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미군의 전격 작전, Operation Absolute Resolve는 흔히 ‘정권 교체 작전’으로 요약되기 쉽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국제정치뿐만 아니다. 바로 전쟁의 방식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엇이 파괴되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먼저 끊어졌는가의 문제다.
많은 언론사들은 보도를 통해 이번 작전에서 “중국·러시아제 방공망이 무력화됐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절반만 맞다. 무력화된 것은 특정 국가의 무기 성능이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air defense network 자체였다.
‘촘촘한 방공망’이라는 착시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체계와 중국산 장거리 레이더를 혼합 운용해 왔다. 표면적으로 보면 장거리 요격, 중거리 방어, 조기경보가 결합된 다층 방공 구조다. 많은 기사들이 이를 두고 ‘촘촘한 방공망’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방공망은 운용에 사용되는 장비의 목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방공망은 C2(Command and Control), data links, sensor fusion, 그리고 이를 운용하는 doctrine과 training이 결합된 체계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누락되거나 붕괴되면, 요격 미사일이 발사대 위에 있어도 의미를 잃는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미사일 시스템이 아니라 command chain이었다.
EA-18G Growler, 그리고 전쟁의 시작
작전 초기 핵심 역할을 한 자산은 전통적 의미의 ‘폭격기’가 아니었다. 전자전기 EA-18G Growler가 핵심이었다.
EA-18G Growler는 레이더를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아도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전파 교란과 기만, 통신 차단을 통해 적의 센서와 지휘체계를 보지 못하게 만들고, 연결되지 못하게 한다. Operation Absolute Resolve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전자전이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자전은 SEAD/DEAD 패키지, 스텔스 플랫폼, 사이버 작전, ISR 자산과 결합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이 조합이 바로 현대전에서 말하는 kill chain, 더 확장된 개념으로는 kill web이다.
즉 이번 작전은 특정 무기의 ‘맹활약’이 아니라, network-centric warfare가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화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작전 후반부에 투입된 특수헬기와 특수전부대의 강력한 화력은 압도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화력은 전쟁의 서막이 아니었다. 이미 전자전과 통신·전력 차단으로 network가 붕괴된 상태에서, 화력은 저항을 정리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공중에서의 근접 화력 지원은 ‘보이는 전쟁’의 장면이었을 뿐, 승부를 가른 것은 그 이전 단계에서 이뤄진 보이지 않는 전쟁이었다.
전력·통신 타격이 의미하는 것
이번 작전에서 주목할 대목은 전자전과 동시에 전력 및 통신 인프라가 타격되었다는 점이다. 수도 카라카스 일대의 변전소와 통신 시설이 마비되면서 정전과 통신 두절이 발생했고, 이는 방공 지휘체계의 유지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레이더와 방공 지휘소는 대량의 전력과 안정적인 통신을 전제로 작동한다. 전력과 통신이 끊긴 방공망은 전자적으로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기능 상실 상태에 빠진다.
이번 작전은 전자전–사이버–물리적 기반 시설 타격이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된 network attack이었다.
‘중국 무기’ 프레임이 놓치는 핵심
일부 보도는 이 사건을 “중국 무기를 쓰면 큰일 난다”는 식으로 단순화한다. 그러나 이런 프레임은 위험하다. 같은 무기라도 어떤 network에 편입되느냐, 어떤 doctrine으로 운용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무기의 국적이 아니라 이질적 체계 간 통합 실패,
유지보수·훈련의 구조적 취약성, 전자전 환경을 전제로 한 대비 부족이었다.
이는 무기 성능 논쟁이 아니라, network integration failure의 문제다.
진짜 교훈은 ‘무기’가 아니라 ‘운용’
이번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쟁의 승패는 더 이상 누가 더 많은 미사일을 가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Who sees first,
who disrupts the network first,
who decides first.
이 지점에서 한국군이 얻어야 할 교훈도 명확하다.
전자전과 사이버전은 더 이상 지원 전력이 아니다. 그것은 war-opening capability다.
북한 변수와 ‘보이지 않는 전쟁’
북한이 반복해 온 GPS jamming, 통신 교란, 사이버 공격은 단순한 전술적 방해가 아니다. 이는 C2 disruption strategy에 가깝다. 요격 이전 단계에서 판단과 네트워크를 흔드는 방식이다.
베네수엘라 상공에서 벌어진 일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network를 잃은 군대가 얼마나 빠르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
물론 이번 작전에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요소들도 많다. 전자전의 실제 강도, 사이버 침투의 범위, 현지 방공부대의 대응 시도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추정될 뿐이다. 그렇기에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번 작전은 특정 국가 무기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 아니라, 현대전이 더 이상 눈에 보이는 무기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준 신호다.
전쟁의 성패는 이제 시작이 알려지기도 전에 결정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언제나 network다.
미디어원
용어 해설 (Glossary)
C2 (Command and Control): 지휘통제체계. 전장 상황을 파악하고 명령을 전달하는 구조
Data Link: 부대·무기 간 정보를 공유하는 통신 네트워크
Sensor Fusion: 다수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Doctrine: 군사 교리, 작전 개념과 운용 원칙
EA-18G Growler: 미 해군 전자전기(Electronic Attack Aircraft)
SEAD / DEAD: 적 방공망 무력화·파괴 임무
ISR: 정보·감시·정찰(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Kill Chain: 탐지→식별→결심→공격의 전투 절차
Kill Web: 다수 체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분산 전투망
War-opening Capability: 전쟁 개시 단계에서 전장을 장악하는 초기 타격 능력
C2 Disruption Strategy: 적 지휘·통제 체계를 교란하는 전략
Network-centric Warfare: 네트워크 기반 현대전 개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