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벌점의 민낯… 누가 누구를 재단하나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네이버는 이번 재가동 체계에서 정량평가 50점, 정성평가 50점 구조를 내놨다. 검색제휴는 80점, 콘텐츠제휴는 90점을 넘어야 한다. 겉으로만 보면 반반이라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더 위험한 쪽은 정성평가다. 정량은 기사 수, 자체 생산 비율, 기자 수처럼 셈이 가능한 항목이다. 물론 그 기준 자체가 후발 매체에 불리할 수는 있다. 그래도 무엇을 봤는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반면 정성은 다르다. 신뢰성, 정확성, 전문성, 안정성 같은 말은 좋아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 들어가면 결국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바뀐다. 정량은 계산이고, 정성은 판정이다.
문제는 네이버가 그 판정의 절반을 쥐고 있다는 데 있다. 정성 50점은 말 그대로 합격과 탈락의 절반이다. 그런데 그 절반이 어떤 기준으로 움직였는지, 누가 어느 항목을 어떻게 봤는지, 당사자가 충분히 확인할 수 없다면 그 평가는 객관적 심사가 아니라 주관적 재단이 된다. 2023년 제평위 중단 국면에서도 공정성 시비와 정성평가의 자의성이 핵심 논란으로 거론됐다. 항목 수를 늘리고 형식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정성평가의 본질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항목이 많아졌다고 공정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석과 재량이 들어갈 여지도 그만큼 늘어난다.
정량은 셀 수 있지만, 정성은 숨길 수 있다. 네이버 뉴스제휴 심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 숨길 수 있는 50점에 있다.

평가표 없는 평가는 평가가 아니다
평가를 한다면 당연히 평가표가 있어야 한다. 배점표가 있어야 하고, 항목별 점수가 있어야 하고, 왜 떨어졌는지 설명이 따라와야 한다. 그게 시험이고, 그게 심사다. 반년 가까이 매체를 들여다봤다면 더더욱 그렇다. 준비 기간과 심사 기간을 합치면 수개월이 들어가는 구조에서, 최소한 무엇이 부족했는지, 정량에서 걸렸는지 정성에서 깎였는지, 어느 항목에서 점수가 모자랐는지 정도는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 심사에서 보완할 수 있다. 그래야 포털과 매체가 함께 더 나은 관계로 갈 수 있다. 그게 상생이다.
그런데 이 구조는 그 기본을 오래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는 2021년 퇴출 분쟁 당시 제평위가 구체적인 채점 내용은 물론 총점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100점 만점에 80점 미만이면 계약 해지를 권고한다면서, 정작 당사자인 언론사가 자기 점수가 몇 점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였다. 무엇이 반영됐고, 무엇이 빠졌고, 어디서 감점됐는지 알 수 없는 심사를 두고 공정하다고 믿으라는 건 무리다.
반년 가까이 평가했으면, 그만큼 결과를 설명할 의무도 무거워진다. 정량이 부족한지 정성이 부족한지, 어느 항목이 약한지, 다음 심사에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정상이다. 정량인지 정성인지, 어느 항목이 부족한지 알려주지 않는 심사는 다음 기회를 준비할 길까지 막는다. 그런데 배점표와 점수표를 내놓지 않은 채 큰 항목만 던져놓으면, 남는 것은 심사가 아니라 판정이다. 평가표 없는 평가는 평가가 아니다.
소명 절차는 본질이 아니다
네이버는 이번 재가동에서 이의심사 절차와 운영평가 규정을 함께 정비했다고 설명한다. 기존 제휴사에 대해서는 운영평가를 하고, 이의가 있을 경우 별도 이의심사위원회를 통해 다투는 구조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과거보다 절차가 더 촘촘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소명 절차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공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최종 권한이 어디에 있느냐, 평가 근거가 얼마나 투명하냐, 당사자가 결과를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느냐다. 배점표가 없고, 점수표가 없고, 왜 떨어졌는지 분명히 알 수 없는 구조라면 소명은 본질이 아니다. 점수표도 없이 하는 소명은, 결과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내려진 판단을 확인하는 절차로 흐르기 쉽다.
법원 판단도 이 문제를 비켜가지 않았다. 연합뉴스 퇴출 효력정지 가처분과 위키리크스한국 관련 판결은, 포털의 일방적 계약 해지와 그 약관 구조가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건 절차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포털이 언론사에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구조 자체가 공정한지, 그 근거와 약관이 적법한지의 문제였다. 형식은 갖췄지만 본질은 취약했다는 뜻이다.
결국 소명 절차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점수표도 없이, 감점 사유도 없이, 왜 떨어졌는지 분명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의 소명은 방어권이 아니라 형식일 뿐이다.
벌점은 언론윤리 점수가 아니라 관리 점수다
벌점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한국 언론 전체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네이버는 전체 언론을 상대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제휴 체계 안에 들어온 매체만 골라 상시 관리하고 점수를 매긴다. 이번 재가동 체계에서도 기존 제휴 언론사는 운영평가위원회가 맡아 계속 들여다보는 구조다. 이건 언론 전체의 윤리 평가가 아니라, 네이버 울타리 안에 들어온 매체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벌점은 언론윤리 점수가 아니다. 관리 점수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정말 엄격하게 보겠다면 한국 언론 전체를 같은 기준으로 봐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네이버와 관계 맺은 매체만 따로 불러 세워 관리한다. 전체를 바로잡을 생각은 없고, 자기 체계 안의 언론만 통제하는 것이다.
여기서 해외 플랫폼과 네이버의 차이가 다시 드러난다. 저품질 기사라면 노출을 줄이면 된다. 덜 보이게 하면 된다. 그런데 네이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언론사에 벌점을 준다. 구글과 MSN은 대체로 그 방향에 가깝다. 반면 네이버는 기사 품질 조정을 넘어 언론사 자체를 벌점과 운영평가 체계 안에 넣는다. 품질 조정이 아니라 언론사 관리다. 그래서 벌점은 기사 품질을 바로잡는 도구가 아니라, 포털이 언론사를 다루는 권력의 표시가 된다.
왜 기존 매체의 낚시성 관행은 그대로 두는가
이 대목에서 네이버 뉴스제휴 제도의 모순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정성, 신뢰성, 전문성, 안정성을 그렇게 엄격하게 따질 것이라면, 한국 온라인 뉴스 시장 전체를 같은 기준으로 손봐야 맞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클릭을 노린 낚시성 제목, 과장된 헤드라인, 갈등을 부추기는 기사 배열은 신생 매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종합지, 경제지, 스포츠지, 연예 매체까지 한국 온라인 뉴스 전반에 퍼진 오래된 관행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기존 질서를 흔들지 않는다. 이미 자리를 잡은 매체 환경은 유지한 채, 신규와 후발 매체 쪽 문턱만 더 높인다. 그러니 결과는 뻔하다. 들어가기 전에는 윤리와 공정성을 들이대고, 들어간 뒤에는 기존 질서를 사실상 보호하는 방식이 된다. 이건 언론 시장 전반의 품질을 높이는 제도가 아니다. 후발 매체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 질서를 더 단단하게 굳히는 제도다.
기준이 진짜 윤리라면 전체를 손봐야 하고, 실제로는 진입 질서 관리라면 신규만 어렵게 만드는 지금 방식이 설명된다. 결국 이 제도는 좋은 기사를 가려내는 장치라기보다, 이미 들어와 있는 매체 질서를 지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래서 강소매체와 독립매체 입장에서는 더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021년 연합뉴스 퇴출 가처분 사건과 법원 판단이 보여준 것
2021년 11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기사형 광고 문제를 이유로 연합뉴스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이에 반발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사건은 포털 뉴스제휴 체제의 법적 취약성을 드러낸 대표 사례다.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연합뉴스 한 곳을 살렸기 때문이 아니다. 포털이 내린 퇴출과 해지 결정이 언제든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결정의 근거와 절차, 약관 자체가 공정한지 따져 물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퇴출 가처분 사건은 제평위 결정이 언제든 법적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첫 대형 사건이었다. 이후 다른 매체들의 소송전까지 이어졌다는 점도 이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즉, 제평위와 뉴스제휴위는 스스로를 공정한 심사 구조라고 말하지만, 법정에 가면 그 공정성이 그대로 인정되는 구조가 아니었다. 오히려 포털의 일방적 판단과 약관 구조가 법적 검증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서 이 사건은 한 번의 예외가 아니라, 이 체제 전체의 약점을 보여준 사건으로 봐야 한다.
2023년 중단은 왜 일어났나
2023년 제평위 중단은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었다. 누적된 원성과 누적된 불신이 터진 결과였다. 중단 당시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말은 공정성 시비, 밀실 심사 비판, 정성평가의 자의성, 위원 편향 논란이었다. 여기에 정치권 압박과 법정기구화 논란까지 겹쳤다. 한마디로, 더는 예전 방식대로 끌고 가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중단 그 자체가 아니라 중단의 이유다. 제평위는 잘 돌아가다가 정치적 오해를 받아 멈춘 것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쌓인 문제 때문에 멈췄다. 그리고 연합뉴스 사안이 보여준 법적 취약성은 그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평가표와 점수표는 보이지 않고, 벌점과 퇴출 권한만 남은 구조에 신뢰가 쌓일 리 없었다.
그런데 2026년 재가동은 그 문제를 뿌리부터 고친 것이 아니라, 절차와 항목을 더 정교하게 보이도록 손본 뒤 다시 꺼낸 성격이 강하다. 그러니 당연히 의심이 생긴다. 한 번 무너졌던 구조를 이름만 바꿔 다시 세운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2023년 중단은 실패의 기록이었다. 2026년 재가동은 그 실패한 제도의 방어적 복원에 가깝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도 분명해진다. 정성평가의 자의성, 점수표 부재, 벌점 중심 통제, 법적 취약성까지 그대로라면, 뉴스제휴위원회는 새 제도가 아니라 낡은 문제의 재포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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