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동 소재 서울항공 사무실에서 뵌 정운식회장은 여전히 건강하고 힘찬 모습이었다.
‘외유내강’이란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하게 되는 정회장의 부드러움 속에서는 외면에 강인함을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리더로서의 배려와 단단히 내재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본래는 선생이 되고 싶었어. 교원자격증도 땄고 교사 임용도 거의 결정이 되서 교육자로서의 길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진로가 바뀐거지. 만약에 그 때 미국무성 산하 대외원조처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교육계에 평생을 바쳤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외교관이 되었을 거고….." 햇수로 53년, 반세기를 훌쩍 넘은 세월을 고스란히 여행업계에서 보내신 정회장은 그렇게 세월을 되짚어 보았다.
"중앙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면서 바로 USOM(대외원조처)의 인사처 여행과에 근무하게 되면서 길다면 긴 여행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거지.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던 시절, USOM에종사하는 2000여 미국 한국 직원을 위한 출장명령서 발급 등의 여행관련 업무를 담당했었어. 64년 샵항공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총판영업이사로 발권 경영 영업의 1인3역을 도맡아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나네."
1971년 서울항공을 설립한 정회장은 당시 대한여행사 셋방여행사 고려여행사 등 주요 여행사가 일본인바운드에 주력하는 것과는 달리 내국인의 해외여행인 아웃바운드에 전력을 쏟으면서 아웃바운드 전문여행사로 단시간에 자리매김하게 된다. 1980년대 초 "나드리 세계여행’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호울세일상품을 판매했는데, 당시 ‘나드리’는 가장 좋은 여행사 이름으로 혹은 여행상품이름으로 인식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나드리의 설립과 유레일패스의 총판약은 수년후 예정이었던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이 가져올 우리사회 전반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 작품으로써, 89년의 여행자유화를 기점으로 서울항공은 유레일패스 판매만으로 일일 1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1997년 장노년층에만 국한되었던 해외여행의 기회가 사회가 성숙하고 발전해 가면서 청년, 대학생 층으로 확산될 것을 예견한 정회장은 ‘에주투어인터내셔널‘이란 유럽베낭 전문여행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상품을 소개한다. 에주투어인터내셔널은 오늘에 와서 베낭여행의 효시로, 혹은 베낭여행전문가 사관학교로 일컬어지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유럽과 미국시장을 대상으로 인바운드 사업에도 진출하였고, 아웃바운드 부문에서는 성지순례코스를 집중육성, 강화하였으며 크루즈가 활성화 되지 않던 까마득한 그 시절에 크루즈차터를 소개하는 등 상품의 서비스의 다양화와 상품의 다변화를 항상 추구하는 선구자의 역할을 정운식회장은 도맡아 왔었다.
1995년부터 고 한명석회장의 뒤를 이어 2대와 3대 4대 한국일반 여행업 협회 회장직을 수행한 정회장은 KATA를 ASTA JATA처럼 한국 여행업계의 권익을 국제적으로 대변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과 KATA의 위상이 국내외에 정립되면서 여행업계 연대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2003년 부터 2006년까지 관광업계의 수장이라 할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권위주의 일색의 조직을 보다 적극적이고 활력 넘치도록 변모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짧은 임기동안 거둔 큰 성과로 남을 것이다.
1958년 부터 시작된 여행인의 삶은 수많은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사업가로서의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더 큰 성공은 1995년 부터 업계의 발전을 위하여 기꺼이 헌신한 정회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에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일군 기업은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대물림을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리 사회에서 은퇴 후 회사를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남겨 주겠다는 정회장의무소유의 정신은 뜻있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열정을 가진 분이 KATA나 중앙회를 맡아 우리 관광산업을 한 두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 정회장의 53년 업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관광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리더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정운식회장은 업계에 대한 당부로 "신뢰와 존경" 두 마디를 남긴다.
"요즘은 좋은 인재들이 많이 관광업계로 진출합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자긍심 가득하게 열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여행사 여행업계가 되어야겠고 항상 노력하여 여행인이 전문인으로 존경받는 날이 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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