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여행, 남도 감성여행의 출발점

사진: 금서당 옛터에서 바라 본 강진시내, 멀리 강진만이 보인다.

‘ 감성여행 1 번지 ’ 강진군이 관광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다산과 영랑이라는 큰 인물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 일찍이 유흥준이 ‘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 에서 ‘ 남도 답사 1 번지 ’ 로 꼽았을 정도로 풍부한 역사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강진군으로 여행을 떠난다 .

강진군은 서쪽의 해남군과 동쪽 장흥군 사이에 위치해 있다 . 북으로는 월출산을 경계로 영암이 위치하고 남쪽으로는 아홉 고을의 물길이 흘러 들어온다는 의미의 구강포로도 불리는 강진만이 자리한다 . 어린아이의 토실한 엉덩이에서부터 발끝까지의 모양인 듯 , ㄷ 자 ( 字 ) 를 엎어 놓은 듯 보이는 것이 강진군의 형상이다 .

서영암 IC 에서 남해안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20 분이 채 되지 않아 강진시내로 들어선다 . 도시는 구릉지대에 형성되어 있고 남쪽으로 남해 바다가 열려있다 . 포근한 느낌 , 마치 내 고향을 찾은 듯 따스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져 있으니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




강진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봄기운을 가득 머금고 강진의 자랑 영랑 김윤식의 생가를 찾아가는 나그네를 맞이한다 . 시인의 생가는 1985 년 강진군에서 사들여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
며칠 전 활짝 피었음직한 마당 한 곁의 모란으로 ‘ 모란이 피기까지를 ’ 떠올린다 .
북도의 소월 남도의 영랑이라는 말처럼 그는 서정시와 순수시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

생가 뒤 쪽의 계단을 타고 오르니 강진군이 조성하고 있는 ‘ 세계 모란 공원 ’ 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 모란이 만개하는 시기의 화려함을 상상할 수 있다 .

영랑생가에서 다산이 유배 첫 4년을 보낸 사의재로 가는 길
꾸밈이 없는 시골길을 걷는다 . 귀양을 온 다산 정약용을 아무도 보살피려 하지 않을 때 그를 정성으로 모셨던 주막집을 가기 위함이다 . 사의재 ( 四宜齋 ) 로 명명된 이 곳에서 정약용은 4 년간 머물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경세유표 등을 집필했다 . 2007 년 10 월 26 일 강진군의 다산실학 성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옛터인 이 곳에 주막채 바깥채 초정 등을 복원했다 .

다산 정약용은 1801 년 순조가 죽고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면서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남인들이 대거 숙청되었던 신유사옥의 여파로 경상도 장기에 유배되었다가 이곳으로 이배되었다 .

1801 년부터 시작된 참담한 고통의 시절에 정약용은 학문적인 대성기를 이루는 위대성을 발휘했다 . 그가 저술한 경세유표 , 목민심서 , 흠흠신서 , 여유당전서 등 500 여권의 저서가 대부분 이 시기에 완성되었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

사의재를 뒤로 하고 다산이 제자들과 함께 찾아 다산초당과 우열을 가름해 보았다는 백운동정원으로 향한다 . 강진 시내에서 30 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백운동 정원은 호남 3 대 정원으로 꼽히며 인공미 보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곳이다 .

다산은 제자들과 함께 찾은 백운동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하며 제자들과 함께 그 곳의 12 경을 시로 적어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와 다산도를 그리게 한 뒤 백운첩으로 꾸몄으며 이로써 백운 12 경이 명명 되었다 .
백운 12 경을 만나기 위해서 15 분 정도 산길을 여유롭게 걷는다 .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고즈넉함이 가득하다 .
작은 숲길 옆으로 동백꽃이 흠뻑 피어 있고 동백나무 숲 빼곡한 계곡으로는 맑은 물이 흐른다 . 해 떨어지려면 아직도 한참이지만 깊은 숲 속엔 어둠이 내려 앉아 있다 .

‘ 평화롭다 ’ 그리고 ‘ 호젓하다 ”
이런 산길을 만나다니 ….., 오늘은 횡재를 한 기분이다 .

자연 그대로 놓여있는 돌다리를 건너 백운동정원에 다다른다 . 퇴락된 기와와 담벼락은 시간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음을 자랑스레 여기는 듯하다 . 정원은 꾸밈없이 고운 시골 아낙네의 모습 속에 옛 선비의 지조를 감추고 있다 .

이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시화를 지었을 다산의 모습을 떠올린다 .


백운동 정원을 떠나 다시 작은 산길로 걷는다 . 숲이 깊으니 새소리가 뒤따른다 .
10 분 남짓을 걸었을까 . 꾸밈없는 자연의 향기에서 깨어나는 길목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월출산이 어느결에 다가와 있다 .
산자락에는 5 월 푸르름을 온전히 가져간 차밭이 펼쳐진다 . 수줍은 연두빛 초록이 길게 연이어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 월출산 산머리에 올라선 구름이 흩뿌렸을 맑은 물로 단장을 마친강진 차밭은 강진 여행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