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란은 아직도 “Death to America”를 외치는가

(미디어원)쿠데타, 혁명, 그리고 중동 패권… 이란 반미·반이스라엘의 뿌리
지금 중동에서는 또 하나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시설과 미사일 능력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고, 이란은 중동 전역에 구축해 놓은 무장 네트워크를 통해 맞서고 있다.
장거리 폭격기와 드론, 항모전단과 미사일이 뒤엉킨 이 충돌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40년 넘게 이어진 이란의 반미·반이스라엘 노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상징이 바로 이 구호다.
“Death to America.”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정치 구호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중동의 대부분 국가들이 이미 반미 정책을 버렸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미국과 협력하고 있고, 여러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그런데 이란만은 여전히 반미와 반이스라엘을 외친다.
이 질문의 답은 단순한 종교 문제가 아니다.
이란의 반미주의는 1953년 쿠데타, 1979년 이슬람 혁명, 그리고 중동 패권 경쟁이라는 세 개의 역사 속에서 형성됐다.
반미의 출발점, 1953년 쿠데타
이란의 반미 감정은 이슬람 혁명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됐다.
1953년 미국 CIA와 영국 정보기관 MI6는 이란의 민주정부를 무너뜨리는 쿠데타를 지원했다.
당시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크는 석유 산업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란의 석유는 사실상 영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었고, 모사데크는 이를 국가의 자산으로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서방의 이해관계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쿠데타가 일어났고, 모사데크 정부는 무너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친서방 성향의 팔라비 왕정이었다.
이 사건은 이란 사회에 하나의 기억을 남겼다.
“미국은 우리의 민주정부를 무너뜨린 나라.”
오늘날 이란 반미주의의 뿌리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1979년 혁명, 반미가 국가 정체성이 되다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은 이 반미 감정을 국가 이념으로 끌어올렸다.
호메이니는 미국을 “대악마(Great Satan)”라고 불렀다.
그리고 반미는 혁명 체제의 핵심 서사가 되었다.
그 상징적 사건이 바로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다.

혁명 직후 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외교관들을 인질로 잡았고, 이 사건은 444일 동안 이어졌다.
이 사건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사실상 단절되었다.
그리고 “Death to America”라는 구호는 이란 정치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반미는 더 이상 외교 정책이 아니라 혁명 국가의 정체성이 된 것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이유
“Death to Israel”
이란의 반이스라엘 정책 역시 단순한 종교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팔레스타인 문제다.
이란은 스스로를 팔레스타인 저항의 후원자로 규정한다.
둘째,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다.
따라서 반이스라엘은 곧 반미 전략의 연장선이 된다.

셋째, 중동 패권 경쟁이다.
이란은 수천 년 페르시아 문명의 중심 국가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미국과의 경쟁은 단순한 외교 갈등이 아니라 지역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다.
이란이 만든 ‘저항의 축’
이란은 직접적인 전면전 대신 대리전을 선택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그리고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들.
이 네트워크는 중동 곳곳에서 이란의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한다.
중동에서는 이를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라고 부른다.
이 구조 덕분에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 상대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왜 이란만 아직 반미인가
중동의 정치 지형은 이미 크게 변했다.
여러 아랍 국가들은 미국과 협력하고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그러나 이란은 여전히 반미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란 체제는 스스로를 혁명 국가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혁명의 핵심 서사는 바로 이것이다.
미국과 서구의 지배에 맞서는 국가.
만약 이란이 반미 노선을 포기한다면, 혁명 체제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반미는 외교 정책이 아니라 체제 유지 전략이다.

“Death to America”의 진짜 의미
이 구호는 단순한 증오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1953년 쿠데타의 기억, 1979년 혁명의 경험,
그리고 중동 패권 경쟁이 결합된 정치적 상징이다.
그래서 이 구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중동의 역사를 모르면 그것은 단순한 선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것은 한 혁명 국가가 자신을 유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중동의 하늘을 가르는 폭격기와 드론 속에서도 그 역사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이어지고 있다.