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해양 정화 활동이 단순한 쓰레기 수거를 넘어 데이터 기반 환경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글로벌 해양 환경 연합체인 글로벌 반려해변 얼라이언스(Global Adopt-a-Beach Alliance·GAA)가 부산에서 첫 공동 행동을 마치고, 해양폐기물 정화 활동을 정밀 데이터로 기록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GAA는 지난 5월 30일 낙동강 하구 을숙도 에코센터에서 공식 발대식을 가진 데 이어, 5월 31일 제31회 바다의 날을 맞아 부산 영도 중리해변에서 ‘부산 바다, 모두의 바다로(From Busan, to Our Ocean)’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활동에는 부산시 관계자, 반려해변 코디네이터, 입양단체, 청년 리더, 일반 시민 등 78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영도 중리노을전망대 앞 해변 400m 구간에서 약 2시간 동안 해양폐기물을 수거했다. 자갈과 암반 사이에 끼어 있던 스티로폼 파편, 비닐류, 생활 쓰레기 등 약 85kg, 총 650점이 수거됐다. 중요한 점은 이 쓰레기가 단순히 봉투에 담겨 처리된 것이 아니라, 위치와 성상, 무게, 현장 기록을 갖춘 환경 데이터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쓰레기 줍기에서 ‘정화 활동 아카이빙’으로
기존 해양 환경 활동은 주로 해변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쌓였는지 확인하거나, 정화 활동 이후 수거량을 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GAA가 내세운 방향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시민과학자가 해변을 직접 조사하고, 수거하고, 분류하고, 검증한 전 과정을 디지털로 남겨 환경 데이터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GAA는 이를 ‘환경 데이터 마이닝(Environmental Data Mining)’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데이터 마이닝은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현장 활동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개념이다. 해변에서 어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어떤 구간에 집중되는지, 무게와 개수 기준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활동 당시 해양 환경은 어땠는지를 함께 기록해야 정책과 교육, 국제 보고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영도 중리해변 활동은 그 실험의 첫 사례다. 수거량만 보면 85kg이라는 숫자로 끝나지만, 성상별 개수와 무게, 활동 구간, 이동 경로, 사진, 음성 기록, 참가자 인터뷰가 결합되면 훨씬 입체적인 자료가 된다. 해양 정화 활동을 ‘행사’가 아니라 축적 가능한 데이터 자산으로 바꾸는 시도다.
AI 비치스캐너와 5신호 교차검증 도입
이번 활동에는 해양쓰레기 특화 AI 모델 ‘비치스캐너’가 적용됐다. 비치스캐너는 국내 시민과학 데이터 15만 건을 학습한 모델로, 해양폐기물 성상을 자동 인식하는 데 활용됐다. 현장에서 사람이 직접 분류한 정보에 AI 인식 결과를 더해 데이터의 정확도와 처리 효율을 높인 것이다.

수거된 폐기물은 미국해양대기청(NOAA) 표준 측정법에 따라 1g 단위로 계량됐고, 국제 해안정화(ICC) 표준 19종 성상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무게 기준으로는 목재 18.0kg, 비닐봉투 16.3kg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개수 기준으로는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파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차이는 해양폐기물 문제를 볼 때 중요한 지점을 보여준다. 무게가 큰 쓰레기는 처리량 관점에서 중요하지만,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조각은 생태계와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연결된다. 따라서 해양폐기물 관리는 무게와 개수를 함께 봐야 한다. 이번 데이터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GAA는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앱 기록, 저울 사진, 현장 사진, 음성 기록, 참가자 인터뷰를 결합한 ‘5신호 교차검증’도 시행했다. 단일 입력값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현장 신호를 맞춰보는 방식이다. 환경 데이터가 국제적으로 활용되려면 수집 과정의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이 중요하다.
부산 영도, 데이터 기반 해양보전의 출발점
부산은 항만과 해양 산업, 관광, 어업, 도시 생활이 함께 얽힌 대표 해양도시다. 그중 영도는 바다와 도시가 밀착된 공간이다. 중리해변처럼 자갈과 암반이 섞인 해안은 모래사장보다 쓰레기 수거가 까다롭다. 작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파편이 자갈 틈에 끼면 육안으로 찾기 어렵고, 정화 활동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활동이 영도 중리해변에서 진행된 것은 상징성이 있다. 부산이 해양수도로 불리는 만큼, 해양 환경 문제를 단순 캠페인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정책과 국제 협력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부산시는 앞서 제31회 바다의 날을 맞아 영도구 중리노을전망대 앞 해변에서 해양환경 정화 활동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해변 쓰레기 수거뿐 아니라 해양폐기물 성상 데이터 조사와 올바른 분리배출 교육을 함께 진행한다고 안내한 바 있다.
인쇄 없는 현수막, 작은 디테일도 환경 메시지로
이번 캠페인에서 눈에 띈 또 하나의 장면은 ‘인쇄 없는 현수막’이다. 현장 단체 사진에서는 일회성 현수막 제작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글자가 없는 빈 천을 사용했다. 이후 행사 문구를 디지털로 합성해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환경 캠페인에서 행사 자체가 또 다른 폐기물을 만드는 모순은 자주 지적돼 왔다. 일회용 배너, 현수막, 포스터, 기념품이 홍보 효과는 만들지만 활동 이후 쓰레기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GAA의 방식은 작은 디테일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환경을 말하는 행사는 운영 방식에서도 환경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향후 지자체와 기업 ESG 행사에도 참고할 만하다. 모든 행사를 완전히 무폐기 방식으로 운영하기는 어렵지만, 불필요한 인쇄물과 일회성 물품을 줄이고 디지털 기록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부담을 낮출 수 있다.
9개 단체 연대, K-반려해변 세계화 목표
GAA는 사단법인 이타서울, 생태문화교육허브봄, 오션케어, 꿈마을학교 등 9개 환경 거점 단체가 참여한 민간 연합체다. 목표는 한국형 반려해변 모델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시민 참여형 해양보전 활동을 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하는 것이다.
반려해변은 기업, 단체, 학교, 지역 공동체가 특정 해변을 입양하듯 맡아 정기적으로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해변을 한 번 청소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살피고 기록하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데이터 기술이 결합되면 해변별 변화, 폐기물 유형, 계절별 특성, 정화 효과를 장기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GAA가 말하는 글로벌 확산은 단순히 한국 사례를 해외에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각국 시민과 단체가 같은 기준으로 해양폐기물을 기록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며, 해변 관리 모델을 함께 발전시키는 방향에 가깝다.
데이터가 있어야 정책도 바뀐다
해양폐기물 문제는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쓰레기가 어디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지, 발생 원인은 무엇인지, 관리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알아야 정책과 예산이 움직일 수 있다. 데이터가 없으면 해양 정화 활동은 선의의 봉사로 끝나기 쉽다.
이번 영도 중리해변 활동은 시민 참여와 기술, 국제 표준 분류, 공개 데이터라는 요소를 한데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거된 고정밀 데이터는 CC BY-NC 4.0 라이선스로 개방돼 국제 표준 보고서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한국 해변 데이터가 국제 해양보전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힌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한 번의 정화 활동으로 바다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기준으로 여러 해변을 반복 조사하고, 시민 참여 데이터를 축적하며, AI 모델을 개선하면 변화는 더 정확히 보인다. 그때 해양보전은 감성적 캠페인에서 과학적 관리로 이동할 수 있다.
GAA의 부산 출범과 영도 첫 공동 행동은 그 방향을 보여주는 첫 장면이다. 시민이 줍고, AI가 돕고, 데이터가 남는 방식. 바다를 지키는 일이 이제 손과 마음만이 아니라 기록과 검증, 공유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디어원 Copyrights ⓒ MediaOn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크기변환]662395342_20260604152608_1127369884](https://img.media1.or.kr/2026/06/크기변환662395342_20260604152608_1127369884-696x447.jpg)








![[파워골프 레슨 제1화] 힘 빼고 천천히 스윙하라, 골프공은 도망가지 않는다 아일랜드 그린을 바라보며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골퍼가 워터 해저드 앞 티잉 그라운드에 서 있다](https://img.media1.or.kr/2015/05/ChatGPT-Image-2026년-5월-10일-오후-03_40_44-324x235.jpg)
![[파워골프 칼럼 프롤로그] 파워골프 리부트, 다시 티잉 그라운드에 서다 파워골프 칼럼 프롤로그를 상징하는 석양빛 골프장에서 힘 있고 균형 잡힌 스윙을 마친 골퍼](https://img.media1.or.kr/2015/05/ChatGPT-Image-2026년-5월-10일-오후-03_17_23-100x7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