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에서 이용자의 심리적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서울시와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심리서비스 모니터링 사업 결과, 바우처 서비스 이용자의 65.5%가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 증상에서 회복군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상담을 완료한 이용자의 사전·사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공 심리서비스의 효과를 수치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모니터링 사업에는 서울 전역 5개 권역의 바우처 제공기관 75개소가 참여했다. 권역별로는 동남권 25개소, 서남권 22개소, 서북권 11개소, 동북권 9개소, 도심권 8개소가 포함됐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분석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 8회기의 상담을 완료한 이용자 691명의 유효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 기초자료로 활용했다.
바우처 이용자 10명 중 7명가량 우울·불안 호소
분석 결과,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우울과 불안을 함께 호소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용자 10명 중 7명가량이 우울 또는 불안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우울을 호소한 비율은 74%, 불안을 호소한 비율은 68%였다. 이는 심리상담 바우처를 찾는 시민들이 단순한 일시적 스트레스가 아니라 상당한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별과 연령별 특성도 뚜렷했다. 여성 이용자는 75.3%로 남성 24.5%보다 약 3배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7.4%, 30대가 36.2%로 집계돼 20~30대가 전체 이용자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청년층의 심리서비스 수요가 매우 높게 나타난 셈이다. 취업, 직장 적응, 관계,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압박을 겪는 세대의 마음건강 문제가 공공 서비스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최대 8회기 상담 후 회복률 65.5%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상담 전후의 변화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에 따르면 최대 8회기의 단기 심리상담만으로도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주관적 고통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사전·사후 변화 분석 결과 모든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호전이 확인됐고, 서비스 종료 시점에는 우울과 불안 모두에서 정상 수준에 해당하는 인원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심한 우울·불안을 호소한 인원은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회복률은 65.5%로 집계됐다. 여기서 회복률은 사전평가에서 중등도 이상의 고위험군이었던 이용자가 상담 후 경도 이하로 호전된 비율을 의미한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이 수치가 영국의 국가 차원 정신건강 서비스 IAPT의 목표 회복률인 50%를 웃도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단기 상담 중심의 바우처 사업에서도 적절한 서비스 품질 관리와 모니터링이 병행되면 실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족도 4.77점, 심리적 문제 감소와 자기이해 도움
서비스 만족도도 높았다.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77점으로 집계됐다. 이용자들은 심리적 문제 감소, 감정 조절 능력 향상, 자기이해 촉진, 수용과 지지 경험 등을 주요 도움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상담 서비스가 단순히 증상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과정에도 기여했음을 시사한다.

서울형 심리서비스 모니터링 확대
이번 결과는 공공 심리서비스의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심리상담은 그동안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컸지만, 실제 효과를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가 2024년부터 추진해 온 심리서비스 모니터링 사업은 공공과 민간 제공기관의 상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용자의 변화 과정을 분석해 정책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심리서비스 모니터링 사업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업로드 절차를 간소화하고, 참여기관이 이용자의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자체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고도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한다. 이는 상담기관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 변화와 서비스 효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공공 심리서비스, 접근성과 품질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
서울형 심리지원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품질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 상담 바우처는 비용 부담을 낮춰 시민이 심리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지만, 서비스 효과가 기관별로 들쭉날쭉하다면 공공 정책으로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는 제공기관 참여와 표준화된 평가, 사전·사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공 심리서비스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회복률 수치를 해석할 때는 분석 대상이 심리상담 바우처 이용자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결과는 서울시민 전체의 정신건강 상태를 대표하는 일반 조사라기보다, 상담 서비스를 실제 이용한 시민들의 변화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민 전체 10명 중 7명이 우울·불안을 겪는다”는 식의 해석보다는, 바우처 이용자 중 우울·불안을 호소한 비율이 높고 상담 후 회복군 전환이 확인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확하다.
서울형 근거기반 통합 심리서비스로 확장
윤현수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서울시 심리서비스의 효과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어디서나 안심하고 수준 높은 심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울형 근거기반 통합 심리서비스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의 이번 모니터링 결과는 마음건강 정책이 더 이상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이 실제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되는지, 어떤 연령층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지, 어떤 기관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해야 정책의 정밀도가 높아진다. 회복률 65.5%라는 수치는 서울형 공공 심리지원 체계가 앞으로 확대와 품질 관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근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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