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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초연금 연계감액, 왜 빈곤층 노인의 기초연금을 깎나

국민연금 기초연금 연계감액 논란의 핵심은 부유층이 아니라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 빈곤층 노인이다. 정부가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을 올리고도 국민연금만 받는 취약 수급자의 감액 구조를 그대로 둔 모순을 짚고, 당장 손볼 수 있는 개선 지점을 제시한다 신뢰 문제로 본다.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정부는 지금도 국민연금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하고, 더 오래 가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세대에게는 국민연금이 노후를 책임질 마지막 안전망이라고 설득한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국민연금을 믿으라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국민이 노인이 되면 국가는 또 다른 말을 한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니 기초연금은 감액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가장 불편한 모순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가입자가 스스로 보험료를 내고 준비한 사회보험이다. 젊은 시절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위해 부담을 감수한 대가가 국민연금인데, 노후에 그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줄인다면 국가는 노후 준비의 가치를 스스로 흔드는 셈이 된다.

문제의 핵심은 부유층이 아니라 빈곤층 노인이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정부는 재정의 한계를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에게까지 기초연금을 모두 지급하기는 어렵고, 더 어려운 노인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처음에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따져봐야 할 것은 다른 지점이다. 오늘 논란의 핵심은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고소득 노인이 아니라, 사실상 국민연금 외에는 별다른 소득도 재산도 없는 취약 노인들이다.

집이 없고, 임대소득도 없고, 금융자산도 거의 없으며, 생활 수준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면, 이것은 합리적 조정이라기보다 빈곤 노인에게서 마지막 안전망 일부를 다시 거둬가는 일에 가깝다. 제도 설계자는 산식으로 설명하겠지만, 당사자의 체감은 훨씬 단순하다. 성실하게 낸 국민연금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기준은 올랐지만 감액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을 단독가구 월 228만 원으로 올렸고, 2026년에는 다시 단독가구 월 247만 원으로 인상했다. 2024년 단독가구 선정기준액 213만 원과 비교하면 2년 사이 기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정부 스스로 물가와 생활비, 노인 소득·재산 수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민감한 국민연금 연계감액 구조는 손대지 않았다. 2026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급여액이 52만4550원을 초과하고, 동시에 소득재분배급여금액인 A급여액이 26만2270원을 초과하면 기초연금 연계감액이 적용될 수 있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은 높여 더 많은 사람을 제도 안으로 들이면서도,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 일부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는 감액 구조를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상승과 연계감액 기준을 정리한 그래프
단독가구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2024년 213만 원, 2025년 228만 원, 2026년 247만 원으로 올랐지만 빈곤층 국민연금 수급자의 연계감액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가 놓치고 있는 현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5년 9월 기준 통계를 보면 실제 기초연금 수급자의 약 86%는 소득인정액 150만 원 미만인 중·저소득층이다. 다시 말해 기초연금은 이미 상당수 취약 노인을 겨냥해 지급되는 제도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연계감액이 적용되는 구간에서는 소득과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에게도 감액이 발생할 수 있다. 제도는 형평을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박탈감이 더 크게 남는다.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은 완화하면서도,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낸 사람에게만 여전히 과거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재산 기준에 걸렸던 사람은 구제받고, 소득 기준에 걸렸던 사람도 일부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데, 오직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사람만 감액 구조에 묶여 있다면 누가 이 제도를 신뢰하겠는가.

당장 고쳐야 할 것은 빈곤층 국민연금 수급자 감액이다

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모든 연계감액을 한 번에 폐지하자는 뜻은 아니다. 재정 여건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적어도 소득이 사실상 국민연금뿐이고, 재산도 거의 없으며, 생활 수준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인근에 머무는 노인에게까지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 이 정도는 제도 정교화의 문제이지, 거대한 재정 모험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취약계층 구간은 정책 의지가 있다면 비교적 신속하게 손볼 수 있다. 대상이 무한정 넓은 것도 아니고, 재정 부담 역시 통제 가능한 범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방치된다면 이는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가장 가난한 국민연금 수급자에게서 가장 쉽게 돈을 빼는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은 복지정책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연금제도는 돈보다 신뢰로 유지된다

정부는 오늘도 청년세대에게 국민연금을 믿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노인이 된 세대가 경험하는 현실은 다르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한 결과가 기초연금 감액이라면 청년세대가 배우는 것은 노후 준비의 가치가 아니라 성실함이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불신이다. 연금제도는 재정 숫자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국민이 국가의 약속을 믿을 때 비로소 유지된다.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왜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 빈곤층 국민연금 수급자에게까지 기초연금 감액이 계속돼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연금개혁은 숫자만 남고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 고쳐야 할 것은 멀리 있지 않다.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취약 노인에게서 기초연금을 깎는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들은 노후 준비를 했다는 이유로 벌을 받는 나라를 원하지 않는다. 기초연금 기준을 올렸다면, 그 기준선 아래에서 어렵게 버티는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는 더 이상 벌점처럼 감액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복지정책이 더는 ‘국민연금 받는 죄’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바로 그 지점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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