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영어에는 흔히 존댓말과 존대어가 없다고들 말한다. 너도 you, 당신도 you, 어른도 아이도 모두 you로 부르니 영어는 무례한 언어라는 인식도 따라붙는다. “영어는 존댓말이 없는 언어”라는 말은 거의 상식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이건 정확히 말하면 오해다. 영어에도 다른 언어들 못지않게 존대의 규칙이 있다. 다만 그 방식은 한국어처럼 동사의 어미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호칭과 거리감, 표현 등의 선택으로 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한국어보다 더 까다로운 순간도 많다.
예를 들어 영어는 상대를 부를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 Mr., Mrs., Ms. 같은 기본 호칭만 있는 게 아니다. 상황과 대상에 따라 Madam, Sir, Your Excellency, Your Majesty, Your Highness 같은 표현들이 등장하고, 이런 호칭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는 단순히 “영어 단어 몇 개”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 예절과 직결되는문제가 된다. 영어에 존댓말이 없는 게 아니라, 존댓말의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영어를 예의바르게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의 다른 예도 있다. 우리는 영어의 3인칭을 he, she, they 정도로 단순하게 배웠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되지 않을 때가 많다. 예컨대 누군가 “They are…”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그 they가 누구를 가리키는지—어른인지, 학생인지, 손님인지, 동료인지—문맥으로 즉시 읽어야 한다. 때로는 이렇게 조심스럽게 확인해야 하는 순간도 생긴다.
“Do you mean those gentlemen in suits?”
(정장을 갖춰 입은 그분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쯤에서 다시 물어보자.
영어는 정말 존댓말이 없는 언어일까.
오늘은 그 질문을 영어에서 사라져버린 한 단어—thou—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우리가 지금 “you 하나뿐인 영어”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 you는 처음부터 ‘너’였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thou는 단어 하나가 아니라 ‘관계 시스템’이었다
옛 영어에는 thou(친밀한 단수 ‘너’)와 you(존칭 혹은 복수)가 나뉘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구분이 단지 말투의 차이가 아니라, 관계의 거리감을 가르는 장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명사에서 멈추지 않았다. 동사 형태까지 함께 움직였다.
지금의 영어는 2인칭 대명사가 사실상 you 하나뿐이다. 단수든 복수든, 친하든 격식을 차리든 대부분 you로 간다. 그런데 과거에는 thou냐 you냐의 선택이 곧 관계의 온도였다. 친밀함이 될 수도 있었고, 무례가 될 수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상대를 낮춰 부르는 효과까지 만들었다.
그 흔적은 셰익스피어 문장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당시에는 이것이 고전 흉내가 아니라, 실제로 자연스럽게 쓰이던 영어의 표정이었다.
“너는 ~이다”가 통째로 달랐다
“Thou art a villain.” (King Lear)
지금은 You are a villain로 끝난다.
하지만 thou art라는 형태는 “너”를 말할 때 문장 전체가 달라지던 시대를 보여준다. 영어는 원래 인칭별 변화가 훨씬 풍부했고, 2인칭 단수는 그 자체로 다른 문법 영역이었다.
“너는 가지고 있다”도 따로 존재했다
“Thou hast it now.” (The Tempest)
현대 영어에서는 You have it now가 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thou hast가 자연스럽게 쓰였다. 즉 영어에는 한때 “너(thou)”에 해당하는 동사 형태가 별도로 존재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영어는 원래부터 단순했던 것이 아니라, 복잡한 체계가 시간이 흐르며 정리된 결과다.
의문문에서도 thou는 문법을 움직였다
“What dost thou mean?” (The Taming of the Shrew)
현대 영어로 바꾸면 What do you mean?
여기서 중요한 것은 dost(2인칭 단수 do)와 thou(2인칭 단수 주어)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다. 2인칭이 단지 대명사 하나의 차이가 아니라, 동사 변화까지 포함하는 체계였다는 뜻이다.
왜 thou는 사라졌을까
언어는 논리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쉽게 말하려 하고, 더 빠르게 말하려 하고, 무엇보다 더 안전하게 말하려 한다. thou와 you의 구분은 문법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거리감과 예절을 포함하는 선택이었다. “이 사람에게 thou를 써도 되는가”를 매번 판단해야 하는 순간, 언어는 피곤해진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선택이 필요한 표현을 피하게 된다. 결국 더 넓고 안전한 표현인 you가 살아남고 thou는 사라진다. 그리고 대명사 체계가 정리되면, 그 체계에 딸려 있던 동사 변화도 함께 정리된다.
결론: 영어의 you는 ‘너’가 아니라 ‘기본 존대’였다
결국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영어의 you는 “무례한 언어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you는 원래 존칭의 자리였고, 영어는 그 존칭을 특정 상황에만 쓰는 대신 누구에게나 편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리된 언어라고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밀려난 것이 바로 thou다. 옛 영어에는 thou(친밀한 단수 ‘너’)와 you(존칭 혹은 복수)가 함께 있었고, 이 둘은 관계의 온도와 거리감을 나누는 장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는 그 선택지를 줄였고, 결국 thou는 사라지고 you만 남아버렸다.
문제는 번역에서도 생긴다. 우리는 you를 습관처럼 “너”라고 옮긴다. 하지만 실제 영어의 you는 한국어의 “너”처럼 낮은 호칭이 아니다. 상대를 기본적으로 높여 부르는 말에 가깝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한국어의 “당신”이다. 한국어에서 “당신”은 높임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낮춤말이 되거나 심지어 비하로 들릴 수도 있다. 반면 영어의 you는 그런 뉘앙스가 아니다. 쉽게 말해 영어에서 you는 “너”라기보다, 어른에게도 자연스럽게 쓰는 기본 존대의 표현에 가깝다.
그래서 영어는 존댓말이 없는 언어가 아니라, 존댓말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언어다. 그리고 thou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you는 영어가 선택한 ‘관계 정리’의 결과이자 우리가 자주 오해하는 영어의 본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