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발행인 ㅣ 미디어원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안민석 전 의원의 행보가 거침없다. 예비후보 등록 뒤 공약 발표를 이어가고, 진보 진영 단일화 경쟁에도 뛰어들며 선거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최근 특수교육 공약과 돌봄·교육 관련 공약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년 정치 경력의 5선 국회의원 출신 안민석 전 의원이 국가와 사회에 더 기여하겠다며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있다.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던 이른바 ‘최순실 300조’ 의혹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은닉 통치자금이 300조 원에 이르고, 그 돈을 최순실 측이 관리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바로 그 말이 한때 나라를 흔들었고, 당시 국민 대다수는 분노하고 좌절했다. 최근 대법원은 안 전 의원이 최서원 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그 충격이 컸던 이유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엄청난 액수와, 그 말을 뱉은 당사자가 5선의 현역 국회의원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름 없는 제보꾼이나 유튜버가 아니라 국민이 뽑은 현역 국회의원이었고, 그가 겨눈 대상도 당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많은 국민이 그 말을 가볍게 흘려듣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안 전 의원은 그 거대한 의혹을 말로만 키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독일과 스위스를 누비며 마치 거대한 은닉 재산의 실체를 곧 밝혀낼 것처럼 행동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해외를 뛰어다니며 의혹을 좇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한 신호가 됐다. 많은 국민이 그 말을 더 무겁게 받아들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훗날 법원도 안 전 의원이 직접 조사한 것처럼 행동해 의혹의 신빙성을 키우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판단했다.
거짓은 곧바로 정치적 효과를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조건 끌어내려야 할 존재가 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지도자가 아니라 검은돈을 남긴 독재자로 다시 불려 나왔다. 실제 확인은 뒤로 밀렸고, 분노와 낙인은 먼저 자리를 잡았다. 한 번 굳어진 이미지는 사실이 아니라고 드러난 뒤에도 쉽게 걷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한 과장이나 실언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나라의 기억을 흐리고 국민의 판단을 흔든 대형 정치 선동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결말이다. 그렇게 나라를 흔든 사건의 법적 결론은 최근에서야 나왔다. 이번 확정은 2021년 5월 최서원 씨가 손해배상 소송을 낸 뒤 4년 10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나라를 흔든 말의 정치적 효과는 이미 다 지나간 뒤였고, 상처는 이미 남을 만큼 남은 뒤였다. 그 거대한 거짓의 끝이 민사 2,000만 원이라면, 국민이 느끼는 것은 분노를 넘어 깊은 허탈감일 수밖에 없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법의 잣대다. 이 나라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는다. 태블릿PC 조작설을 유포한 변희재 씨가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와 비교해 볼 때,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안 전 의원이 피선거권을 유지한 채 다시 선거판에 나선 현실은 국민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겨준다.
안민석 전 의원이 사실상 중대한 처벌 없이 민사 2,000만 원 배상에 그치고, 피선거권까지 유지한 채 다시 선거에 나선 현실은 국민에게 큰 허탈감과 무력감을 안긴다. 더 답답한 것은 그다음 장면이다. 그렇게 큰 의혹을 퍼뜨리고도, 그렇게 큰 상처를 남기고도, 그는 지금 경기교육감 후보로 다시 뛰고 있다. 교육은 신뢰와 책임의 영역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감은 말의 무게와 근거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허위 주장으로 사법적 철퇴를 맞은 당사자가 아무런 정치적 자성 없이 다시 교육 수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반하는 일이다.
거짓의 끝이 2,000만 원이라는 면죄부가 되고, 그 당사자가 다시 교육감 후보로 등장하는 현실. 이는 비단 한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법적 잣대가 국민의 눈높이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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