상단 시장이다.
지금 한국 여행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중간 가격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가 상품은 원가 부담에 취약하고, 중가 프리미엄 상품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가장 먼저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그렇다고 모든 고객이 여행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돈을 쓸 수 있는 고객, 그리고 가격보다 경험과 체면, 편의와 대접을 중시하는 고객층만 남는다. 하나투어의 제우스월드 리뉴얼은 이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서 나온 선택으로 보인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기존의 완전 맞춤형 고급 여행인 ‘프라이빗’을 유지하면서, ‘시그니처’라는 중간 지대를 본격적으로 강화한 데 있다. 하나투어는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하이엔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극소수 초고액 고객만을 위한 오더메이드 여행에서 한 발 넓혀, 고급 서비스를 결합한 패키지형 상품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이 바로 강점이자 약점이다. 진짜 초고가 시장의 본질은 단순히 비싼 호텔이나 비즈니스석, 좋은 식사에 있지 않다. 핵심은 희소성이다. 남들이 못 가는 곳, 아무나 못 받는 응대, 고객이 스스로 만들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야 비로소 럭셔리의 가격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 패키지는 본질적으로 표준화된 상품이다. 아무리 고급화해도 고객이 “이건 정말 나만을 위한 여행”이라고 느끼지 못하면 초고가 브랜드의 정체성은 금세 흐려진다.
그래서 ‘시그니처’는 양날의 검이다. 성공하면 일반 패키지에 실망한 상위 소비층과 젊은 럭셔리 수요를 흡수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하면 제우스월드는 초고가 브랜드가 아니라 조금 더 비싼 한국형 프리미엄 패키지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영 럭셔리’와 ‘어퍼 미들’ 고객을 함께 끌어안으려 할수록, 브랜드의 상징성과 희소성이 약해질 위험도 커진다. 많이 팔기 위해 문을 넓히는 순간, 럭셔리의 핵심인 배타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세계적 울트라 럭셔리 여행 브랜드들은 단순히 좋은 호텔과 항공권을 조합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들은 접근이 어려운 장소, 독점적 체험, 개인별 취향에 맞춘 현장 설계, 고도로 훈련된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포함해 ‘대체 불가능한 여정’을 판다. 이동 자체를 특별하게 만들고, 현지 체험을 브랜드만의 독점 자산으로 만든다. 고객은 비행기 좌석이나 객실 등급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열어주는 ‘문’을 사는 것이다.
그에 비해 제우스월드는 아직 하드웨어 고급화와 서비스 상향에 더 가까워 보인다. 물론 하나투어는 국내 최대 여행사로서 항공, 호텔, 현지 네트워크와 운영 경험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 고객의 취향을 가장 잘 아는 브랜드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글로벌 울트라 럭셔리 시장의 기준과 진짜 경쟁하려면, 단순히 좋은 상품을 비싸게 묶는 수준을 넘어 희소한 경험을 직접 설계하고, 그 경험을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우스월드가 이름만 고급스러운 브랜드가 아니라 실제로 기억되는 브랜드가 된다.
결국 이번 리뉴얼은 위기 속에서 나온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일반 시장의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상단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하나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라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시그니처’가 정말로 고객에게 다른 대접, 다른 기억, 다른 만족을 남기는 상품이 된다면, 하나투어는 한국형 럭셔리 여행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름만 화려하고 경험의 차별성이 약하다면, 이번 리뉴얼은 결국 침체기 속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하나투어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브랜드 개편이 아니다. 한국 여행업이 가격 경쟁의 늪에서 빠져나와 가치 경쟁으로 올라설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면이다. 제우스월드 리뉴얼의 본질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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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유가 부담으로 일반 여행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하나투어가 제우스월드 리뉴얼을 통해 초고가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이번 전략이 생존을 위한 선택인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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